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3 일전에 쓴 글에서 컨텐츠는 다시 컨텐츠를 담는 컨테이너와 컨테이너에 실리는 컨텐츠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컨텐츠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 내용물인 컨텐츠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컨테이너라고 그랬다. 일반적으로 사법적 관점에서 폭력이란 컨텐츠인 악의와 그것이 기록되는 컨테이너인 상처로 이루어져 있다. 죄질을 결정하는 것은 악의지만 형량을 결정하는 것은 컨테이너인 부상의 정도다. 그런 점에서 욕설은 누구나 인정하는 폭력임에도 제대로된 사법적 대우를 받지 못했다. 악의를 담아내는 컨테이너가 휘발성이기 때문이다. 악플은 욕설과 같은 컨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욕설과 다른 것은 컨테이너다. 악플은 웹이라는 컨테이너에 저장된다. 실명제는 이런 배경에서 출현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두들겨 맞은 상처는 '전치'라 불리는 표준화된 단위가 있지만, 악플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는 이것을 양과 질로 산출하는 것이 어렵다. 악플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이고, 그 수위는 어떻게 표준화 할 것인가? 또 악플러를 색출하기 위해서 실명제를 실시한다는 발상은 마치 범죄자를 색출하기 위해서 전국민에게 (자기의 위치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모바일 서비스인) 포스퀘어를 강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후에 할 일을 사전에 하면 '오바' 소리를 듣는 법이다. 악플에 대한 고민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실명제만 도입하면 없어진다는 순진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 실명제 컨퍼런스에서
2010/05/17 08: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