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란 무엇일까?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보부동한 믿음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그게 돌덩이처럼 굳어진 믿음은 아닌것 같아. 집요하게 꾸역꾸역 올라오는 의심과, 위태롭게 흔들리는 믿음 사이에 놓여있는 뒤죽박죽의 상태가 아닐까? 어쩌면, 의심이 믿음을 이미 압도해 버렸을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뢰하는 것은, 관성 때문도 아니고, 믿음이 확고해서도 아니야. 관계 때문이지. 살아있다는 것이 머라고 생각해? 아니, 살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나라면, 그냥 느끼는 거라고 대답하겠어. 생각하기 때문에 살아있다는 식의 소리말고.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오감이 전해주는 고통을 통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거야. 오감 뿐만이 아니야. 관계를 통해서도 살아있는거야. 그 관계가 한쪽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배신당하면, 그건 관계적 타살인거야. 그래서 신뢰가 깨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지. 마찬가지 이유로, 불신할 수도 없어. 불신은 자살에 해당하니까. 그래서 나는 신뢰하기 전에 관계를 먼저 생각해. 이 사람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나는 요즘 누군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 쉽지않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