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을 생각하다.
생각 | 2007/07/30 01:15
내가 신해철을 처음 안것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거슬러간다.
집에서 노래방을 하던 동아리 친구 황가의
발군의 노래실력에 혼이 쏙나가있던 중
녀석이 멋지게 소화한 노래가
신해철의 명곡 '먼 훗날 언젠가'와
'해에게 소년에게'라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로 '먼 훗날 언젠가'는 나의 18번이면서,
자막없이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노래가 되었다.
 
그러나 신해철의 음역이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였고,
멜로디가 좋았을 뿐 노래의 가삿말이나,
가삿말과 멜로디간의 전체적인 조화로써
그의 음악을 향유하기엔
나의 머리와 가슴이 너무 작았다.
그 때까지 그와 나는 가수와 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와 나의 진짜 조우는 대학 1학년으로 올라간다.
당시는 극심한 학내분규로
새내기의 로망이 산산히 부서져버린 암울한 시기였다.
그 때 시위의 현장에서
동기의 워크맨을 빌려 우연히 듣게된 음악이 'Hope' 였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그의 노래 'Hope'를 알고 있고,
나와 같은 경험이 있다면
그의 음악은 위로를 넘어서
구원이었다는 것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
그래 그렇게 절망의 끝까지 아프도록 떨어져
이제는 더이상 잃을 게 없다고 큰 소리로 외치면
흐릿하게 눈물너머 이제서야 잡힐 듯 다가오는 희망을 느끼지 
절망의 끝에서야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역설은
역설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의 복잡함과,
언어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어
가슴속에 진한 감동으로 남는다.
이 감동은 손실없이 에너지로 보존되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의 음악과 나의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새 음반을 발매하는 센스도 보통이 아니었다.
아쉽게도, 구입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퍽퍽!!)
이제 좀 여력이 생겼는데 요즘에는 음반을 잘 안낸다는 것이 아쉽다.
(쩝, 음악에 더 집중하셨으면...)
 
그의 음악은 삶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이것은 그 공정한 편성표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랑, 꿈, 고독, 역사, 정의, 추억, 실존, 일탈, 죽음....
국내에 이렇게 넓은 대역폭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 또 있을까?
최소한 대중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중엔 그가 유일하다.
 
신해철에겐 사랑도 평범하지 않다.
'Here, I stand for you'는 그 비범함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내 앞에 있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분명있을 것이며
그 앞에 떳떳한 사람이 되기 위해 세상과의 결전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진정한 사랑은 단지 성욕에 의해 자동으로 진행되는 프로세스가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하고, 과감하게 실천해야만 획득할 수 있는거라는 의미다.
물론 '늙고 지쳐 쓰러지잖게 어서 나타나줘'라고 절규하는 대목에선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서른즈음에 여전히 솔로로 남아있는 본인에겐
가장 공감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ㅠㅠ
 
그의 또 다른 주제는 자유다.
타성에 빠질 때마다 나는 그의 노래를 찾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매몰차게 묻는다.
자유란 무엇인가?
그 것은 간섭받지 않는 상태이면서,
동시에 안정감을 주는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민물장어의 꿈은 자유의 복잡한 측면을
매우 아름답고게 표현하고 있다.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말고 가라하는
서른즈음인 나에게 그는 다시 자유를 이야기 한다.
듣기 싫어도 들으라한다.
역동성을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생물에서 사물이 되는 것이라고....
 
