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과 논리 - 선수와 선생
생각 | 2008/10/14 01:09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히딩크는 선수 시절 2군이었다. 지금 그는 최고의 감독이 되었다. 유치원교사와 대학교수는 둘 다 가르치는 직업인이다. 그러나 둘은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한다. 선수와 선생 뭐가 다를까?

선수는 천부적인 재능이면 족하다. 그는 그가 잘하는 이유를 달리 설명할 이유도, 재주도 없다. 그냥 잘하는 것이다. 뛰어난 직관 덕에 이들은 논리적일 필요가 없다. 논리는 여러가지 용도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부족한 직관을 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직관이 좋은 사람은 입이 크다. 이들은 커다란 맘모스 빵도 한입에 구겨넣을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다. 반면에 직관이 부족한 사람은 입이 작다. 이들이 큰 빵을 먹기 위해서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작게 쪼갠 후에 하나 하나 입속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이내 입속으로 들어온 빵조각은 다시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모로 가나 서울로 가면 되기 때문에 직관이나 논리나 도달하는 것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논리는 분해와 조립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직관에 비해서 느리다. 시간을 절약한 직관은 남는 시간에 다른 빵을 먹어치울 수도 있다. 그래서 직관이 뛰어난 사람은 빠른 이해와 판단을 요구하는 일에 적합하다. 그럼 논리는 열등한 것일까? 아니다.

논리는 훈련이다.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에게 봉사하던 논리는, 타인을 가르치는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비유하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그에게 빵을 먹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직관은 먹기 좋은 크기의 빵을 만들지 못한다. 만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고, 빵을 왜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움에는 직관이 큰 도움이 되지만, 가르치는 것은 논리가 중심이다.

직관과 논리는 사고의 중요한 두 축이다. 문제는 둘이 별로 친하지 않다는 점이다. 직관이 뛰어나면 논리가 필요 없고, 논리가 뛰어난 경우는 대체로 직관의 결핍 때문이다. 전자는 연구능력은 출중하나, 강의가 엉망인 교수가 대표적이고, 후자는 명문대 나온 고문관이 전형적이다. 직관과 논리의 균형은 물론 중요하다. 그리고 이미 늦은 사람을 위해 적성이라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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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4 01:09 2008/10/1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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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lying Mate 2008/10/14 19:58 x
제목 : 직관과 논리
사람은 사고를 할 때나 판단을 내릴 때 직관과 논리를 사용한다. 직관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논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다?
나빌레라 2008/10/14 01:50 L R X
안녕하세요, 잊지않고 제 블로그에 또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과도한 스팸 트랙백으로 인해 트랙백을 막아 놓은것입니다.
직관과 논리에 대해서 선생과 선수를 비유한 글. 제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제 블로그에 들러주세요 ^^;
(참고로 저는 ego+ing님 블로그 RSS가 피더에 등록되어 있다죠..^^)
egoing@gmail.com 2008/10/14 17:19 L X
제가 깜박했내요. 저도 RSS로 구독중이랍니다. ㅎㅎ 과부한 평은 감사하구요
FlyingMate 2008/10/14 19:58 L R X
판단과 행동엔 직관이 중요하고, 소통엔 논리가 중요하다는 통찰을 주는 글이네요. 저는 요즘 혼자하는 작업과 함께하는 작업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데, 앞의 상황에선 느낌대로 움직이고 뒤의 상황에선 머리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좋은 포스팅과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egoing@gmail.com 2008/10/15 23:01 L X
저야 말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앞어선 느낌대로 움직이고, 뒤에서는 머리를 쓴다는 표현 좋내요.
히치하이커 2008/10/17 00:09 L R X
조금 다른 얘기지만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정말 다른 듯 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지만 한없이 지루한 수업과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의 연속임에도 흥미롭게 집중하며 들을 수밖에 없는 수업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요즘인지라. 켁.
egoing 2008/10/17 01:09 L X
힘내세요. 그 맘 잘 알죠. ㅎ
daybreaker 2008/10/17 14:28 L R X
제가 과학고-카이스트를 거치면서 공부할 때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쪽 계열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논리적인 사고가 중요할 것 같지만, 직관력으로 흡수하는 능력도 굉장히 중요해서 제 주변에서 몇몇 친구들을 보면 엄청난 직관력으로 쭉쭉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본문에서 비유하신 '입이 작은 타입'이라서 제가 뭔가를 이해하려면 굉장히 꼼꼼하게 살펴보고 하나하나 분해해서 저만의 언어로 번역해야만 그것을 소화시킬 수 있는데, 주변에서 특히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을 보면 성큼성큼 집어삼켜버리더라구요; 그런 아이들이 시험 볼 때처럼 짧은 시간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경우 상당히 유리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저는 시험 성적은 잘 안 나오지만 프로젝트나 과제에서 높은 성적이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똑같이 앉아서 서로 처음 보는 내용을 서로에게 설명해주면서 공부했는데, 같이 공부한 친구는 직관력으로 복잡하게 꼬인 문제들을 척척 풀어나가는 반면 저는 상당히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그 과목 시험에서 성적이 극과 극으로 갈렸지요..OTL 오히려 그 친구는 제 설명으로 더 많이 배운 것 같다면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신기해하더라는..;; 더 황당한 건 그 친구한테 그 문제들을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보라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는지 얘기해보라고 하면 설명을 못한다는 것이었죠. 저는 일단 제가 푼 문제면 대충 다 설명 가능한데 말이죠;

하지만 그런 직관력이라는 것도 밑바탕에 논리적 사고의 훈련이 있었기에 얻어진 만큼 더 노력하면 저도 언젠가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거꾸로 제가 더 직관력이 뛰어난 분야도 있긴 하지만요;
egoing@gmail.com 2008/10/17 14:42 L X
의견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논리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다음에 이야기 할 참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프리젠테이션 젠이라는 책을 봤는데 이런 대목이 나오더군요. 논리도 필요하다. 논리가 없이 사람의 치료하고,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일을 할 수 없다. 논리의 대표적인 도구인 수나 언어는 마치 레고 블럭 같은 것이죠. 이것들은 하나 하나 쌓아나가면서 시나브로 거대한 성을 이루는 것이구요. 이런 것을 쌓는 데에는 훈련과 인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직관력이 뛰어난 우수한 두뇌들이 처음에는 앞서가다가 뒷심이 부족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daybreaker님도 그런 애환이 있었군요. 저는 저보다 직관력이 부족한 사람을 보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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