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과 지능 기능과 지능의 경계는 무엇일까? 이 말은 시스템과 인간이 머가 다른지를 묻는 것과 비슷하다. 혹자는 인간은 스스로 활동하지만, 시스템은 프로그래밍된 스케줄에 따라서 작동하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고 한다. 이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기능과 지능의 경계는 자유의지에 달린 셈이다. 그럼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봤다. 모든 조건이 동일한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자유의지가 있는 것이고, 그럴 수 없다면 자유의지란 그것이 있다고 느껴질 뿐 실재하지는 않는 것이다. 자유의지가 실제하지 않는다면 인간과 시스템의 차이는 또 한번 애매해진다. 시스템은 조건을 걸어두고 변수에 들어온 값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인간에게 대입해보면 변수는 감성이고, 조건은 이성이다. 인간은 감성에 따라 느끼고, 이성이 시키는데로 판단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과 시스템은 서로에 대한 대칭점이다. 그래서 나는 시스템에게 변수를 셋팅할 때마다, 이 친구들에게 어떤 감성을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공상을 한다. 이 친구에게 변수를 셋팅하는 나는 자연과 같은 존재지만, 나의 지각에 이미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시스템도 나에겐 일종의 자연이다. 책 상위에 놓인 노특북과 나는 서로 다른 우주에 면해있으면서 각자의 감수성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없을 뿐. 새로운 시간을 입력하세요그는 점잖게 말한다노련한 공화국처럼품안의 계집처럼그는 부드럽게 명령한다준비가 됐으면 아무 키나 누르세요그는 관대하기까지 하다연습을 계속할까요 아니면메뉴로 돌아갈까요?그는 물어볼 줄도 안다잘못되었거나 없습니다그는 항상 빠져나갈 키를 갖고 있다능란한 외교관처럼 모든 걸 알고 있고아무것도 모른다이 파일엔 접근할 수 없습니다때때로 그는 정중히 거절한다그렇게 그는 길들인다자기 앞에 무릎 꿇은, 오른손 왼손빨간 매니큐어 14K 다이아 살찐 손기름때 꾀죄죄 핏발선 소온,솔솔 꺾어길들인다민감한 그는 가끔 바이러스에 걸리기도 하는데그럴 때마다 쿠데타를 꿈꾼다돌아가십시오! 화면의 초기 상태로그대가 비롯된 곳, 그대의 뿌리, 그대의 고향으로낚시터로 강단으로 공장으로모오두 돌아가십시오이 기록을 삭제해도 될까요?친절하게도 그는 유감스런 과거를 지워준다깨끗이, 없었던 듯, 없애준다우리의 시간과 정열을, 그대에게어쨌든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필요할 때 늘 옆에서 까박거리는친구보다도 낫다애인보다도 낫다말은 없어도 알아서 챙겨주는그 앞에서 한없이 착해지고픈이게 사랑이라면아아 컴─퓨─터와 씹할 수만 있다면!
+ 최영미, Personal Computre :: 오늘 발견한 진주 같은 블로그에서 발취 + 다 지난 일들
2009/05/17 22: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