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판 2기 Stand alone complex)
난민과 반도
이 영화속에서 한국은 이렇게 모호한 기호로 존재한다. 4차 핵전쟁 이후의 일본은 핵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난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받아들인다. 그러나 난민은 곧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한다. 자치구를 원하는 난민과 이를 인정할 수 없는 일본정부의 대립이 이 영화의 주된 갈등구조이다. 이들 난민의 지도자는 쿠제. 쿠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난민들의 정신적 지도자가 된다. 그러나 쿠제와 난민들은 일본 내청의 음모로 인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본 사회의 불안을 증폭시켜 일본을 재무장하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내청은 난민들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조작하고, 그와 동시에 미국과의 더러운 거래를 통해 난민 자치구에 핵을 투하할 계획을 세운다. 소령들은 이 음모를 간파하고, 내청을 숙청한다. 결론은 어정쩡한 해피엔딩이다. 난민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이고, 일본은 여전히 불확정적인 평화헌법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져 있다. 이 분이 후쿠자와 유키치 빌리 브란트
나는 궁금하다. 도대체 이 복잡한 영화의 시선이 어떤 모습의 일본을 원하는 것인지. '일신독립을 이룩함으로써, 일국독립을 이룩한다.' 첫번째 핵폭에 실패한 미국의 핵잠수함을 강제 해산시키면서 일본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은 후쿠자와 유키치가 한 말이다. 그는 일본의 만엔짜리 지폐 도안속의 인물이다. 우리로 치면 세종대왕의 서열에 해당된다. 그는 일본의 전면적 개방을 주장했고, 개방만이 서양의 제국주의에서 일본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변했다. 그러기 위해서 일본은 철저히 아시아의 촌티를 벗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유명한 탈아론이 여기서 시작되었다.
이 영화의 배경인 4차 핵전쟁에서 미국은 핵을 사용한 나라로, 일본은 방사능을 제거한 나라로 그려진다. 즉 미국은 창이고, 일본은 방패인 것이다. 이 파괴적 행위는 한반도에서 자행되었고, 그 방사능 낙진은 난민과 반도인 것이고. 이 난민을 받아준 유일한 국가는 일본이었다는 이야기. 도덕적 우월함과 그에 걸맞는 수단을 보유한 일본이 여전히 열등한 국가의 처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이 영화의 시선은 못마땅해 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 왜 이 시선의 프로듀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핵전쟁을 만들어 놓고, 그 공간안에서 자신들은 핵을 제거하고, 난민을 받아들이는 선행을 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걸까? 또 이러한 선행이 '일신독립을 이룩함으로써, 일국독립을 이룩한다'라는 비장미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필연일까? 도대체 선행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보통국가가되야 한다는 것인가? 우리에게 확실한 것은 과거 밖에 없다. 미래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 뿐이지 않은가? 성찰은 과거의 역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상상력 속에서 프로듀싱된 미래는 지멋대로의 결과로 필연되는 위험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이 반도가되고, 그 땅에 살고 있는 민중이 난민이 된다는 이 얼떨떨한 설정이 겨우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위한 제물이었다면 참 열받는 일아닌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는 신사참배의 배후에 마조이즘적 원리가 숨어있다고 진단한 문화심리학자가 생각난다. 그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선조조차 마음대로 추모하지 못하는 희생자라는 피해의식을 반복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열광, 하얀빤스와 도덕적 마조히즘 49p) 하지도 않은 선행을 통해서 보통국가화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A급전범과 전쟁의 희생자들을 합사해놓고, 외국에서의 간섭에 불쾌해 하는 일본의 모습 누구와 비교되지 않는가? 
영화의 시선이여! 이 사진을 본적이 있는가? 보았다면 아마 괴로우리라. 비내리는 바르샤바 게토 추모비 앞, 전후 처음으로 폴란드를 방문한 서독의 총리가 무릎을 끓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당시 서독인들은 이 사건을 치욕적인 사건이라고 비판했지만, 역사는 가장 자랑스러운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차이는 여기에서 온다. 독일은 과거에서 자신을 찾았지만, 일본은 미래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희틀러의 가학대 음란증(세디즘)과 군중의 피학대 음란증(마조이즘)을 몰아내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건만, 일본은 이 따위 졸렬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위대한 상상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개탄스럽다. 이건 정말이지 인류에 대한 죄악이고, 재능에 대한 배..배신이며, 난민과 반도가 된 한국을 두번 죽이는 것이다.
egoing이 남의 나라 예술작품에서 우리나라의 가오가 상했다고 해서 이렇게 발발이 뛰는 것이 아니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당신들도 우리만큼이나 모욕을 당했으니까. 오염된 한반도의 핵을 정화하고, 불쌍한 난민을 받아들였으며, 일본인 쿠제를 통해 높은 곳으로 난민을 인도하려했고, 가미가제 정신으로 당신들의 타치코마를 희생시킨 점 백번 양보해서 높이 평가한단 말이다. 그러나 거기까지했어야 했다. '일신독립을 이룩함으로써, 일국독립을 이룩한다'는 그 여자의 비장한 목소리는 하지 말았어야 할 커밍아웃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난민과 반도라는 말이 불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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