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도 없는 쇼핑메이트이면서,
룸메이트로 2년간 함께 했으며,
서로의 흉금을 기회있을 때마다 폭로했던
토탈 13년지기가 떠났다.
출발 전날.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꾸욱-
"일본 번호입니다.
필요하신 분 저장하세요.
잘다녀오겠습니다
090 1760 XXXX"
정신이 버뜩 들었다.
성의없이 띡 날라온 문자한통에 갑자기 심란해지다니.
녀석의 결심을 처음부터 지켜봤고,
요즘들어 매일 밤, 일본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왔던 터였다.
하지만 실감할 수 없었다.
또, 감정의 의외성인가?
공항에서 돌아온 후
좀 유쾌한 영화를 찾아봤다.
헤어스프레이. 오오오. 볼티모어~
망사등받이가 있는 의자도 하나 구입하고,
대청소도 했다.
전화가 왔습니다.
"발신자 표시제한"
누구지?
"나야, 지금 신주꾸 역에서 픽업 기다리고 있어"
"그래, 축하한다. 잘 지내고. 자주 통화하자"
"그래, 놀러와"
어색하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왜 어색하지?
섭섭해서?
아쉬워서?
아니다.
우리의 언어로 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대화는 정중할수록 팽팽한 긴장감을 암시한다.
극도의 상호힐난이야말로
친근감의 최상급인 것이다.
이거 좀 더러운 습관이라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해봤지만,
13년을 어떻게 당해내랴.
그냥 그렇게 사는거지.
다음에는 좀 쎄개 갈궈줘야겠다.
외장하드 잃어버린 기분이 이럴까?
지난 13년간 주고 받은
수많은 차이들,
그걸로 인한 앙금들,
그 와중의 습관들
따분함
편안함
우리 힘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