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지 않은 기획
기획하지 않은 기획 서비스를 기획할 때 제일 먼저하는 것이 시장을 상정하고, 타겟을 설정하는 것이다. 서비스의 모든 기조는 타겟에 집중되고, 최적화된다. 문제는 공들여 선정한 타겟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영어권 유저를 겨냥한 서비스를 오픈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인들이 쇄도 한다거나, 20대 여성을 타겟으로 했는데, 중장년 어르신들의 안방이 되어버리는 케이스가 있겠다. 물론, 예측하지 못한 성공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DCInside다. 이 나라 인터넷 문화의 중요 발상지인 DCinside의 출발은 카메라 커뮤니티였다. 이 곳이 폐인이나, 아헹헹과 같은 독특한 문화코드의 성지가 될 것을 누가 예상했을까? 벌레잡는 회사 세스코의 경우 장난삼아 올린 인생상담과 장난삼아 답변 한 상담원의 기질이 만나 소규모의 지식인 서비스가 되었다.

일단 문화가 형성되면, 이 문화에서 벗어나는 것들은 '이상한'것들이 된다. '이상함'은 '뻘쭘함'을 유발한다. 뻘쭘함은 생각보다 강력한 실력행사다. 왜냐하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문화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인 즉, 명시적인 뻘쭘함이 아니라, 묵시적인 뻘쭘함이라는 것인데, 묵시적인 것은 명시적인 것보다 바꾸기가 어렵다. 명시적인 약속은 명시적으로 변경하면 되지만, 묵시적으로 형성된 문화는 명시적으로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것이다.

처음부터 타겟을 설정하고 문화를 설계하는 것은 어찌보면 기획의 오만이다. 문화란 유저들이 만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특정한 타겟에 최적화된 서비스는 그 타겟의 외면을 받을 때 그 누구의 몸에도 맞지 않는 옷이 될 수있다. 오히려 모호하게 타겟을 설정하고, 좀더 일반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일단 유저 층이 형성되면, 유저들의 문화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이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로 발전시켜가면 어떨까?

기획을 하지 않는 것도 분명한 기획이다. 다른 말로 여백의 미라고 한다.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 이동통신사
2008/11/1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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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 2008/11/17 09:54 L R X
흠 저는 회사도 문화를 구축하는 일원으로서 참여하는 서비스가 좋아요.
egoing 2008/11/17 10:34 L X
저도 그렇습니다. ^^
nunki 2008/11/17 16:30 L R X
늘 타겟설정에 집중해오곤 했는데 다른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되네요-
egoing 2008/11/18 11:44 L X
물론, 타겟을 소흘히 할 수는 없겠지만, 너무 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mepay 2008/11/17 21:06 L R X
질렛트가 칫솔을 가지고 남미에 진출합니다. 경쟁사가 없다는 이유에서 였죠. 하지만 그쪽 사람들은 양치질을 안합니다. 그런데 칫솔 판매가 급상승 하기 시작합니다. 작년해는 40% 성장 올해는 200% 성장 내년에 400% 성장

궁금했습니다. 양치질을 안하는데 칫솔 판매가 왜 이렇게 되는걸까?

more..
egoing 2008/11/18 11:45 L X
음 칫솔의 다른 효용 때문은 아닐까요? 구두를 닦는다든지, 배수구를 막고 있는 머리카락을 거둬낸다든지, ㅎㅎ
mepay 2008/11/18 17:29 L X
more.. 를 클릭해보셨을거라 믿습니다. ㅋㅋ 뭐 거의 맞추셨습니다. ㅋ

70~80년대 남미에는 정글에 숨어사는 반란군들이 엄청 많았는데..그들이 제몸처럼 아끼는 총기 손질에 있어서 질레트 칫솔만한게 없다라는 소문이 정글과 정글 사이로 퍼져나간 겁니다. 하긴 우리도 군대 있을때 칫솔로 총기 손질 하고 그랬죠.ㅋㅋ

칫솔의 본래의미 "이빨을 닦는다"에서 "이빨"이 아니라 "닦는다"가 주가 되어 판매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egoing 2008/11/18 17:40 L X
아풀사. 이건 한국적인 맥락에서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것 아니었나 싶내요. 그걸 놓치다니.....
재서기 2008/11/18 15:54 L R X
좋은글 보고 갑니다. (아... 이렇게 노말한 댓글을 달다니..)

정말 공감가는 내용이네요 ^^
egoing 2008/11/18 17:16 L X
감사합니다. (이렇게 노말한 답글을 달다니) ㅋㅋ
1센트 2008/11/23 03:33 L R X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저도 공감가는 내용이에요!!
egoing 2008/11/23 09:51 L X
부족한 글인데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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