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좌충우돌! 블로그! 영화와 놀다'의 스테프로 참여했다.
너무 열심히 일했더니
가 아니라 너무 격하게 놀았더니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축제와 컨퍼런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컨퍼런스가 피와 살을 만드는 목적지향성인 반면,
축제는 피가 끓고, 살이 빠지는 놀이라는 점에서 과정지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는 컨퍼런스라기 보다 축제에 훨씬 가깝다.
식순을 보면 알겠지만 신나게 즐기는 것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행사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대담은
'대담'이라는 그 특유의 중후한 리앙스 앞에
'요절복통'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움으로서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패널들에게 눈치를 주고 있으니 말이다.
1. 다시보고 싶은 영화 : 기담 상영
후회스럽다. 보지 말았어야 할 영화였다. 지금 이 시각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상기해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짜증나는 일이다. 흥행에 실패한 이유도 내가 보기에는 분명했다. 정말 지루할 정도로 무섭기 때문이다. 영화 중반부터 귀를 틀어막었고, 막판에는 눈도 70%정도 감아버렸다. 시체 보관실에서 주인공을 끌고 가는 부분에서는 마치 롤러코스터에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비명을 질러버렸다. 그런 점에서는 나는 공포영화의 모범적인 소비자였다. 이 영화는 안생병원에서 일어난 3개의 기묘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Qwer999는 이 영화를 로멘스 영화로 규정하고 있던데, 거기서 로멘스를 향유할 수 있는 그 배포가 참으로 부러웠다. 도대체 돈 주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이런 영화를 왜 보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재수없게 무서운 영화! 동시에 호러홀릭이라면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할 명작!
토요일 1시, 게으름이 모든 감각을 압도하는 시각 탓일까?
행사 알리기에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일까?
좌석의 반도 채우지 못한 채 영화가 시작되었다.
행사의 주최로서 뼈아프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물론, 텅빈 객석이 주는 을씨년스러움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심화시키는 효과는 인정되지만.
2. 요절복통 영화쇼
블로그와 영화가 왜 만났을까? 지금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거 각이 나온다. 이번 행사에 초대받은 영화들의 면면을 보자. 잘 만들었지만, 관객과의 만남에 실패한 영화 기담, 작년 크리스마스 때 단 한차례의 상영 이후로 개봉 스케줄을 잡지 못하고 있는 기약없는 플래닛 테러, 영화쇼의 패널로 참석한 대한민국 최고의 마이너대가들. 이들은 왠지 블로그가 주목 받는 이유와 닮은 구석이 많다. 블로그가 미디어로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이너적 가치 때문일 것이다. 마이너적 가치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다양성과 동의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성이 중요한 것은 왜 일까? 다양성이 없다면 수 많은 욕망들이 그것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변태적인 도착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억압이란 두들겨 패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할 때, 나아가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가장 가혹하다. 그런 점에서 블로그가 지향하는 욕망은, 마이너 영화들이 지향하는 욕망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들간의 만남은 찰떡 궁합이다.
충무로에 대한 소외감을 토로한 심형래 감독의 대척점에서, 진정한 마이너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한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 자본의 재앙으로부터 독립영화의 멸종을 막아보겠다고 일종의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독립영화 배급지원 센터 원승환소장. 마이너 속의 마이너, 그 속의 마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감독. 이들이 있기에 한국영화는 풍부하다. 그 비옥한 토양을 블로그가 제공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이들은 숨기지 않았다.
토론회는 시종 유쾌하게 진행됐는데. 마이너 영화인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절망적 환경을 체념적으로 냉소하며 웃음을 유도했다. 그 웃음이 서글펏고, 그 서글픔과의 공조를 공고히 하고 있는 영화인들의 숨겨진 결의가 부러웠다.
3. 프리미엄 시사회 : 플래닛 테러
스테프라 참석하지 못했다. 해서 영화에 대해서는 별로 평할 것이 없다. 다만 일행의 전언에 따르면 기담과 다른게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고어물이란다. 행사는 이 때부터 가파른 오르막을 향하기 시작했는데, 이 영화를 애타게 기다리던 관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상영이후에 준비된 파티는 거기에 솔벤트를 들이붙는 격이었다.
4. 파티
파티는 벨벳 바나나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파티의 입장료는 단돈 5000원. 맛있는 레드홀릭 떡볶이가 한 봉에 5000원이고, stout 흑맥주와 DOLE바나나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것을 생각했을 때 거대한 액수는 아니었다. 그리고 수익금은 전액 독립영화진흥기금으로 드릴 계획이다. 파티의 막바지에는 경품까지 제공했다. 영화와 블로거의 첫번째 만남에 공감하는 의식있는 스폰서들 덕분에 경품이 넘쳐났다. 무엇보다 여자친구가 이쁜 아디다스 운동화를 거머쥐는 호사까지... ㅋㅋㅋ
인디벤드 오브라더스의 공연은 파티의 퀄리티를 높였고, 딴따라 땐스홀의 공연은 파티의 흥행을 견인했다. 처음에는 다소 소극적이던 블로거들도 중반이 넘어서자 무도에 합류했고, 일부는 무대에 올라가서 귀여운 난동을 부렸다. 이번 파티의 일등공신은 역시 슈테른님이다. 슈테른님은 딴따라 땐스홀의 맴버인데, 춤바람이 나서 일주일에 한번씩 무도 연습을 하러 무도장을 밟는다. 슈테른님이 없었다면 우울한 남성중심의 TNM에서 파티 같은 컨셉이 도출될 수 있었을까? 택도없지. 앞으로 우리가 주최하는 행사는 대미를 파티로 마무리하자고 건의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번 행사가 과연 해방과 소통이라는
축제 고유의 역활에 충실했는지를 반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누군가에 의해서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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