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외계인 인간은 공포를 통해서 세계를 파악한다. 공포는 인간이 직면한 세계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암시이기 때문에 공포를 들여다보면 그 사회가 보이고, 사회는 다시 그 공포를 따라서 움직인다. 그런 점에서 공포는 현실이 반영된 인식이고, 현실을 바꾸는 인식인 셈이다. 이를테면 한때 서양의 귀신도 영적인 아우라를 가지고 있을 때가 있었다. 그랬다가 요즘에는 트랜드가 좀 바뀌었다. 세속적인 모습으로 리모델링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좀비와 뱀파이어다. 이들의 탄생설화는 대체로 질병 때문이고, 인간과 현세의 주도권을 두고 각박한 헤게모니 전쟁을 벌인다. 돌아갈 내세가 없기 때문이다. 옛날의 귀신이 이승에서의 용건을 끝내면 서둘러 저승으로 돌아가는 쿨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처절하다 못해 찌질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변화가 암시하는 것은 첫째로 인간이 세상을 파악하는 주요한 방법이 이제는 과학이라는 점과 둘째로 내세에 대한 공포를 통해서 사회를 지배하던 영적인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에일리언 시리즈가 나왔다. 그럼 외계인이라는 공포는 어떤 불안을 암시하는 것일까? 이것은 기본적으로 과학적이고 논리적 사고를 뿌리로 두고 있다. 이 드넓은 우주에 인간만 있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는 의혹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인간이 제일 똑똑하겠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다. 왜냐하면 화성에서 이끼를 발견했다고 그걸 외계인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인간보다 우월한 지적생명체에게 우리는 바퀴벌레처럼 보일 것이다. 다시말해, 바퀴벌레 취급을 받게될 것에 대한 공포인 셈이다.

또 다른 공포도 있다. 다른 세계에 대한 공포말이다. 외계인은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다. 다른 행성이란 다른 차원을 의미하는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다. 구천을 떠도는 귀신들의 이야기 말이다. 귀신들이 자기들의 디스트릭트인 저승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외계인들도 외계라는 디스트릭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전통적인 귀신이나, 에일리언이나 이분법적 세계관에 기반한 공포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분법적인 세계관은 두가지 공포를 암시한다. 하나는 지구나 이승을 두고 벌이는 싸움에 대한 공포고, 다른 하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다. 쏟아지는 에일리언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뱀파이어나 좀비와 같이 과학적인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저승에서 온 불청객인 전통적인 귀신들 같이 미지의 다른 차원에 대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에일리언은 저승을 부정하는 뱀파이어나 좀비에 대한 또 다른 부정이 아닐까? 다시말해  미지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공포 말이다. 미지의 세계가 공포를 자아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지의 세계가 없다는 것 또한 공포스러운 것이다. 죽어서도 갈데가 없다면 사는게 너무 허망하지 않은가?


          + 뱀파이어와 좀비


2009/10/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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