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 유치원 모처럼의 긴 휴가 덕에 서울로 떠나면서 남겨두었던 편지며, 책이며, 사진이며, 하는 것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 이런 때가 있었구나. 오래된 유행가처럼 당시의 기억들이 한올 한올 살아난다. 앨범에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 사진들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면서 스캔을 했다.
나는 어렸을 때 심약한 편이었다. 라이너스처럼 실크소재의 이불이나 엄마의 파자마가 손에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손가락을 초등학교 2학년까지 빨았고, 밥을 안먹어서 엄마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왼쪽이 사진이 나다. 흙에 신발을 파묻고, 흙을 조물거리는 모습을 통해 심약한 캐릭터가 잘 드러나고 있다. 오른 사진은 나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다. 아쉽게도 그녀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좋아했었다는 기억만 건조하게 남아있다. 아마 소심한 성격에 말 한 마디 걸어보지 못하고 졸업했을것이다.
나는 오른쪽 끝에 펭귄처럼 서 있다. 첫사랑이 앞줄 대각선에 앉아 있는데, 이러한 자리 배치는 의도된 것임이 분명하다. 대각선은 마음을 들키지 않으면서,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심리적인 균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햇빛 때문에 찡그리는 아이들의 솔직한 표정이 재미있다. 요 것들도 이제는 다 컷다고 어른행세하고 다니겠지?
오른쪽에 남대문이 열린 어리버리가 나. 그렇지만, 이렇게 모자란 듯한 나의 모습의 너무 좋다. 애가 애 같아야지. ㅋ. 매우 아끼는 사진.
이것 역시 아끼는 사진인데, 내 생각에는 소변이 마려워서 저런 포즈를 짓고 있는 것 같다. 남들은 다 벗고 다니는데, 모자 참 열심히 쓰고 다닌다.
뒤에 아무도 없다. 초등학교 때 달리기를 했다 하면 꼴찌였다.
여기가 어딜까?
우리 누나. 이렇게 깜찍한 때도 있었구나...
2007/07/22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