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름에 대한 불만
생각 | 2007/11/18 14:39

러시아 소설을 읽고 있다.

다 좋은 데,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이름이다.
나는 지독히도 사람 이름을 못 외워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주인공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억하고 있는 이름은
제임스 본드, 아멜리아, 마리앙뜨와네뜨, 변강쇠 정도?
심지어 에린 브로코비치는 검색해서 알아냈다!

사실,
영화의 경우 등장인물의 아이덴티가 외모와 연결되기 때문에
이름같은거야 어찌되었건 상관없는 것이지만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글을 읽는 내내 찝찔한 기분을 가실 수가 없는 것이다.
랜덤하게 불쑥 책장을 열어졌히고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든 것도 아닌데,
불쑥 불쑥 아리송한 이름들이 끼어든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나의 책임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아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라스꼴리니꼬프(로지온 로마노비치/로마니치, 로쟈, 로지까)
        -> 주인공, 극중에서 네가지 방식으로 호명된다. 미친다!
       뿔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라스꼴리니꼬바
       두냐(아브도찌야 로마노브나 라스꼴리니꼬바, 두네치까)
       라주미힌(드미뜨리 쁘로꼬피치)
       뽀르피리 빼뜨로비치
       스비드리가일로프
       마르파 빼뜨로브나 스비드리가일로바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마르멜라도바

그 중 라스꼴리니꼬프는 주인공이지만,
얼추 1500페이지가 넘은 이 소설의 '상'권이 끝날 때쯤
의심없이 주인공의 이름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문자를 청각적으로 인지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문자의 실루엣을 보고 시각적인 식별한다는 뜻이다.
도대체 영화와 다른게 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이 쓴 이 소설은
오랜만의 주말을 홀랑 잡아먹을만큼 흥미진진하다.

2007/11/18 14:39 2007/11/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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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ay 2007/11/18 15:41 L R X
이름들이 최소 10자를 넘어가는군요..이거 원..저처럼 아이큐10초인 사람들은 도무지 어려워서 못보겠습니다..ㅎㅎ
egoing 2007/11/18 16:21 L X
처음에는 너무 힘들더니 이제는 좀 볼만합니다.
lunamoth 2007/11/18 16:47 L R X
마치 또 하나의 "입문의례와 호흡법 익히기" 인듯 싶긴 합니다. 까라마조프 힘들었지요;
egoing 2007/11/19 09:23 L X
ㅎㅎ 푸틴. 얼마나 좋아요. 부르기에도 귀염성있고, 외우기 좋고. 20자가 넘어가면 정말...
Rukxer 2007/11/18 17:46 L R X
이....이거! 제대로 압박이군요. 까스뻬르스끼는 그나마 짧은 것이었군....
egoing 2007/11/19 09:23 L X
글게요. ㅎㅎ
mine 2007/11/18 19:58 L R X
완전 공감이에요!! 전 외국 사람이름은 국적불문하고 정신못차리겠더라구요. 한 삼년전쯤엔 라보엠이란 소설을 읽는데, 하루 쉬었다 책 다시 펴면 어느놈이 어느놈인지 도통 헷갈려서 일쪽부터 백쪽까지 한 다섯번은 읽었던 거 같아요.. 결국 반년 정도 그짓하다 때려치웠답니다.
egoing 2007/11/19 09:25 L X
저도 그런경험이 있는데, 조정래선생의 아리랑을 잡았다가 1권만 5번은 본것 같아요. 대하소설은 일드나, 미드처럼 몰아쳐서 보지 않으면 1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chloe 2007/11/18 23:57 L R X
저거 죄와 벌 맞죠? 열린책들 시리즈로 봤는데,
이름덕분에 참으로 힘들었네요.ㅜ_ㅜ
egoing 2007/11/19 09:26 L X
예, 맞습니다. 이제 거의 다 읽어가요. 그 놈의 이름들도 이제 익숙해질려고 하는데. 정들면 이별이라더니. ㅋ
on20-편집국 2007/11/19 09:38 L R X
on20편집국에 있는 정윤정입니다. 매거진on에 이 글 발행 한번 해보심이 어떠하십니까? '네멋대로 해라'코너에 한번 올려보세요.
소은 2007/11/19 14:47 L R X
저는 다시 앞으로 갔다 오거나 아니면 종이에 적어 놓거나 해요. 그래도 헛갈릴 땐 그냥 읽어요..
그래서 인물이 뒤죽박죽 되어 버리지요..후훗
egoing 2007/11/19 15:14 L X
요거 다 읽으면, 호흡이 두배정도되는 소설을 시작해볼까합니다. 말씀하신 팁을 꼭 써봐야겠어요. 다행이 제가 보고 있는 소설에는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도입부에 첨부되어 있내요.
xizhu 2007/11/23 18:50 L R X
도스또예프스끼 이름자체로도 엄청 어렵잖아요 전 <백치>를 짱좋아하는데.
egoing 2007/11/23 23:34 L X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까라마조프네 형제들을 보고 있네요. 그 다음은 백치를 봐야겠습니다. 오랜만이세요. ^^
2007/11/24 01:22 L R X
예전 <백치> 읽었을 때, 거기 나오는 이름들이 헷갈려서 계속 앞장을 들춰봐야 하는 불편함이 말도 못했죠.

저만 그런 줄 알았네요. 러시아 이름..!
egoing 2007/11/24 13:17 L X
저는 이름에서 특징적인 글자 하나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이 난국을 근근히 견디고 있습니다. 스메르자꼬프 -> 스 이런 식으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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