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설을 읽고 있다.
다 좋은 데,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이름이다.
나는 지독히도 사람 이름을 못 외워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주인공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억하고 있는 이름은
제임스 본드, 아멜리아, 마리앙뜨와네뜨, 변강쇠 정도?
심지어 에린 브로코비치는 검색해서 알아냈다!
사실,
영화의 경우 등장인물의 아이덴티가 외모와 연결되기 때문에
이름같은거야 어찌되었건 상관없는 것이지만
소설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글을 읽는 내내 찝찔한 기분을 가실 수가 없는 것이다.
랜덤하게 불쑥 책장을 열어졌히고
그들의 이야기에 끼어든 것도 아닌데,
불쑥 불쑥 아리송한 이름들이 끼어든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나의 책임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아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라스꼴리니꼬프(로지온 로마노비치/로마니치, 로쟈, 로지까)
-> 주인공, 극중에서 네가지 방식으로 호명된다. 미친다!
뿔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라스꼴리니꼬바
두냐(아브도찌야 로마노브나 라스꼴리니꼬바, 두네치까)
라주미힌(드미뜨리 쁘로꼬피치)
뽀르피리 빼뜨로비치
스비드리가일로프
마르파 빼뜨로브나 스비드리가일로바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마르멜라도바
그 중 라스꼴리니꼬프는 주인공이지만,
얼추 1500페이지가 넘은 이 소설의 '상'권이 끝날 때쯤
의심없이 주인공의 이름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문자를 청각적으로 인지 한다는 것이 아니라
문자의 실루엣을 보고 시각적인 식별한다는 뜻이다.
도대체 영화와 다른게 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이 쓴 이 소설은
오랜만의 주말을 홀랑 잡아먹을만큼 흥미진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