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고 있는 기억의 집합이다. 기억이 없다면,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내가 서로 동일인물이라고 주장 할 수 있는 근거는 사라진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삶의 문맥, 생각의 변화, 새로운 만남. 그 속에서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은 타인의 입장에서는 나의 신체 때문이고, 나의 입장에서는 어제와 오늘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기억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치매나 기억상실은 어제의 입장에서는 오늘이, 오늘의 입장에서는 어제에 대한 죽음이다. 반대로 카프카가 시도한 과감한 죽음은 멀쩡한 사람을 벌래로 변신시킴으로써 자기 입장에서는 멀쩡히 살아있는데, 타인의 입장에서는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죽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