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이 미니멀리즘으로 거대한 성공을 거둔 후, 미니멀리즘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복잡한 것이 단순해 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뜬금없지만, 비디오 한편 틀어볼까한다.
단순함은 고귀한 목표이다. 도도하게 앉아있는 컴퓨터 앞에 무기력하게 놓여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짠한 것은 나 뿐일까? 우리는 우리의 어버이에게 살기 좋은 세상를 물려드려야 할 책임이 있다. 동시에 우리의 자식들이 우리를 복잡한 세계로 밀어넣지 않도록 견제해야 할 사명도 있다. 복잡함은 또 다른 불효이며, 무례이다.
그런데, 이 단순성으로 대표되는 사용성은 자유도와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 단순해 질 수록 자유도의 손실은 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단순함이라는 가치는 좀 더 신중하게 읽혀져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글을 통해 단순함이 제품의 발전단계에서 하나의 여정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제품의 생노병사는 좀더 넓은 시각에서 조망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꼭 단순한 제품만이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보다 유연한 시각의 필요성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많은 제품들이 초기의 복잡함에서 후기의 단순함이라는 여정을 거친다. 자연의 풍화작용과 비슷하다. 모난 놈이 정맞는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복잡함은 오류가 아니라, 필연이다. 이게 무슨 시대착오적인 소리일까?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까? 처음부터 대중적인 서비스는 사실 거의 없다. 아무리 열심히 혁신을 설명해도, 대중은 대중의 생활이 있고, 광고는 다른 광고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고와 대중만큼 가깝고도 먼 이웃이 또 있을까? 혁신과 대중의 소통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태초부터 대중을 겨냥하는 것은 허공에 총질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도 불과 10년 전에는 그것의 필요성을 눈치조차 채지 못하지 않았는가? PC, 휴대폰, 노트북 기타 등등등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스스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지 못한다. "그게 저에게 왜 필요하죠?"라고 귀찮은 듯 물어보는 냉대를 인내하며 혁신의 전도사를 자처한 것은 화려한 광고가 아니다. 다름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겹게 그것을 만든 사람들과, 이들과 동질성을 지닌 이름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Geek, 공돌이, 오타쿠와 같은 방식으로 폄화되고 있는 것은 참 가슴 짠한 일이다. 우리는 그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제품 개발의 초반에는 복잡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려, 복잡함이 내포하고 있는 자유도가 그 제품의 경쟁력이 되는 사례는 도처에 있다. 포토샵이, 위키피디아가 단순하기 때문에 성공했을까?
이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의 간택 받은 제품들이다. 그 제품의 유용함이 대중에게 확실히 전달되기만 한다면, 대중은 어려움을 감수하고도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Adobe가 Photoshop의 대중화를 위해 내놓은 photoshop element, ImageReady나 Macromedia가 Dreamweaver의 대중화를 위해 내놓은 Contribute와 같은 제품이 슬그머니 사라진 것은, 대중이 쉽고 단순한 것을 선호한다는 그들의 불안이 기우였음을 보여준다. 도대체 누가 Expert Mode와 Easy Mode가 병렬로 놓여있을 때, Easy Mode를 선택하겠는가? DSLR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수동모드 때문 아닌가?
한편, iPod처럼 기존의 복잡성을 뒤집고, 단순성으로 성공한 제품들도 있다. 나는 이것을 '혁신이 생활로 전의'된다고 한다.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온갓 기능을 구겨넣던 혁신에서, 단순하면서 편안한 캐주얼로 갈아입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있는 책상위의 볼팬과 당신이 앉아있는 의자를 보라. 이 것들이야말로 가장 성공한 혁신의 사례 아닌가? 우리의 촘촘하게 포위하고 있는 수많은 사물들은 저 마다 혁신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역사의 태동기에는 오만 종류의 볼팬과 의자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은 이제 혁신과 거리가 먼 생활이 되어버렸다. 이들의 혁신은 화석이되어 의자와 볼팬은 이렇게 생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것이다. 고정관념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시 ipod으로 돌아가서, 미니멀리즘이 성공한 것은 mp3 player가 이제는 혁신의 대상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혁신은 생활의 안락함을 꿈꾼다. 그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혁신이라는 질풍노도를 건너야 하는 것이다. 잡스는 혁신이 생활로 변신해야 하는 때와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서, 애플의 성공은 단지 이쁘고,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믿게 만들었으니 수 많은 아류를 통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비범한 능력까지 지닌 위인이다.
하나의 제품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는 다양한 문맥에서 읽혀져야 한다. 그것은 제품의 디자인, 기능과 같이 제품 자체 뿐 아니라, 제품을 향유할 사용자의 삶과 그 삶을 향유할 시대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미니멀리즘과 같이 단일화된 가치로 제품을 평가하는 것은 일종의 이념이다. 좌익과 우익이라는 가면을 뒤집어 쒸우는 이념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럴듯한 시각을 제공하지만, 선택적으로 세상을 보여준다는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념은 배우고, 익히고, 잊어버려야 한다. 단순성이 성공을 위해 반듯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자유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간사에 단계가 있듯이, 제품도 그 생노병사의 사이클속에 진보의 역사를 예정하고 있다. 아이팟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우리의 아이리버가 대중의 사랑을 받던 때도 있었다. 아이리버는 아이리버의 시대정신이, 아이팟은 아이팟의 시대정신이 있었다. 그래서 가치는 시대적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성공 신화의 표면적인 현상만을 쫏는데 급급해서는 안된다. 중심을 가지고 시대와 호흡한 제품만이 성공하는 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의 자식이다. 비범하고 특출한 사람도 자신의 시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자기에게 어울리는 시대를 살았던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적절한 시대에 태어났지만 그 시대를 이용하기 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 나은 시대에 태어났어야 했을 이들도 있었다. 선(善)이 언제나 승리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물은 그 나름의 시기를 갖는 법이며, 최고의 천부적 재능도 시대의 흐름을 이겨낼 수 없다. 그렇지만 현자는 하나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가 불멸의 존재라는 점이다. 만약 시대가 그에게 적합치 않다면 많은 다른 시대가 그를 맞이할 것이다."
발타자르 그라시안, 세상을 보는 지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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