우리나라 철학의 가장 큰 공헌이
철학과를 중퇴한 사람을 배출한 것이라면 비약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현대인이 감내하고 있는 고독을 위로하고
이 고독을 극복해야 한다고 힘주어 외치는 이 똘끼많은 아티스트를
철학책 속에 묻힌 철인들은 틀림없이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신해철과 같은 천재 뮤지션과 동시대에 살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Here, I stand for you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
I still belive in these words Forever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그저 지쳐서 필요로 만나고
생활을 위해 살기는 싫어
하지만 익숙해진 이 고독과 똑같은 일상도
한해 또 한해 지날 수록 더욱 힘들어
등불을 들고 여기서 있을께
먼 곳에서라도 나를 찾아와
인파 속에 날 지나칠때 단 한번만 내 눈을 바라봐
난 너를 알아 볼수 있어 단 한 순간에
Cause Here I stand for you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 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줘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 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줘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소년아, 기타를 들어
오래 참을만큼 참았어
그래 할 만큼은 했어
이제 빛바랜 꿈 접어논 기억
모두 다시 끄집어 내
강요된 미래 안전한 내일
그들한테나 줘버려
정녕 좋아하는건
골라 하려해도
다 못하고 죽을
정해진 우리 시간
이젠 네가 원하는 단 한가지
기타를 잡아
오래 참을만큼 참았어
그래 할만큼은 했어
언제라도 눈을 감으면
귓가에 소리가 들려와
먼지에 덮힌 너의 연인은
지금 너를 부르고 있어
그 무엇을 해봐도
느껴지지않고 그저
맴돌다 사라져 가기전에
이젠 네가 원하는 단 한가지
기타를 잡아

 
민물장어의 꿈
좁고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것 뿐
이젠 버릴것조차
거의 남은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하나가 남았네
두고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말고 가라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아래 깊이
한번만이라도
이룰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다른 안식을 빚어
그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어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아래 깊이
한번만이라도
이룰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2007/07/30 01:15 2007/07/3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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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2007/08/03 12:06 L R X
흠.. 그렇군요. 저의 신랑과 좋아하는 연예인도 같군요. 그럼, 고스트네이션도 자주 들으시나요? 학교 다닐때는 그것 듣는다고, 눈 밑에 다클 써클까지.. 지금은 인터넷으로 듣는것 같더군요. 지성(?)과 생각을 갖춘 몇 안되는 사람이지요...
egoing 2007/08/03 20:28 L X
아 반갑내요. 신해철을 교주라고 하는게 다 이유가 있는거거든요. 고스트스테이션은 안들어요. 제가 갖추고 사는게 없다보니, 집에 TV도 없고, 라디오도 없거든요. ㅎㅎ
laziel 2007/08/06 03:35 L R X
이러니 저러니 노이즈는 많아도, 확실히 대단한 인물이예요 :D 음악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신해철씨 노래는 왠지 듣다보면 온 몸이 찌르르 해지게 만드는 노래 중 하나죠. "연예인"이라는 단어로 부르기 민망한, 그래서 사람들이 "교주님"이라고 부르는게 훨씬 자연스러운 사람 ^-^
egoing 2007/08/06 07:06 L X
예 노이즈가 많은 건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빵껍질이 단단하기 때문일겁니다. 그의 말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만, 그가 스스로 생각해고, 행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존의 가치와 많이 충돌하는 것 같습니다. 이 충돌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뮤지션이라고 생각됩니다.
isss 2007/08/30 10:32 L R X
저도 신해철 무척 좋아합니다.반갑네요.^^
egoing 2007/08/30 10:38 L X
예, 저도 반갑습니다. 신해철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동지애를 느끼게 하는 참 큰 사람입니다.
mongnee 2007/09/23 08:02 L R X
저도 해철님 너무 좋아해서 고등학생시절 늦게까지 음도듣고 다녔었는데, 많이 반갑네요..^^
넥스트 2집앨범 정말 좋아하는데, 요즘 살짝 여유있어 보이시는 해철님도 나름 아주 멋지신것같아요. 뭔가..멋지게 늙어간다고 할까?(하하하~)
오랜만에 해철님 노래 가사 보니깐 감회가 새로워요.
잘 보고 갑니다~
egoing 2007/09/23 09:35 L X
신해철님은 그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 서로를 반갑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우리 시대 진정한 정치인 중의 한명인 듯.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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