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미네르바 미네르바의 구속은 인터넷의 자유를 놓고 봤을 땐 슬픈 일이지만, 미네르바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본의와 관계없이 영달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는 그에게 경제부 기자를 제안한 상태고, 수 많은 매체에서 그의 형량이 해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남산으로 끌고가서 물고문을 할 수 있는 세월도 아니기 때문에, 그에게 부여될 형량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 정도 패널티에, 그 만한 인센티브라면 나라도 미네르바에 도전해보겠다. 그를 영웅으로 만든 것은 검찰이고, 마이너들에게 미네르바라는 롤모델을 각인시켜 준 것도 검찰인 셈이다.

얼마전 회사 서버가 공격을 당했다. DOS공격이라는 기법이었다. 일반적인 해킹은 서버의 루트권한을 획득해서 서버를 자신의 것처럼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이지만, DOS공격은 막대한 양의 트래픽을 집중시킴으로써 그 누구도 서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현실세계의 준법투쟁과 유사하다. 고속도록 통행료로 10원짜리를 낸다거나, 법정최저속도로 운행하는 것은 현실세계에 대한 DOS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속수무책이었다. 서버를 다양한 방법으로 튜닝해봤지만, 압도적인 트래픽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비가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공격은 3시간 이상 지속됐고 ,무력감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현피 뜨고 싶다'

미네르바를 바라보는 정권의 심경이 이와 다를까?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정부공간에서 전통적인 정부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 코드를 뽑는 것 정도랄까? 검찰은 기세좋게 미네르바를 잡아가뒀지만, 그 이면에서는 일련의 초조함과 무력감이 읽혀진다. 바로 복제자에 대한 생산자의 공포말이다. 미네르바가 글을 쓰면, 수 많은 사람이 그의 글을 읽는다. 사이트에서 사이트로 펌된다. 다시 언론에 의해 소개된다. 무엇보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미네르바가 있다. 반면에 검찰은 어떤가? 미네르바가 당체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 글을 통해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조서를 작성해야 한다. 구속수사를 신청해야 한다. ROI(노력대비 성과)가 안나오는 것이다. 생산자인 검찰은 혐의를 생산하기 위해서 하는 족족 자원이 들어가지만, 복제자인 미네르바는 그 영향력을 복제하는데 자기 힘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만약, 미네르바가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었다면 사건은 어떻게 전개 됐을까? 인터폴에 공조수사라도 요청했을까? 촛불정국 때 정부는 포털과 동영상 서비스에 공문을 보내 여론을 조작하려했다. 자연스럽게 정보는 외산 서비스로 몰렸고, 이 지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결국, 변죽만 울린 셈이다. 과거에는 추방이나 유배가 무서운 형벌이었다. 물리적으로 멀어지면 영향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이런 짓거리를 계속한다면 조만간 서버가 외국에 있다는 점만으로도 성립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창궐할 것이다. 국가는 여전히 국경선을 파티션으로 한 국가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이 땅위의 사람들은 국민에서 지구인으로 귀화하고 있다. 긴 호흡으로 보자면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무기력함은 이해하지만 이런 식은 곤란하다.


      + Matrix  :: 복제자에 대한 생산자의 공포


2009/01/22 08:50

RSS | 한RSS | 구글리더
트랙백 :: http://egoing.net/trackback/963
Tracked from 지후아타네호의 진지함 2009/01/30 15:18 x
제목 : J.S.밀과 미네르바
“이 세상의 모든 훌륭한 것들은 모두가 독창성의 열매이다.” “국가의 가치는 결국 그것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가치이다.” “자기 교육의 진정한 방법은 모든 것을 의심해 보는 일이다.” - 존 스튜어트 밀 - 200여 년 전 사람인 존 스튜어트 밀이 살아 돌아와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고 뭐라 했을까? “개인의 표현에 대한 자유는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져야 한다.” 밀은 자유를 중요시했다. 그 중에서도 개인이 마음대로 사고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한 자유를 강조..
Tracked from 킬크로그 2009/03/06 17:15 x
제목 : 디시인사이드 DOS 공격 진정세로 접어든듯
화요일부터 발생한 DOS(Denial of Service) 공격때문에 접속이 원활치 않았던 디시인사이드(dcinside)가 오늘 오후부터 정상적으로 접속이 가능하다. 아직도 간헐적으로 접속이 지연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접속에는 큰 문제가 없어보인다. 오늘 오전에도 긴급 공지사항을 통해서 갤러리 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있다고 알렸다. 어제까지 갤러리 서비스의 URL은 gall, gall2, gall3 등으로 이름을 바꾸어 가며 서비스를..
햅메이커 2009/01/22 12:54 L R X
장기전을 고려한 포석을 두고 있는 것이겠지요.
뭐 그 포석이 유용할지는 4년뒤, 혹은 9년뒤에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먹혀드는 것 같아서 씁쓸한 맛이 드네요....^^
안먹혀도 챙겨드시길......
egoing 2009/01/23 10:30 L X
안먹히지만 챙겨먹겠습니다. ㅎ
맥퓨처 2009/01/22 17:10 L R X
'국민에서 지구인으로 귀화'라는 표현이 정말 맘에 와 닿습니다..
참고로 전 규성인(http://mcfuture.net/1) 이었습니다만 지구인으로 귀화를 했습니다.. :)
egoing 2009/01/23 10:31 L X
ㅎㅎ
그렇더라도 2009/01/22 22:52 L R X
검찰이 미네르바를 족치는건(?) 나름대로는 피곤한 일이지만 한놈만 제대로 족치면 다른놈들은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는거죠.

지금의 박씨는 예전의 운동권이 그랬듯 학교만 갔다오면 민주투사가 되는 새로운 방법의 첫번째 수혜자(?)가 될 확률이 높아졌죠. 다만 그걸 그가 원하느냐라는 문제는 남습니다.
egoing 2009/01/23 10:34 L X
공포의 복제죠. 정부가 취하는 전통적인 전략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성공을 하기에는 정부 쪽에도 딜레마가 있지요. 북한처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이런 상황이라는 공포의 유포는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cinephilia 2009/01/23 03:01 L R X
현실을 부정하고 싶습니다. 이 끔찍한 사고가..이 혼란스러운 시국이 현실이 아니길 바랄뿐입니다... 그저 악몽같은 꿈이면 좋겠습니다.
egoing 2009/01/23 10:34 L X
꿈이예요.
민노씨 2009/01/23 23:27 L R X
많은 미네르바 관련글을 읽었지만, 이 글 만큼 흥미로운 글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 )
그다지 재밌는 주제는 아니지만, 정말 재밌게 잘 읽었네요.

아, 설 잘 보내시구요.
올해엔 가끔 오프에서도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촛불이다 간담회다 몇 번 쯤 우연히 마주치긴 했지만요.
egoing 2009/01/25 00:25 L X
아이고 과분한 칭찬이시네요.

그러게요. 저도 맥주 한잔하면서 이야기 할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반듯이 달려가겠습니다!
ZihuataneJo 2009/01/30 15:20 L R X
이미 사람들은 디지털을 넘어서 웹을 갖고 노는데 정부는 아날로그식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때문인지 말씀처럼 참 무기력한 것 같습니다..
egoing 2009/01/31 09:25 L X
이건 마치 메트릭스에서 기계가 그 자식인 스미스 요원에게 휘둘리는 것과 비슷하지요.

아이디 :
비밀번호 :
홈페이지 :
  비밀글로 등록
내용 :
 


[PREV] [1] ... [233][234][235][236][237][238][239][240][241] ... [522] [NEXT]
RSS | 방명록 |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