프로스트 VS 닉슨 괜찮은 영화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간의 정적인 긴장을 역동적으로 풀어놓은 점도 그렇고, 닉슨을 열연한 배우의 연기도 일품이고, 무엇보다 인간의 다면성에 근거해서 닉슨을 무조건 나쁜 놈으로 몰아세우지 않은 점이 좋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애매하게 불편한 영화다. 하나는 외국인으로써 문제적 인물 닉슨에 대한 체감치가 없어서 그렇고, 다른 하나는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닉슨을 좋아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시 닉슨에 대한 최대 이슈는 그에 대해 내려진 사면조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범죄사실에 대한 시인과 사과에 몰입한 나머지, 클로우즈 업된 닉슨이 그렇게 하는 순간 그에 대한 적개가 눈 녹듯이 녹아내리는 놀라운 심적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는 워터게이트를 비난하지만, 닉슨에게는 관용을 베풀었다. 죄는 미워하데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래서 나는 사무실에서 이 영화를 더러운 우파영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닉슨의 자리에 전두환을 치환시켜봤다. 그랬다가 엄청난 저항에 직면했다. (2:1로 싸워야 했다) 완전한 악마는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물론이다. 이 영화의 작품성은 거기에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닌 실화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현실에 미치는 효과를 이야기한 것이다. 나는 이 복잡한 영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측면 중의 하나를 언급했을 뿐, 다면성을 폄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좀 유치했다. 영화의 다면성을 치켜세우면서, 정작 나 자신은 이 복잡한 영화를 더러운 우파영화라고 규정했으니 말이다. 무덤을 판거지. 2009/03/14 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