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철학자의 사회
대학의 철학과가 사라지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왜 철학을 하지 않는가', '왜 철학은 아무나 하지 않는가?'를 아는 것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이고, 내 안에 세상을 만드는 노동이며, 내 밖의 세상과 소통하는 지혜가 아닐까? 이것은 누구나 해야 하는 것이고, 하고 있으며, 안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 철학은 직업이고, 철학자는 직업인이 되었다. 세상은 철학을 전문가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철학이 어려운 것,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스스로를 철학과는 상관없는 사람으로 규정하면서도, 대학에서 철학과를 없애는 것에는 분개하는 이들이다. 자기가 할 것도 아닌 철학이 없어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은 왜 일까? 그 놈의 철학책은 너무나 어려워서 죽을 때까지 한권도 읽지 않을 것이면서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누군가는 철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철학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암시하는데, 이들에게 철학이란 보안이나 보건처럼 전문가가 따로 있어야, 나 대신 사유해서 세상을 풍부하게 해줄 것이라는 셈법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안이 빈곤한데, 내 밖이 풍요롭다고, 내 안이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니면 실제로는 관심도 없는 인문학에 지지를 보내며 자신의 지적인 허영을 저렴하게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무엇이 문제일까? 철학이 어렵기 때문일까? 물론 그럴수도 있다. 나도 철학책에 수 없이 도전해봤지만, 별볼일 없는 인내심과 심각한 난독증 때문인지 완독한 철학서가 없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철학이란 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독서란 사색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세상의 많고 많은 소재 중의 하나일 뿐, 그것 자체가 철학은 아니다. 철학의 심장은 죽은 철학자들의 금언들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시퍼렇게 살아서 윗층의 개구쟁이들처럼 쿵쾅거리는 사색이 아닐까? 독서 없는 철학은 있지만, 사색 없는 철학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철학을 철학과라는 전공과 철학자라는 직업인으로 개념화시킨 것이 좀 못마땅하다. 이것은 철학을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군인이나 의사가 될 필요도 없고, 될 수도 없지만, 군인이나 의사도 철학자가 돼야 한다. 인간이란 본의 아니게 사색하는 존재인데, 자신이 이미 사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사색이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닳지 못한다면,
무엇보다, 자기 생각에 대한 이 뿌리 깊은 열등감을 어쩌지 못한다면, 철학과가 살아있어도 철학은 죽은 것이다.
+ 분열 + 열정 + 죽은 시인의 사회
2009/08/30 16: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