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능력? 교육의 문제는 능력의 정의를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게 된다는 점이다. 교육에서는 특히 빠른 이해력과 긴 암기력을 우대하는데, 이러한 능력은 실수하지 않는 100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물론 이것은 대단한 장점이고, 탁월한 지적 소양을 암시 하는 것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를테면 나쁜 기억력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은 삶의 많은 부분을 기억에 의존한다. 이건 편리한 것이지만, 진부할 뿐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기억을 붙잡고 있을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쁜 기억력은, 다시말해 좋은 망각력은 매순간순간 새롭게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그가 원하건 말건 새롭게 생각할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자신감 있는 망각력은 진부함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부족한 이해력은 어떤가? 내가 아는 배움의 천재 중에는 가르치는 데는 바보인 사람들이 절대 과반을 넘는다. 이들은 거대한 포유류처럼 세상의 지식을 흡수하지만, 변비에 걸린 것처럼 아는 것을 전달할 때 버버버한다. 그걸 보고 어떤 이는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별개의 능력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둘이 별개가 아닐 뿐 아니라, 심지어 반비례 관계로 묶여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들어, 축구황제 펠레는 위대한 선수였지만, 감독으로서의 성적은 초라한 것이었다. 반면에 히딩크는 삼류선수 였으나, 감독으로서는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지 않았는가? 역설적이게도 가르치는 재능은, 배우는데 소질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이들은 배움이고 자시고 스스로를 가르쳐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성실히 이수하면 남을 가르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풍요는 빈곤을, 빈곤은 풍요를 가져온다. 풍요와 빈곤의 역설적인 관계를 폭넓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학교는 뛰어난 인제를 배출하는 곳이기 전에, 컴플랙스를 찍어내는 거대한 열등감의 고향이 될 것이다. 사실 컴플랙스 없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기왕에 갖게된 컴플랙스를 얼마나 잘 돌려막는가에 있다. 소수의 자신감을 위해서 다수가 희생양으로 받쳐지는 학교 따위 엿이나 쳐드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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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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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ithwish's me2DAY 2009/12/11 19:59 x
제목 : 수원의 생각
소수의 자신감을 위해서 다수가 희생양으로 받쳐지는 학교 따위 엿이나 쳐드셈. 글 참 잘쓴다 ㅜㅜ
Tracked from Read & Lead 2009/12/18 09:39 x
제목 : 강약의 링 - 강즉시약 약즉시강 (强卽是弱 弱卽是强)
지난 2월에 올린 강점 vs 감정 포스트에서는 강점과 감정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자신의 감정 곡선을 잘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최근에 강점에 관한 또 하나의 좋은 아티클을 읽었다. The Freak Factor: Discovering Uniqueness by Flaunting Weakness (The four factors of effective leadership)거기에 아래와 같은 표가 나오는데 아티클의 메세지..
Tracked from 행복한 자유인 2009/12/24 12:27 x
제목 : 경쟁은 필요없다.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시선이 멈췄다. 호흡이 느려졌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EBS의 지식채널e에서 화면에 뎐져지고 있던 글귀들 때문이었다. 다시보기를 찾아 2부작으로 된 '핀란드의 실험'을 봤다. 아주 평범하고 단순한 사실인데 그 평범하고 단순한 사실 앞에서 '울컥'했다. 아래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텍스트의 일부를 옮겨 적은 내용이다. 교실에서의 경쟁은 필요없다. 협동이 살길이다. 교실에서의 협동을 위해 성적표에서 사라지는 등수 오늘은 못하지만 내..
RUKXER 2009/11/19 08:24 L R X
그 엿 저도 같이 던져도 될런지...ㄷㄷㄷ
egoing 2009/11/19 10:44 L X
같이 던지죠. 수능시험 날 교문에 붙이는 그 엿과 묘하게 대비되지 않습니까?
비밀방문자 2009/11/19 10:40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9/11/19 10:45 L X
SeeReal 2009/11/19 11:57 L R X
동의합니다. (우리가 흔히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제도교육은 '앎'에 이르는 과정 자체의 의미를 모두 제거하고 그 결과를 요약해서 정리한 뒤 그것을 외우도록 강요하죠. 물론 그게 질러가는 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을 스스로 감내할 때 앎의 근육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흔히 명문대학생들이 좋은 과외교사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좋은 과외교사는 이름없는 대학 출신의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어디를 모르는지, 왜 모르는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 가장 적확하게 짚어주니까요. 그에 반해 항상 잘해왔던 사람은 이해를 못하죠. '왜 이걸 모르니?'

게다가 사람이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배워나갈 때 참으로 놀라운 속도와 에너지를 발휘하는 반면 한두 가지의 컴플렉스가 얼마나 어이없이 그 에너지를 빨아들이는지를 생각하면... 교육 문제를 고민한답시고 고교 등급제니 무슨 과목 축소니 평준화니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걸 들을 때마다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답니다.
egoing 2009/11/19 12:51 L X
RT하고 싶군요 ^^ 제 말이...
login 2009/11/19 13:15 L R X
오히려 지식을 연마하는 것 보다 연마한 지식을 알리는 일이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 같아요.
egoing 2009/11/19 14:46 L X
어려운 일이지요.
자유인 2009/12/24 12:31 L R X
지금의 학교 따위에 엿이나 쳐드셈!이라고 동참하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쁜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도 있으니까요.

교육의 본질에 고민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교육에 대한 담론과 시스템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줄세우기'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만을 도출할 게 분명합니다.

조금 걱정인 건 교육의 본질에 맞춘 교육개혁을 한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교육의 실효성을 보기 위해 얼마나 기다려주고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겁니다. 수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말이죠.

현재 대한민국은 초중고대학교 제도권 교육은 일단 빨리 '패스'시키고 비용/시간을 마련해 '재교육'을 받는 식인데 그 '재교육'마저 본질 밖이니 이게 무슨 난리들이랍니까.
egoing 2009/12/28 10:19 L X
그런 점에서 핀란드 같은 모델이 성공하고, 그 성공을 통해서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핀란드의 사례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머릿속에서만 옹알이던 것을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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