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명절만 되면 동갑내기 육촌을 만난다. 그런데 우리 사이가 참 어색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낯을 가리지 않는데 유독 이 친구랑 있으면 어색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것의 책임은 일차적으론 당사자들의 문제지만 이차적으로는 부모세대의 탓이고 근본적으로는 시대의 문제다. 어른들에게 사촌은 어린시절부터 같이 자란 동무사이이다. 하지만 육촌지간인 우리는 일단 관계도 멀 뿐 아니라 일년에 한두번 잠깐씩 얼굴을 마주하는 사이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사촌의 자식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건 당신들의 바램일 뿐이고 우리입장에서는 머나먼 남인게다. 다 커서 만났으면 모를까 꼬꼬마 때부터 어색한 사이로 굳어진 우리가 갑자기 살가워지는 것은 참 새삼스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새삼스러운 것의 위력은 대단하다. 명절의 문제는 오만가지 긴장을 죄다 덮어두고 그 앞에 즐거운이라는 수식을 철석같이 붙여 놓는다는 점이다.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간주 하는 것은 아주 나쁜 습관이다. 2010/02/07 2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