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품
소모품 여기 컴퓨터가 있다. 컴퓨터의 심리적 근간은 무엇일까? 흔히 퇴행이라 불리는 실수, 망각, 오해, 왜곡, 죽음과 같은 것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인류는 퇴행이 거세된 신인류를 만들었다. 그 상징적 인물이 이 컴퓨터이고, 그 파생상품이 공부만 잘하는 100점 전문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가 퇴행으로 폄하하던 것들이 실제로는 '새로운 것'의 재료이자 실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입력과 출력이 다른 것이고, 입력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것이 출력되는 것이다. 퇴행이 없다면 입력된 결과는 의도된 결과와 일치하는 진부한 것이 된다. 그런 점에서 퇴행을 제거하는 기술인 공학은 '새로운 것'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부한 것'을 위한 기술이다. 공학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진부한 결과를 더 잘 만들기 위한 과정이 새롭게 보이는 것 뿐이다. 어찌 되었건 퇴행하지 않는 기계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필요한 것이다. 혹시 인간이 필요해서 기계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퇴행하지 않는 기계가 퇴행하는 인간의 소모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좀 웃기는 일이다.
2009/11/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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