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나는 말장난을 참 좋아한다. 비슷한 소리를 가지고 전혀 다른 의미로 문맥을 틀어버리는 수작 말이다. 요즘 개콘을 재미나게 보고 있는데 그 중에 '씁쓸하구만'이 참 웃기다. 그 중에 유상무라는 개그맨이 나오는데, 그의 직책이 상무다. 그의 보스는 그를 유상무(여기까지가 이름)상무(여기까지가 직책)상(여기까지 일본어로 존대)이라고 부른다. 말로 웃기는 거라서 말로 설명하면 입도 아프고, 귀도 아프니까 다음 동영상을 보자.
나도 이것과 비슷한 컨셉의 말장난을 개발한 것이 있다. "고소영이 고소해서 고소하다" 고소영씨가 네티즌들을 전방위로 고소할 때 적의 일이다. 그런데 이걸 개그 소재로 만 쓸게 아니라, 한국어 능력평가에 활용하면 어떨까? 이렇게
1. 유상무상무상이 상무부대에서 상을 받았다의 뜻을 풀어 쓰시오. 2. 고소영이 고소해서 고소하다의 뜻을 풀어 쓰시오.
내가 처음부터 이런 실없는 개그를 한 것은 아니다. 그 기원은 유저스토리 랩의 정사장이다(그가 이 회사의 CEO이긴 하지만, 그가 정사장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 전형적인 풍채 때문이다) 한 때 직장동료였던 정사장이 오마이뉴스에 다니다가 우리 회사로 왔는데, 말장난이라는 이상한 습관을 같이 가지고 왔다. 그런데 이 말장난이라는 것이 참 오묘한 전염성이 있다. 나도 모르게 그 짓을 따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새로운 개그코드로써 나의 개그 코드의 스팩트럼 중의 하나로써 다양성에 기여하는 선에서 끝났다면 상관없다. 문제는 말장난이 이전까지의 개그 센스를 말살시켰다데에 있다. 정사장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내면의 심연에서 올라오는 심오한 개그를 구사했었더랬다. 그것은 씹을 수록 깊은 맛이 우러났다. 그런데 말장난은 이런 주옥같은 감각을 살처분해버렸다. 내가 말장난에 대해서 이렇게 민감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말장난은 사고를 거치지 않는다. 웃음의 일반적인 사고과정을 단순화시키면 이렇다.
입력 -> 언어회로 -> 사고회로 -> 언오회로 -> 출력
그런데 이 빌어먹을 말장난에 감염되면 이렇게 된다.
입력 -> 언어회로 -> 출력
말장난은 사고회로를 거칠 필요도 없고 언어회로를 중복해서 사용하지도 않는다. 이런 것을 이 바닥에서는 코스트가 낮다고 하고, 이런 짓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상업적이라고 부른다. 나는 본의 아니게 상업적인 인간이 된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종류의 개그에 사람들이 일단은 반응을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웃음이 진심에서 우러나는 '박장대소'가 아니라, 비웃음에 가까운 '피식'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반사적이고, 습관적인지라 엔돌핀과는 무관하다. 심연의 울림이 아니라, 얼굴 근육에서 일어나는 전기적인 반응에서 엔돌핀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원래 건강한 개그는 아래와 같은 프로세스를 거쳐서 웃음을 유발한다.
입력 -> 언외회로 -> 사고회로 -> 언어회로 -> 출력
그런데 이 빌어먹을 말장난은 아래와 프로세스가 아래와 같다.
입력 -> 언어회로 -> 출력
결국 말장난을 하는 쪽이나, 그것에 반응하는 쪽이나, 동일한 프로세스를 겪게 된다. 이 거저먹는 웃음코드를 누가 쉽게 비껴갈 수 있겠는가? 이러니 말장난의 유혹은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말장난이라는 유령. 도망 갈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기로 했다. 말장난 forever! (멍미?) 2009/04/22 04: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