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웨이브와 이메일
구글 웨이브와 이메일 구글 웨이브가 나왔다. 웨이브는 구글에서 만든 서비스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업을 도와주는 실시간성이 강조된 서비스다. 이것이 의미심장한 것은 첫째로 구글이 자기 아이디어로 만든 첫 제품이라는 점과 둘째로, 이 서비스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이런 저런 예측들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구글이 만든 것인데...

이 말잔치 중에 눈길이 가는 것이 있다. 바로 웨이브가 이메일을 대체할 것이고, 이메일의 종언을 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동의할 수 없다. 이건 마치 귤이 있으니까 사과는 더 이상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보다 더 하고, 의자가 생겼으니 이제 책상은 필요 없다는 말 보다는 조금 못하다.

물론, 구글 웨이브가 그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를 상정한다면 이 서비스로 인해서 이메일의 체류시간이 줄어들 수는 있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관점에서 어쨌든 웨이브와 이메일은 대체재까지는 아니라도, 보완재 지간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메일이 몰락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들이다.

커뮤니케이션은 크게 두가지 관점에서 분류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음성, 문자, 영상과 같은 미디어의 타입으로 구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시간과 비동기처럼 시간에 대한 태도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웨이브가 이메일를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의 맥락에서 의심장한 것은 후자, 즉 시간에 대한 태도에 있다. 이 태도의 차이를 다시 말하면 실시간과 비동기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은  어떻게 다를까? 실시간이란 구글 웨이브처럼 내용을 편집하면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화면에 그 변화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이다. 반대로 비동기성이란 이메일처럼 상대에게 메일을 보내면, 상대가 수신함을 열었을 때 열람하는 것이다. 휴대폰의 음성통화는 실시간이라고 할 수 있고, 문자메시지는 비동기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메신저는 실시간이고, 쪽지는 비동기고,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이고, 바둑이나 오목은 비동기다. (사랑은 실시간일까? 비동기일까? 응?)

그럼 실시간은 비동기 보다 우월한가? 기술적으로 보면 실시간이 럭셔리한 것이 사실이다. 실시간은 많은 돈이 필요하고, 기술적으로도 구현이 까탈스럽다. 하지만 럭셔리한 것이 우월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렴한 비용은 업체나 이용자 모두에게 우월한 장점이 된다. 또 인간이 만든 커뮤니케이션 채널 중에 가장 성공적이고 거대한 것인 인터넷, 그 중에 웹은 실시간 서비스가 아니다. 사용자가 서버에 접근하면, 서버에서는 그제서야 정보를 제공하는 비동기 방식인 것이다. 반대로 방송은 실시간이다. 뉴스 같은 것을 보기에 더 없이 좋은 채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덕여왕을 보기 위해서 끊임없이 시계를 쳐다보고, EBS를 시청하는 고교생들은 혹시나 놓치는 부분이 있을세라 잔뜩 긴장하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 방송을 녹화한다. 실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 비동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동기방식이 실시간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무엇보다 둘 사이의 경계는 애매할 때가 많다.

