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 그랬다. 책을 한번 펼쳐들면 꼭 반 쯤 읽고 접었다. 완독에 성공한 책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끼니마다 한 숟가락씩 꼭 남기는 막내삼촌의 습관을 닮아서 그럴지도 모르고, 인내와 근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확실하고, 독서를 하기에 세상은 너무 시끄럽거나, 할 일이 너무 많거나, 월등한 엔터테인먼트가 넘쳐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든 뻔뻔한 의혹이 있다. 그럴리는 없는데, 원래 책이라는 것이 3분의 1지점이면 할말은 모두 끝난다. 나머지는 분량에 대한 오래된 고정관념과, 구입하는 사람의 보상심리를 만족시키기 위한 잡담 때문이다. 물론, 그럴리가 없다. 에이, 내가 이상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