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분사됐다.
서비스회사와 미디어회사로 쪼개는 작업이었는데
작은 회사를 미분적분하니
사람은 적어지고,
공간은 커지더라. 자연히
일은 많아졌지만,
공기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새로운 프로잭트가 맡겨졌다.
기획자가 없고, 디자이너는 분주한 상황이라
기획, 디자인, 개발을 혼자해야 하는 국면이었다.
수년 전에 이메이징과 그것의 공식 웹사이트를
혼자서 만들어본 경험도 있고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실수였다.
3가지 실수를 했는데
1. 종이에 조금 깨적이다가, 에라이 바로 코딩으로 돌입했다.
2. 단독작업이라는 이유로 동료들과 일체의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다.
3. 이러한 상황에서 한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신기술을 도입했다.
프로잭트는 입체적인 이유로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
약 3주의 시간이 흐르니 우두커니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두가지 선택지를 꺼내들었는데,
지금 구현된 수준에서 일단 덮는 것과,
(언젠가는, 누군가는 똥치우는 상황이 반듯이 온다)
실수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욕먹을 각오로 새롭게 시작한는 것이다.
물론, 두가지의 옵션이 가능한 것은,
비즈니스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부 프로잭트였기 때문이었다.
두번째 옵션을 선택했고,
회사는 욕하지 않고, 선택을 수용했다.
감사하고 미안한 일이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작용-반작용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어서
밖에서 힐난하면, 안에서는 반발하지만,
밖에서 위로하면, 안에서는 스스로를 힐난하는 법이다.
이번 실패에 대해 자기 힐난까지는 아니고,
교훈정도 수준에서 과거로부터 자유하기로 했다.
1. 기획자와 디자이너한테 좀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 타인에게 종속적인 인간이 되었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기로 했다.
2번의 경우, 두가지의 대응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라는 전제사항이 충족되기 전까지 프로잭트를 진행하기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과, 다른 하나는 좀 더 진지하게 다른 직업군의 성취를 곱씹어보고, 겸손하게 시간 안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에서 프로잭트의 보류를 주장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일종의 물타기가 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다. 선택지는 솔직히 없다고 봐야 한다.
어쨌든 금주에 워크샵을 다녀온 후에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처음처럼 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답은 쉽지만, 풀이는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