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
허무 월드컵이 끝났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거리로 태극기를 들고 뛰어다녔다. 그가 죽었다. 사람들은 국화를 들고 침착하고 뾰족하게 영정 앞으로 모였다. 두 사건은 만감이 교차하는 근대사의 두 얼굴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 공통분모도 있다. 허무다.

허무는 마음을 공간에 비유하고, 있어야 할 것이 텅빈 상태로 정의한다. 마음이 텅빈 인간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는가? 좀비가 된다. 지금 내가 그렇고, 아마도 당신이 그럴 것이다. 텅 빈 마음은 공복을 채우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그래서 월드컵이 끝난 후, 그가 떠난 후에 마음이 텅빈 사람들은 실성한 사람처럼 쏟아지는 소식들을 과격하게 받아먹는다. 공복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을 지배하는 또 다른 힘이 있다. 탄핵과 쇠고기로 촉발된 분노의 배후 말이다. 불안이다.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에 대한 불안, 내 자식의 몸이 상하게 될 것에 대한 불안. 허무가 채우려는 방향성을 가진다면, 불안은 해소되는 것을 방향성으로 한다. 불안은 허무에 비해서 실천적이고 쉽게 분노가 된다. 해소해야 할 대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허무는 저 치들이 벌벌 떨고 있는 것처럼 위험하지 않다. 텅빈 마음을 채우는 방법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월드컵은 끝났고, 노무현은 여기에 없지 않은가?

문제는 이 정권이 불안과 허무를 주의 깊게 구분할 정도로 성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허무와 불안을 동일 선상에 놓고 조지면 허무는 곧 불안이 될 것이다. 제 나라 대통령의 죽음도 애도할 수 없는 지경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으로 인한 불안 말이다. 허무가 불안을 경유해 분노가 되면 그 끝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2009/05/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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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The Blographic 2009/05/28 06:06 x
제목 : 희생
...
Tracked from niceThink 2009/05/28 09:02 x
제목 : 위대한 대한민국
위대한 대한민국은 30년마다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간다. 그런 계단을 밝고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패러다임이 바뀐다. 이렇게 계단을 하나씩 오를 수 있는 이유는 국민들의 에너지가 30년동안 모아져서 한번에 분출되기 때문인데 이렇게 분출된 에너지는 기득권층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행사하게 된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잃을 것도 많은 법. 이렇게 모든 것을 어차피 잃을 바에야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도박을 하는 것이 낫다. 0% 확률을 50% 확률로 바꿀 수..
Ludens 2009/05/27 12:45 L R X
이놈의 정부가 자꾸 허무를 불안과 같이 취급해서 문제죠-_-;;;
egoing 2009/05/30 16:05 L X
예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지금 국민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한데 말이죠. 빰을 때리고 있으니...
맥퓨처 2009/05/27 22:06 L R X
저는 그 종착이 될 분노가 가져올 모습들이 두렵습니다.. 소통이 필요하고 포용와 이해가 필요한 지금 위정자 누구도 그 것에 주목하려 하지 않는군요.. 가슴이 답답하고 슬픕니다..
egoing 2009/05/30 16:06 L X
저도 그래요. 많이 울었습니다. 기분나쁜 사회입니다.
2009/05/29 11:46 L R X
좀비라...
지금의 제 모습이 딱 그렇군요. ㅎㅎ
egoing 2009/05/30 16:07 L X
이제야 좀비 상태에서 슬슬 벗어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온라인에서 정치외에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어떠한 댓글도 달지 않았는데 이제 슬슬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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