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있는 쇼핑몰들은 대체로 극장을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쇼핑몰의 입구에서 극장의 입구까지의 동선이 관객으로서는 매우 고단하다는 점이다. 몰이 고층이면 꼭대기에, 지하면 가장 깊숙한 곳에, 이런 식이다. 마케팅에서는 비타민과 진통제에 대한 유명한 비유가 있는데, 비타민은 있으면 좋은 것, 진통제는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쇼핑몰의 경우, 상점은 비타민이고 극장은 진통제가 된다. 관객들은 극장이 어디에 있건 찾아가지만, 손님들은 웬만큼 분명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굳이 불편한 곳에 있는 매장을 찾아가지 않는다. 즉, 대형화된 쇼핑몰들은 극장이라는 강력한 유인책을 이용해서 길어진 동선을 연장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쇼핑몰이 있는데, 동선의 영악함에서 으뜸은 역시 코엑스다. 이유는 동선의 의도적 복잡성 떄문이다. 코엑스에 수십 번 가봤지만, 그곳의 지리는 지금도 자신이 없다. 이쯤되면, 이건 공간 설계자의 실수도 불가항력도 아닌 고의다. 일부러 동선을 복잡하게 꼬아놓고, 구석 구석에 커피숍을 배치한 후, 가장 깊숙한 곳에 메가박스나 아쿠아리움을 숨겨두면 사람들은 복잡한 동선에 놀아나는지도 모르고, 별다른 저항없이 배회하게 되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고의적인 불합리성은 쇼핑몰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사람들은 검색을 하기 위해서 네이버에 들어갔다가, 정신없이 뉴스나 쇼핑을 하다가 빠져나온다.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교묘하게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해야하는 것을 하러갔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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