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본질에 도달하는 방법은 대화이다.
나는 그 대화의 경험을 군대에서 했다.
내가 복무한 부대는 60년대에
미군에서 육군으로 육군에서 공군으로 전군된
장거리 미사일 부대였다.
당시 박정희의 미사일 개발을 미국은 저지하려했고,
그에 대한 회유책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유도탄을
한국군에게 양도한 것이다.
나는 이 유서깊고, 시대의 부침이 심했던 산중부대에서
유도탄 정비를 했다.
세월 앞에 장사없다고,
한 때 세계최초의 지대공 미사일이라는 영광도 있었지만,
(지대공 : 땅에서 하늘로 쏘는 미사일)
이제 패트리어트의 도입을 앞두고 퇴역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능했던 부대는
해체되어 없어졌다.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미사일의 구석구석을 만져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었다.
TM을 끼고 살았고, 선임과 정비부사관님에게 질문공세를 펼쳤다.
(TM : Technical Manual, 설명서)
TM과 질문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나의 애마인 나이키 미사일은 길이가 무려 11미터가 넘는 거구였고,
개발당시는 미국의 국가적인 관심속에 태어난 최첨단 장비였으니 오죽할까?
그래서 나는 녀석에게 질문을 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서 돌출된 프래임,
그 쓰임을 알 수 없는 수 많은 스위치들
리드미컬하게 이어지는 구멍들.
나는 녀석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어둑한 정비실에서
차가운 쇠로된 녀석의 볼을 어루만지며
우리는 뜨거운 밀회를 나눴다.
(나는 변태일까?)
녀석의 침묵은 일년간 계속되었고,
나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1년.
그렇게 1년이 흘렀고 녀석은 하나, 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50년전 자신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고,
자신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운 것이었다.
나이키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녀석에 대한 자신감은 더 많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놀라운 경험에
사물과의 대화라는 이름을 붙였다.
죽은 자와의 대화.
흔히 책 읽는 것을 이렇게 부른다.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을 우리는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대화는 비단 책을 통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대화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혼자있는 것이 심심하지 않다.
대화 상대는 도처에 있으니까.
대화는

기술이 아니고
수단이 아니다.
대화는
애정이고
인내이고
경험이고
목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사물보다,
죽은 사람보다
살아있는 사람과의 대화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지긋지긋한 이상기후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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