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배후에는 침묵이 있어야 한다. 침묵이 전제되지 않는 소통은 빈곤하다. 침묵은 자아와 소통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어떤가? 사람들은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 음악을 듣고, 핸드폰과 메신저로 수다를 떤다, 미니홈피를 돌아다니며 댓글을 단다. 쇼핑을 하고, 게임을 한다. 실시간으로 인터넷 뉴스를 본다. 침묵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침묵조차도 '심심함'으로 폄화된다. 기술이 타인과의 거리감을 좁혀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자아가 소외되면서 타인과의 거리가 좁혀진다면 이 것이 무슨 소용일까? 껍데기끼리 만나는 것인데. 침묵과 소통의 균형만이 타인과 자아의 진정한 만남을 가져다 주고, 이러한 만남을 통해 타인과 자아가 풍요로워지는게 아닐까? 자아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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