구글 웨이브가 이메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인식은 대화할 수 있다고, 기록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이상한 것이다. 대립구도가 이야기를 흥미진지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목은 같은 선수끼리 링에 올려 놓아야 해설이 되지 않겠는가? 조정선수와 권투선수 간의 우열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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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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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시답잖은 지식과 개똥철학 2009/10/14 19:13 x
제목 : 구글 웨이브를 사용해 봤다. 많은 사람들이 쓴다면 꽤 괜찮을 것 같다.
구글 웨이브 초청장이 오늘 왔다. 바로 들어가서 확인해 봤다. 다른 웨이브 사용자가 한국에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서 협업과 관련한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다. 예상했던 부분과 살짝 다른 부분...사실 의외의 부분은 구글 웨이브는 이메일 서비스 + Something 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리뷰에서는 문서/메모 작성 도구 + Something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저기서 Something은 실시간 메시지, 문서 공유, 정보 공유 및 공동 편집..
Tracked from 나를 찾는 아이 2009/11/27 00:09 x
제목 : 구글 웨이브 초대장을 받다
지인으로부터 구글 웨이브의 초대장을 받아 서비스를 체험해보았습니다. 구글 웨이브가 처음 공개될 당시만해도 앞으로 이메일이 사라진다느니, 굉장한 협업툴이 나왔다느니 했는데 제가 경험한 구글웨이브는 "정말 어렵다." 이 한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겠네요. 차니님의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웹서비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 마저도 구글 웨이브는 정말 어렵습니다. 구글 웨이브는 2002년 수능보다 어렵다
Tracked from Inuit Blogged 2009/12/03 01:00 x
제목 : 구글 웨이브는 성공할까?
트위터가 그랬듯, 소리소문 없이 외곽부터 스며들고 있는 서비스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구글 웨이브(Google wave)지요. The future of e-mail 가만보면 이메일처럼 삶의 일부가 된 서비스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 이메일은 아주 예전에 설계된 서비스입니다. 심지어 인터넷(http)보다도 오래된 서비스이지요. 만일, 이메일을 지금 다시 설계한다면 어떨까요? 구글 웨이브는 바로 이 부분에서 출발합니다. 지금까지의 이메일은 잊고 앞으로 오..
주성치 2009/10/14 11:11 L R X
그 근거로 남미에서 소셜네트워크 사용량은 증가하고 이메일 사용자는 덜 증가했다는 걸 내세우던데, 감소도 아니고 지금 빅뱅 단계인 소셜네트워크와 이메일을 비교하다니...

이메일의 낙장불입 특성을 겉으로 보이는 단점만 보고 없앤이상 구글 웨이브는 이메일과 비교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egoing 2009/10/14 16:50 L X
예 근거가 되는 데이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어핀드 2009/10/14 11:18 L R X
전 이메일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싼 가격과 함께 하방 호환성이 높다는 거에요. 이 두 가지를 갖춘 것은 잘 바뀌지 않죠.

인간 역사에서 거의 항상 주력 병기는 창이었는데, 가격이 싸고 엘리트 무사에서 민병에 이르기까지 호환성이 높거든요. 총도 처음엔 창의 대용품(=대검) 비슷한 위치에서 주력 병기로 올라섰지요.
egoing 2009/10/14 16:50 L X
역시 무기의 관점으로 풀어내시는 군요. 하긴 이메일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주력 병기죠 :)
고어핀드 2009/10/14 18:15 L X
마찬가지 이유로 c는 컴퓨터가 있는 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하방 호환성이 강력할 뿐 아니라 그나마 어셈블리어하고 가장 가까운 언어니까요. :)
대흠 2009/10/14 13:49 L R X
개인적으로 구글웨이브에 관심이 있는데 때마침...^^ 영상회의시스템 개발사에서 커뮤니케이션/협업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동기와 비동기는 머릿 속 화두중 하나입니다. 구글웨이브를 써보지 않아서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제기하신 이슈는 많은 생각을 요구하네요. 구글웨이브와 이메일이 대립하고 있는 판에서 벗어나 보다 근원적이거나 혹은 다른 차원에 들어가서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아무튼 재미있는 이슈입니다. ^^
egoing 2009/10/14 16:53 L X
대립하지 않는 것을 대립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현실을 적합하게 반영하는데는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점에서 말씀하신 부분에 공감해요.
okto 2009/10/14 14:23 L R X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구글웨이브가 어떤 놈인지 몰라 걍 멍하네요. 한글판 언제 나올까요-_-
(바둑이나 오목도 내가 두면 상대방 화면에 나오니까 실시간아지 싶습니다;;)
egoing 2009/10/14 16:55 L X
원래 동기와 비동기를 구분하는게 쉽지 않더군요. 이 세상에 완벽한 비동기, 완벽한 실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상대적인 것이 있을 뿐.
mac 2009/10/14 15:54 L R X
저도 구글웨이브를 써보지는 못했지만, 구글웨이브는 비동기를 포함한 실시간 서비스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going 2009/10/14 17:21 L X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mahabanya 2009/10/14 16:27 L R X
구글 웨이브의 컨셉은

"현재의 기술을 기반으로 email서비스를 다시 디자인 한다면?"

