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 미디어 오늘의 이정환 기자와 곧 캠브리지로 돌아가는 앤드류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앤드류는 한국의 뛰어난 인프라스트럭쳐를 치켜세웠지만 우리는 그게 머 대수냐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초라하게 하는가? 내가 아는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 중의 하나는 핀란드의 교육이다. 핀란드의 교실에는 성적은 있지만 석차는 없다. 아이들이 경쟁해야 하는 대상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우리 교육은 어떤가? 아이들은 성적에는 관심이 없다. 반에서 몇등이며 전교에서는 몇등이고 전국에서는 몇등인지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서 자신을 정의하도록 유도된 아이들은 경쟁자가 없으면 방황한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벤치마킹과 시장조사를 통해서 남을 만든다. 이런 식으로 우리 기업들은 승승장구했다. 반도체를 찍어내는 것은 남 보다 잘하면 되는 산업이었기 때문이다. 남 보다 못했던 미국의 IT기업들은 하나 둘 무너지거나 아시아인들을 피해서 다른 산업으로 도망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아시아인들이 만든 하드웨어와 인프라 위에서 MS는 가장 많은 돈을 벌었고, 구글은 지배자가 되었으며, 애플은 엘리트적인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독재자가 되지 않았는가? 언듯보면 이들의 성공도 남들보다 잘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애플은 시장조사와 컨설팅을 하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만든다. 구글은 주위에서 아무리 어글리하다고 조롱해도 엔지니어링적인 미학인 가벼움, 단순함, 명확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 거대 IT 기업들에게선 마치 개인에게서나 느껴질 법한 개성이 느껴진다. 반대로 우리 사회가 배출한 거대 기업들은 어떤가? 삼성과 현대와 LG를 구분하는 정체성이 보이는가? 이들은 마치 한몸처럼 쏙 빼닮았다. 벤치마킹과 시장조사의 결과다. 물론, 이것을 그늘이라고 폄훼하기는 어렵다. 이들 기업의 하드웨어는 여전히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 우울한 공기를 소프트웨어의 위기라고 정의하면 이것은 그늘이 된다. 매력이 문제다. 모방이건 차별화건 타인 중심적이라는 점에서 노예와 같은 것인데, 노예 근성에서 매력을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독특한 스타일과 확고한 철학이 있다고 반듯이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게 없이 매력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자. 이것이 마케팅이나 홍보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지. 정보와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시대에 매력적이지 않은 기업은 변방으로 서서히 밀려날 것이다. 이건희? 허허 2010/06/16 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