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쟁 구글을 이야기 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기업이 있다. MS다. 구글은 거대독점기업 MS의 대척점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야기의 골격은 이렇다. 가난한 대학원생 둘이 있었다. 이들은 알고리즘 하나로 거악 MS와의 성전에 나선다. 마침내 MS의 갖은 딴죽을 물리치고 새로운 유토피아를 건설한다. 구글의 신화는 기승전결의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권선징악을 통해 구글이 MS를 이겨야 하는 당위까지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재미나기까지 하다.
이야기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지배한다. 그리고 세상은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시청자 게시판에는 미저리적 욕망이 가득한 것일테고, 정치는 이토록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실께다. 구글과 MS의 대립구도는 흥행성을 두루 갖춘 올림픽이면서 드라마다. 물론 불리한 것은 MS다. 이 회사는 비대한 신체의 신진대사를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적을 만들었고, 너무나 익숙해져서 새로울 것이 없는 중년의 배우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중년 배우가 다 MS같은 것은 아니었다.
잡스는 달랐다. 잡스의 유명한 스탠퍼드 연설은 야이기 꾼으로서 잡스의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불우했던 치부를 드러낸다. 그는 우리와 똑같거나, 우리보다 못한 사람이었지만,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기 입으로 주지시키지 않음으로써 주지시킨다. 사실 잡스의 인생에서 별볼일없던 시절은 길지 않았고, 그가 경험했다는 불행은 보통사람의 불우를 크게 상회하는 것도 아니었다. 드라마틱함은 불행과 행복의 위치에너지가 만들어내는 운동에너지라는 점을 잡스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MS에겐 무대는 없고 배역만 있다. 그래서 MS는 구글과 애플의 무대에 악역으로 출현할 뿐이다. MS입장에선 참 안타까운 일이다. MS가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경쟁자를 밥먹듯이 후려친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은 MS만의 책임이 아니다. 모든 기업은 독점을 욕망한다. 그런 점에서 독점을 견제하는 것은 시장과 경쟁자의 고유한 역할이다. 또 구글이나 애플이 MS만큼 사회공헌을 많이 하고 있느냐면 또 그렇지도 않다. 특히 애플인민공화국의 잡스중심의 전제군주주의나 자폐적인 쇄국정책은 정말이지 밥맛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S는 욕을 먹는다. 구글과 애플이 MS에게 감사해야 할 대목이다. 만약 이들에게 MS가 없다면 발명해야 했을 것이다. 또 MS가 구글과 애플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MS가 도전자다. 이를테면 게임기 시장에서는 MS가 구글이다. MS의 XBOX는 플래이스테이션을 누르고 게임산업의 본좌에 올랐다. MS의 기세는 여전히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MS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싸늘하다. 악역의 재능은 더 큰 혐오를 불러오는 초라한 것이다.
노대통령의 운구식에 참석한 우리 일행은 인파의 규모를 두고 옥신각신했었더랬다. 30만이라는 둥 50만이라는 둥….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이것 참 공허한 힘 낭비다. 군중 속에 하나의 점으로 존재하는 개인이, 가시거리 밖까지 넘쳐나는 거대한 면인 인파의 수를 파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는 손가락과 발가락의 합을 넘어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거대기업의 비린내 나는 전쟁에 대해서 나 같은 개인이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단지 들리는 풍문에 의지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논리적인 완결성을 갖춘 이야기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지금 MS에게 필요한 것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자기소개서를 멋들어지게 써줄 작가가 아닐까? 이야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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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스텐퍼드 졸업연설
2009/08/1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