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전상서 진혁아
아는지 모르겠지만,
너의 엄마와 너의 삼촌인 나는
매우 각별한 사이란다.
너의 엄마가
그 특이한 이름 때문에 놀림을 당할 때
우리는 덩치 큰 형을 응징하던 조그만 조폭이었고,
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기울어지던 가운을 일으켜 세우려고 분투할 때,
지독한 가난을 맞아 함께 싸웠던 전우였고,
너의 삼촌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말없이 재능을 빌려주던 동업자였다.
진혁아
삼촌은,
어디에서나 너를 자랑한단다.
너보다 귀여운 아가를 본적이 없었고,
너는 나의 자식은 아닌지라,
비교적 욕먹지 않고
유전자를 자랑할 수 있거덩 ^^
무엇보다,
너의 외가식구들이 건너온 그 험한 세월이
너를 통해 보상되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너를 통해 그 결실을 본다.
너는 우리의 여명이다.
진혁아
니가 기억할지 모르지만,
삼촌의 나이가 28살일 때
우리는 처음 만났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다.
우리의 나이가 28배에서 2배 차이로 좁혀졌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삼촌은 60을 바라보는 중년이겠고,
너는 떠나가는 20대를 아쉬워하며
생의 두번째 사촌기를 맞이하고 있겠지?
그러고 보니,
너를 알고 있는 삼촌과
삼촌을 알고 있는 니가
처음으로 동갑을 맞이하는 때이기도 하겠구나.
삼촌의 과거와 너의 기억이 처음으로 조우할 때
나는 너에게 어떤 의미를 머금고 있을까?
너는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나타날까?
나는 그 날을 위해 오늘의 나를 여기에 두고 내일로 떠난다.
언젠가 너는 이곳에 남겨진 삼촌보다 더 어른이 되겠지.
긴장되고, 흥분된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릴께
진혁아.
눈치 챘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시간에
살아가고 있단다.
이 삼촌이 조금 살아보니까.
어떤 사람은 지난날을 책하며 철없던 자신을 원망하고,
어떤 사람은 내일이 두려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을 낙태하고,
어떤 사람은 생활의 고단함에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더라.
너는 또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너를
무시할 수도,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있다.
삼촌은
니가 너를 사랑하기를 바란다.
내가 너를 사랑하듯이 말이야.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또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자신에게
무한한 애정을 갖는 것이란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랑을 주고,
사랑받을 수 있겠니.
니가 스스로 숨쉬는 법을 처음 배웠을 때
삼촌은 너의 옆에 말없이 누워보았단다.
따뜻한 체온,
움직이는 호흡,
맥박의 울림까지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나는 너에게서 배운다.
그래서
너는 나의 스승이다.
언젠가는, 너도
니가 사랑하는 것을 품에 앉고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배울 수 있기를
그래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진혁아
고맙다
2007/09/25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