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소식 들었습니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안심할 수 없습니다만, 당사자들과 가족분들 그동안 몸고생 마음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희생당하신 분들의 가족분들에게는 어떻게 위로를 드려야 할까요? 그럴 수 없겠지만, 상처가 치유되길 기도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들의 무사 귀환과 함께 착찹한 생각이 자꾸 드네요. 개독교, 똥물교회, 배상을 청구하라! 와 같은 말들을 접할 때 말입니다. 지독한 일반화는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합니다. 여러분의 주위를 둘러보세요.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친구, 고락을 함께하는 동료……. 우리 주위에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모두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요?
알고 있습니다. 대형교회의 높은 곳에 앉아 세상의 권력을 탐하는 성직자들이 있습니다. 또 일요일에는 회계하고, 월요일부터는 죄를 짓는 상습적 회개중독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거룩함을 들먹이면서 고작 납세를 거부하고, 시대의 요구인 사립학교법을 삭발로 저항하는 이들도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을 닮은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교회에서 돈거래를 하는 자들을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간디가 그러더군요. "나는 예수를 좋아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 맞습니다. 기독교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비판은 변화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여러분에게 간절히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많은 기독교인이 이번 사태의 또 다른 희생자라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에게 예수는 교회라는 관료주의 이상의 것입니다. 교회는 현실의 문제이지만, 예수는 생명의 문제입니다. 교회는 신앙을 구체화하기 위한 차선일 뿐입니다. 이들에게 예수를 부정하라거나, 종교를 포기하라는 것은 생명을 포기하라는 무서운 선고와 다르지 않습니다. 타락한 종교인들은 이 불쌍한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여러분에게 소중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거악을 뿌리뽑겠다며 결의를 다지는 여러분에게 제가 할 말은 "힘내세요!"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에 좀 더 신중을 기해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여러분이 신앙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신념이 가진 메커니즘도 한번 즘 생각해주세요. 이를테면 이런 거겠죠.
1. 예수를 모르면 천국에 갈 수 없다.
2. 세상에는 예수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3. 내가 그들에게 예수를 알리지 못한다면 그들은 지옥에 갈 것이다.
4. 그래서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에게 예수를 전해야 한다.
예수를 모르면 천국에 갈 수 없다는 전제를 비판하는 것은 좋습니다. 오히려, 인간에 의해 편집된 성서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교회의 시스템을 맹목 하는 신앙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영적인 문제와 죄의 문제를 종교에 아웃소싱한 그들의 나태를 나무래주세요. 저도 함께 꾸중을 듣겠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신앙을 이루는 논리적인 구조 속에서 이들의 행동이 선의에 의한 것이라 점만은 인정해주세요. 제발, 그들이 악의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선교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라면 1억을 준다 해도 아프가니스탄에는 가지 않을 겁니다. 상대방의 선의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꺼예요.
인터넷 시대에 말보다 강한 무기는 없습니다. 그것은 총칼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여론은 말로써 이루어진 구조물이니까요. 아무리 위대한 전쟁도, 보잘 것 없는 평화보다 못한 것입니다. 폭력적인 방법으로는 누구도 행복해 질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앞세워, 철옹성처럼 기득권을 지키는 저 타락한 종교인들에 비하면 여러분의 말이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갈등의 효과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기득권과 피 기득권이 평행한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갈등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말입니다. 갈등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갈등의 품질을 높여야 합니다. 이처럼 과격하고, 전투적인 방법으로는 우리 조상이 해왔던 전쟁을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갈등의 품질이 높아지면 진보의 품질은 저절로 높아질 것입니다. 갈등을 표출하기 전에 어떻게 갈등할 것이고, 언제까지 갈등할 것이며, 어떻게 승복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합시다. 원칙 없는 싸움은 처절한 전쟁이 되지만, 질서정연한 싸움은 스포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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