입니다. egoing님은 구글 웨이브의 '실시간성'에 주목하여 비동기 서비스인 이메일과 실시간 서비스에 '가까운' 웨이브가 서로 대체될 것이냐~ 고 풀어가신 것 같은데

제가 볼 때는 웨이브는 '비동기성'에 필요한 경우 '실시간성'을 보강한 형태로 보는 것이 좀 더 제대로 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찌보면 말장난이고 아주 적절한 예는 아닌데...
이런 거죠.
PMP에 사전 기능이 있다.
사전에 PMP기능이 있다.
전자는 엔터테인에 교육적인 가치를 더한 것이고
후자는 교육적인 가치에 엔터테인적 가치를 더한 것이죠.
근데 사람들의 인식은 확 달라집니다.
마치, 밥먹으면서 책 봐도 되느냐라고 묻는 것과 책 보면서 밥을 먹어도 되느냐가 느낌이 살짝 다른 것 처럼요.

기본 비동기인 지메일을 기반으로 업무협조(협업을 위한 요청과 문의, 보고 등을 하는데)를 위한 연락이나 메시지를 전달 하는데 '마침' 상대가 온라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료를 공유하고, 그렇게 대화한 내용과 자료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죠. 상대가 오프라인이라면 기존 하던대로 메일을 보내면 되는 일이구요.
egoing 2009/10/14 17:30 L X
그렇죠. 비율은 떡라면과 라볶이, 햄라면과 라면사리 추가한 부대찌개 간의 차이를 만들어내지요. 그걸 요리에서는 조리법이라고 하고, 산업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나요? ㅎㅎ

이견 없습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실시간성과 비동기성을 엄격하게 구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이를테면 구글의 gmail은 비동기적인 이메일 서비스이지만 구글은 새로운 메일이 오면 페이지 리로드 없이도 신규 메일을 알려주죠. 마찬가지로 웨이브도 실시간성이 강조 되었을 뿐 비동기적인 요소가 없을 수는 없지요.

다만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두개의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실시간, 비동기로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이러한 차이가 결국 서로에 대한 다른 역활을 요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로 저의 결론은 mahabanya님의 결론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가 온라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자료를 공유하고, 그렇게 대화한 내용과 자료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죠. 상대가 오프라인이라면 기존 하던대로 메일을 보내면 되는 일이구요."

의견 감사합니다 :)
mahabanya 2009/10/14 19:12 L X
방금 혼자 끄적끄적 사용해보고 테스트를 살짝 해 봤는데 제 생각이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이메일 프로토콜 지원을 안 합니다.
이러면 이메일은 이메일대로, 웨이브는 웨이브대로 사용자가 갈릴 것 같군요;;;

트랙백 하나 합니다. 자세한 사용기는 나중에..
bruce 2009/11/10 15:59 L R X
크.. 이거 제가 주제로 쓸려고 제목만 블로그에 올려놓고 미뤄왔는데 태경님께서 먼저 ^^ 백배 공감하는 글입니다. 웨이브와 이메일은 태생과 목적 자체가 다른 부분이죠. 비동기식 서비스는 편지가 존재하듯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겠구요
아울러 플랫폼의 관점.. 이메일은 @주소 로 표현되는 공통플랫폼이지만 웨이브는 구글이 만든 한 회사의 서비스라는 차이가 있다는데서 이메일처럼 대중화되는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
egoing 2009/11/11 01:18 L X
좋은 지적을 해주셨내요. 웨이브는 일개 회사의 플랫폼에 불과하죠. 저는 api는 프로토콜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웨이브나 트위터가 이메일을 넘어설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구요.
inuit 2009/12/03 01:01 L R X
저도 동의합니다. 이메일과 웨이브가 대체재 보다는 보완재가 되는게 맞을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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