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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2   세계
2012/03/13   투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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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세계 기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생산물을 만든다. 하나는 제품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다. 제품은 소비자가 소유하는 것이고, 세계는 생활인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지금까지 가장 대표적인 세계는 국가였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전 세계를 커버리지로 하고, 컴퓨팅이 인지에 깊숙하게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다양한 세계에 적을 두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리니지를 하루에 수 시간씩 10년을 한 사람에게 리니지라는 게임은 단순히 한 회사의 제품이 아니고, 그 사람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세계다. 전 세계 7억 명이 가입되어 있다는 페이스북은 전 세계를 짚어 삼킬 것 같은 기세로 팽창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를 과점하는 세계는 대체불가다. 지금 같은 추세로 간다면 미래의 세계들은 몰입도에서는 현실을 크게 앞지르면서도, 그 범위는 국가를 가볍게 초월할 것이다. 전 세계적인 단일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자본과 기술의 속성인 적자생존, 승자독식의 특성상 필연적이다. 그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페이스북은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였다. 양이 달라지면 질도 달라진다고 했던가? 만약 이 회사가 전 세계에서 짱을 먹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니 달라져야 한다. 얼마 전 기업공개를 한 이 회사의 주인은 유저가 아니라, 주주다. 이 회사는 유저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 회사가 생산하는 생산물이 제품이거나, 작은 세계라면 이런 스탠스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세계가 성원들의 삶을 실효적으로 지배하면서, 성원들이 다른 세계로 옮겨탈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는 세계는 폭력적이 된다. 오늘날의 근대적 국가도 근대 이전에는 왕과 귀족이 지배하는 주식회사였다.  2012/03/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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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독
투자독 투자는 뱀의 독이다. 이 독을 복용하면 약이 되지만 장기에 상처가 있다면 그것을 마신 자를 죽인다. 문제는 이 독을 구하는 자들의 마음이 너무 각박한 나머지 독의 효능에만 매달릴 뿐 그것의 독성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는 우선 조직의 팽창을 부추긴다. 경영진은 쇼핑하듯이 사람을 뽑는다. 공간이 부족해진다. 이사를 한다. 공간이 남는다. 그래서 사람을 뽑는다. 돈이 있어도 사람이 잘 안 뽑힌다. 인사권자는 자괴감을 느낀다. 좋은 사람만 모으면 일이 잘될 것 같은 착시에 빠진다. 집착적으로 사람을 뽑는다. 묻지 마 채용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신사옥에 사람이 가득 찼다. 모든 게 완벽하다. 달리기만 하면 된다. 모두 분주하고 열심이다. 모든 게 순조롭다. 한참 뒤에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모두가 바쁜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부랴부랴 원인 분석에 나서지만, 원인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원인을 모르니 결과라도 조지자.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다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직개편은 계속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올드맴버들이 이탈한다. 입사하자마자 퇴사하는 hi-bye 직원이 늘어난다. 직원들 사이에 정치가 심화된다. 사석에선 일에 관한 이야기가 사라진지 오래다. 직원들은 불행하고, 경영진은 불안하다. 상호불만과 불신이 축적되고 명령과 실행이라는 기계적인 관계가 고착된다. 구성원들 간에 회의는 많이 하지만 대화는 전혀 하지 않는다.

물론 결과론이다. 비즈니스란 준비와 기회의 예술이기 때문에 아무리 준비가 잘되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일은 실패한다. 하지만 투자 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다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작은 조직 경영자들의 문제는 그들이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이건희와 같은 거대집단의 수장을 롤모델로 한다는 점이다. 나라면 이렇게 해보겠다.

투자 직후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개별 면담을 진행한다. 그리고 각자가 하고 있는 일 중에 회사의 비전과 맞지 않는 일을 제출하도록 한다. 근데 사실 실무자들은 무엇이 필요 없는 일인지 잘 모른다. 자신이 이 조직에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니까. 그렇다고 경영자가 그것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경영자는 실무자가 무엇을 하는지 사실 잘 모르니까. 실무자와 경영자가 합심해서 조각난 퍼즐을 완성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리뷰하고 토론하면서 다 쳐낸다. 명심하자.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 것까지 다 쳐낸다. 투자는 물론, 해야할 일을 위해서 받는 것이지만, 그에 앞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안하는 것이 우선이다. 수차례 면담 후에 그가 해야 할일이 더 이상 없다면 그 사람을 신규인력이 해야 할 일에 배치한다. 한 사람을 고용한 셈이다. 그렇게 해서 늘어난 총 기회비용을 반영한 직원들에 대한 임금인상안을 발표한다. 만약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면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그리고 당분간은 새로운 인력으로 인해서 늘어나는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가급적 신규인력은 컨텍스트가 독립적인 업무에 배치한다. 커뮤니케이션과 컨텍스트를 설계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단절의 중대함을 간과하는 것이다. 단절이 연결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새로운 오피스가 필요하다면 은밀하고 신속하게 그리고 기습적으로 이사한다. 공간은 충원 인력 + 2명 정도의 여유공간이 생기는 가깝고 저렴한 공간을 물색한다. 공공연하게 이사 준비를 하면 업무 공백이 생기고, 멀리 이사하면 이해 관계가 충돌할 것이다. 인테리어 욕심이 나겠지만, 그 돈으로 직원들 컴퓨터랑 의자나 좋은 것으로 바꿔주자. 꼭 해야겠다면 손님들과의 인터페이스인 입구에서 회의실 구간만 한다. 창의적인 인테리어가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고취시켜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뿐만 아니라, 비싼 인테리어는 기민한 이사를 방해한다.

이 전략의 실행 계획은 다양하겠지만, 메시지는 간결하다.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라. 커뮤니케이션과 컨텍스트를 단순화 시켜라. 아껴라. 확실히 해두자. 이 전략은 결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다만 실패를 지연시킨다. 인력이 늘어나고, 업무가 변경되고, 새로운 골이 생기면, 그 과업은 아무리 팀원이 우수하고, 목표가 분명해도 당분간은 막장 속에서 고약한 악취가 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기회는 고사하고, 그 기회를 접대해야 할 준비조차도 한,두번을 실패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를 교훈으로 흡수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시간적, 금전적 여유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경영자의 지상과제다. 과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 아니다. 그것은 실무자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경영자는 실패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사람이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렇게 한,두번의 실패를 교훈으로 넉넉하게 받아들인 후에야 비로소, 간신히 성공적인 준비를 할 수 있다. 나머지는 기회의 몫인데 운명이다. 2012/03/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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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_Sang0 2012/03/13 18:33 L R X
ego+ing님에게는 '똑바로 일하라' 라는 책이 잘 어울리것 같습니다.
Hunslife 2012/05/08 11:39 L R X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글입니다. 우리 조직의 일면을 보는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하네요....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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