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엑스에서 친구가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포트를 2만 5천 원인가를 주고 구입하는 것을 보고, 애플을 향해 상욕을 했다. 도대체가 양심이 있어야지, 지들이 독자적인 스팩 때문에 생고생하는 사용자들을 위해서 케이블을 제공하지는 못할망정 2천 500원이면 적당할 젠더를 2만 5000원에 팔다니! 라며 오지랖 넓게 분을 풀었지만,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할만하니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수백만원짜리 명품도 팔만 하니까 파는 것이고,
수억짜라 자동차도 팔만 하니까 파는 것이다.
문제는 살만하지 않은데 사는 소비자의 욕망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왜곡된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다.
어쨌든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애플과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오늘날 애플이 산업에 미친 결정적인 공로는 디자인의 중요함일 것이다. 잡스가 지독스럽게 관철한 디자인에 대한 아집은 부가적으로 치부 대던 디자인을 산업의 한 축으로 재편하고 있다. 애플 디자인의 경쟁력은 단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탄탄한 법칙 위에 서 있다. 간결함과 통일성을 중시하는 애플의 디자인은 물론, 세계최고의 디자이너들이 설계했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는 도면을 실제 제품에 적용하면, 보통능력의 디자이너도 보통 이상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마치 얼굴선은 김태희, 코는 전지현, 눈은 송혜교 이런 식의 조합이 가능하도록 모듈화, 절차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애플은 미의식 형성의 메커니즘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근본 없이, 미의식을 조작한다고, 오래가는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절세미인이라도, 인간성이 시궁창이고, 지성이 자갈 같다면 아름다움은 곧 추잡한 것이 된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디자인은 속물처럼 악취가 난다. CD를 제일 먼저 제거 한 것도 애플이었고, 하드디스크보다 훨씬 빠른 SSD를 장착한 것도 애플이었다. 이러한 공격적 행보는 사실 이미 시장 선도적 지위에 올랐기 때문에 기능한 일이지만, 동시에, 공격성이 없었다면 시장을 선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글의 초현실적인 촌스러움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미의식이란 아름답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치 있기 때문에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기술적 혁신이야말로, 애플의 디자인을 더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 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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