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함 미묘한 것과 작은 것은 다르다. 나는 미묘함, 그 중에도 언어의 미묘함을 가려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를테면 '주장'과 '의견', '지능'과 '기능', '순수'와 '순진', '존중'과 '존경'과 같은 것들 말이다. 각각의 단어를 단독으로 놓고 보면 이 것들은 아무 느낌도 주지 않는 일개 단어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슷한 말들을 이렇게 나란히 세워두면 그제서야 단어간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이 차이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하나 같이 만만치 않은 주제라는 것을 알게된다. 어휘란 일종의 진화의 산물인데, 이 진화의 끝단인 현대의 언어생활에서도 비슷한 어휘들이 도태되거나, 퇴화되지 않고 공존하고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분화의 흔적을 곰곰히 따라가 보면 미묘한 것이 사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오히려 이 미묘함의 틈세시장에서 의미심장한 통찰들이 은밀히 거래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내가 고민하는 많은 주제들이 이 미묘함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시작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미묘함은 나에게 생각의 고향 같은 것이다. 좀 엉뚱한 결론이지만, 그런 점에서 말장난은 장난이지만, 장난이 아니다. 난 그걸 통해서 생각할 주제들을 모집하니까. :) 2009/11/10 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