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는 반제품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천으로 된 돗대와, 매끈한 모양의 선체, 정교하게 만들어진 각종 장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나마 제공되는 블록도, 각자의 쓰임에 따라 서로 다른 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업체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에 따라 블록을 조립하고 있었다.
“엄마, 이 배는 어떻게 움직여?” 영특한 녀석답게 질문공세를 펼친다. 레고를 받아서 뒤집어 봤다. 역시, 스크류는 없었다. 나는 블록을 하나 더 가져오라고 한 후, 가져온 블록을 적당한 위치에 붙였다. “이 안에 스크류가 있는데, 그 스크류가 밀어내는 힘으로 배가 움직이는거야” 아이는, 이미 깨달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삼촌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제품의 레고는 아이들을 조물주에서 직공으로 강등시키고 있다. 반제품의 레고를 받아든 아이들은 매뉴얼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모듈화와 매뉴얼화를 통한 생산성의 혁명은, 아이들이 희열에 도착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점점 단축시키고 있다. 희열은 더 큰 희열을 갈구하게되고, 아이들은 완구사의 영업사원이되어 부모를 괴롭힌다.
어렸을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몇 시간에 걸쳐 완성한 산출물은, 분명 조악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악할지언정 블록을 쥐고 있는 나의 손은, 이 세계의 전지전능한 조물주였다. 창조에 대한 희열과 희열에 대한 갈증은, 지금 이 시간 블로깅을 통해서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만간 레고는 완제품을 출시할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아이들은 창조주도, 직공도 아니다. 그들은 명실상부한 고객이 될 것이다. 고객에게 창의력같은 것은 필요없다. 희열에 대한 삐뚤어진 욕망과 구매력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