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함에 대하여 나 같이 음감이 둔한 사람에게 음악이란 단박에 좋고, 싫음이 갈리는 장르가 아니다. 듣고 또 듣고의 풍화작용을 숱하게 반복해야 좋은 것과 싫은 것이 구별된다. 그래서 워크맨의 시대가 오히려 좋았다. 본의 아니게 오토리버스에 갇혀 있을 수 있거든. 개그도 그렇다. 개콘을 처음 봤을 때는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 아무 생각없이 보고 또 보니까 슬슬 감이 잡힌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개그 프로라는게 쳇 바퀴 같다. 똑같은 인물과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웃음의 장치들. 개콘을 '향유'하기 전까진 이런 점을 들어 개그를 하대했다. 이제 와보니 이런 식의 반복과 그것이 안겨주는 예측가능성이야말로 개그를, 음악을 '향유'하는 이유가 아닐까? 이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그나마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이란게 고작 이런 것들이다. 음악이나 개그는 진부함을 다루는 엔터테인먼트다. 익숙한 반복 위에서 이루어지는 미세한 변주다. 어째 일상과 닮아있어 조금은 슬프다. 2009/06/05 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