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시간 시간이란 참 묘하다.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으면서, 또 실제로는 상당히 다양한 존재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진부하게는 달력이나 시계가 되고, 유구하게는 역사책이나 화석이 된다. 부럽게는 아이들의 흠집 없는 우유 빛 피부가 되고, 서글프게는 부모님의 퀭한 주름이 된다. 이렇게 시간이라는 영혼은 다양한 신체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신체라는 것이 꼭 물리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억은 시간의 또 다른 육체이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시간이란 기억을 통해서 체험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기억의 밀도와 시간의 속도는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기억의 밀도가 작으면 시간은 빨라지고, 기억의 밀도가 높아지면 시간은 더디 간다. 그래서 추억이 없는 사람의 인생은 쏜살같고, 월요 회의에서는 저번 주에 내가 멀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추억이 없는 현대인.
2009/06/3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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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kxer 2009/06/30 09:06 L R X
기억 뒤엔 망각이 쫓아오죠. 아니면 왜곡이나... ㄷㄷㄷ
egoing 2009/07/02 04:19 L X
예 그렇죠.
소은 2009/06/30 09:19 L R X
저는 어제일도 기억못합니다 -_-
egoing 2009/07/02 04:20 L X
저도요. 그럴 때가 많아요. 허망할 때가 있죠.
mooo 2009/06/30 09:20 L R X
시간은 상대적이지요. :-)
나이를 먹어갈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egoing 2009/07/02 04:20 L X
이런 걸 신경계의 상대성 이론이라고도 부르더군요.
timer 2009/06/30 14:54 L R X
시간의 본질은... '움직임'이라고 봐요.
대상화된 온갖 것들의 움직임이 곧 시간으로 인식되는거죠.
대상이었던 것들이 점차 주체가 되어갈수록('그것'이 '나' 혹은 '나의 것'으로 확장될수록;기억의 밀도가 높아질수록;인식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움직임은 더뎌보이기 마련인 듯싶네요.
달리 말하면, 실제하는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곧 시간인 셈이니, 그만큼 다양한 존재방식을 가지게 되는게 아닐까 싶어요.
egoing 2009/07/02 04:25 L X
'다양한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그 만큼 다양한 존재방식을 갖게된다.' 좋은 지적이세요.
비밀방문자 2009/07/02 22:02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9/07/02 22:07 L X
많이 힘들죠? 그게 다 미래의 행복을 더 의미심장하게 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해보세요. 좋게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꺼예요. 일전에 제가 누군가에게 댓글로 달았던 글이 생각나서 그대로 옮겨봐요. 기운내요. 정신차렷!


그 때가, 군에 있을 때 였어요. 저는 눅눅한 지하 벙커 한가운데 있는 유도탄 발사 통제기 앞에 시무룩하게 놓여있었죠. 저를 둘러싼 이 수많은 폭력성과 부조리 그 뒤를 따라오는 육체적 피로 이런 것들에 힘들어 하고 있었어요. 그 때 이상한 느낌이 들더군요. 직육면체의 지하벙커 한쪽 꼭지점에서 어떤 시선이 느껴지는거예요. 그런 기분은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뒤에서 있는 누군가의 시선. 그건 또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였어요. 저는 지금 여기에서 군생활에 지쳐있는 또 다른 나를 바라보고 있어요. 그러면서 누군가를 걱정하고 있는 저를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시간의 나를 느끼고 있죠. 저는 힘이 들 때 또 다른 시간의 나와 대화를 합니다. 그것이 꼭 언어야 하는 건 아니예요.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과거로도 가보고, 미래로도 가보는거죠. 저는 그렇게 삶의 잔혹함을 넘나 들어요. 그럼 참을 수 없던 것이, 참을 수는 있는 것이되죠.

또 한가지는 자신을 연구하는 거예요. 제가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 것은, 저 자신에게 관심이 많기 때문이예요. 사실 제가 관찰하는 모든 마음의 시작은 저에서부터 시작되죠. 저는 틈틈이 질문을 해요.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면서, 길을 가면서, 낮잠의 도입부에서…. 그러다 보면 어떤 결론에 도달해요. 물론 정답은 아니죠. 하지만 그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 요동치던 감정이 정리되기 시작해요. 저는 이 걸 객관화라고 하는데, 저 자신을 객관화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 하고 있다고 느끼는거죠.

그리고, 이건 요즘에 많이 느끼는 건데, 꾸역 꾸역 올라오는 감정들을 또박 또박 느끼는 거예요. 살다보면 도망도 필요해요. 하지만, 도망은 타이레놀 같은 거예요. 도망도 내성이 생기면 더 이상 약빨이 안듣는다고 할까요? 도망 외에는 다른 대안은 생각할 수도 없지만, 도망으로 마음이 진정되는 것도 아니죠. 차라리 슬프면 깊이 슬퍼하고, 기쁘면 솔직하게 기뻐하는거죠. 그러다보면 언젠가 치유가 되겠죠. 또, 그렇게 성숙하는 거구요. 그렇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대역폭도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한가지, 화가날 때는 불같이 화를 내는거예요.는 아니구요 ^^ 표현이 감성을 지해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나긋 나긋하게 글을 쓸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예외없이 불같이 화가난 경우이거든요. 저는 착한 사람이 아니예요. 그런데 표현을 바꾸니까 놀라운 일이 벌어지더라구요. 마음도 나긋 나긋해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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