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취미
직업과 취미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였다. 유도선수 최민호는 파이셔를 이기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최민호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꺼이꺼이 울었고, 파이셔는 최민호의 손을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최민호의 눈물은 물론 아름다운 것이었다. 동시에 서글프기도 했다. 그것은 승리에 대한 절박함과 기쁨이 뒤죽박죽 된 복잡한 눈물로 비쳤기 때문이다. 파이셔는 달랐다. 그인들 패배가 아프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그는 슬픔을 가슴에 묻었다. 패배를 흔쾌히 인정함으로써 자존감을 지켰다. 올림픽이란 물론 운동선수들의 각축장이지만, 동시에 직업인과 취미인의 무대이기도 하다. 최민호라는 직업인과 파이셔라는 취미인의 대결은 진한 여운을 주었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사랑한다. 또 그 사랑이 순수한 것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은 유보되거나, 자연스럽게 폐기된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정붙이는 것이 현명한 것일께다. 안다. 하지만 프로잭트란 끝이 있기 마련이고, 그 끝은 다시 새로운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 새로운 시작은 또 다시 나에게 닥치고 변신이나 하라며, 트랜스포머가 될 것을 요구한다. 이 트랜지션 코스트는 꽤나 비싸다. 절친한 토목 엔지니어에게 프로그래밍을 전수하기로 했는데, 프로그래밍을 취미로 할 사람을 보니 샘도 나고, 내 신세가 짠해 보였다.

이래서 정말 좋아하는 일은 취미벽 안 쪽에 완고하게 격리시키고, 직업이 얼씬도 못하도록 경비해야 한다. 다행히 언제부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생겼고, 이 일은 여전히 고고한 취미로 남아있다. 그런 점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일인 프로그래밍의 희생은 불가피했다. 취미가 취미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직업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구 말마따나, 가장 이상적인 구도는 제일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남기고, 두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아닐까?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고 프로그래밍에게 다짐.


       + 올림픽과 취미


2009/07/02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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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노바 2009/07/02 06:00 L R X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인데 대학 면접때를 떠올리는 글이네요. 교수님이 제일 좋아해도 막상 닥치면 많은 것이 변질될 것이라고...

그때,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고 당차게 말했는데 선배나... 먼저 졸업한 동기들을 보면. egoing님이 말씀이 현실인 거 같아서 슬퍼요 ㅠ_ㅠ
egoing 2009/07/02 22:10 L X
그렇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예요. :) 제가 만약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싫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면 어땠을까요? 그건 지옥이었을꺼예요.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삼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예요. 그 속에는 분명 불행만 있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제가 대견스럽고, 매우 만족스러워요. 그러니 힘내세요!
Rukxer 2009/07/02 09:36 L R X
취미가 일이 되는 순간, 지옥이 펼쳐지죠. 대부분...
egoing 2009/07/02 22:11 L X
그래도 싫어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 보다는 좋아요. ^^
mooo 2009/07/02 10:04 L R X
저도 지금까지 egoing님과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결국은 가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준비하면서 드는 생각이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딱히 답이 나오지 않네요. :-)
egoing 2009/07/02 22:12 L X
태어날 때부터 답을 가지고 태어났나요? 머. 발 끝에 길이 있는 법이니 너무 걱정 하지마세요. 힘내세요!
쿨짹 2009/07/02 10:36 L R X
전 지금 트랜스포머 보러가용
egoing 2009/07/02 22:13 L X
저를 두번 죽이시내요. 트랜스포머 되는 것도 서러운데, 트랜스포머 보러가신다니;;; ㅋ
미유 2009/07/02 11:02 L R X
전 늘 재미있어용 큭
egoing 2009/07/02 22:13 L X
그래서 제가 미유님을 많이 아꼈죠. 같이 일하는 날이 또 오기를 :)
ghost 2009/07/02 11:34 L R X
흐흠 저도 젤좋아하는 취미땜에 이일을 시작했지만 그 취미를 직업으로가지진 못햇죠. 태경님처럼
젤좋은일을 취미로하고 두번째 좋은일을 업으로 삼았다랄가. 근데 게임관련 일을 업으로 하면.. 겜이 싫어질가요?
egoing 2009/07/02 22:14 L X
겜을 덜 좋아하게 되겠죠. 하지만,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 보다는 좋아요.
좌충우돌 2009/07/02 11:34 L R X
저는 취미였던 공연을 직업으로 발전시킨(공연기획자)

새내기 직장인입니다.

취미가 직업이 되니 가끔은 정말 공연 기획이 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던 거였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머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여기저기 부딛혀가면서 재미있게 살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왠지 고개가 끄덕여 지는 글입니다.
egoing 2009/07/02 22:15 L X
촤충우돌님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 행복을 잘 간직하시길 바래요.
yundream 2009/07/02 12:36 L R X
주머니 바깥의 보석이 멋져보입니다. 막상 손에 얻어서 주머니의 보석이 되면 후줄근해 보이는 법이죠.
egoing 2009/07/02 22:15 L X
그렇죠. 주머니 안의 보석은 후줄근해보이죠. ㅎㅎ
소은 2009/07/02 13:06 L R X
맞아요,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남겨둬야하죠. 일은 일이니까요..
egoing 2009/07/02 22:23 L X
^^
rince 2009/07/02 13:38 L R X
취미가 돈벌이가 되는 순간 취미의 자격을 박탈당하는군요
egoing 2009/07/02 22:24 L X
그렇게 되는군요. 단호하시내요. 하하.
j준 2009/07/03 07:53 L R X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먹고살기 위한 일이 되어버리면 철저한 노동으로 전락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이건 아담의 저주예요. '먹고살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는...'
저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는데 먹고 살기 위해 딴 일도 덤으로 해야하더군요. 쿨럭 :)
egoing 2009/07/03 21:25 L X
그래서 취미를 직업으로 안 두는 것이고, 취미가 없다면 만들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만도사 2009/07/03 09:32 L R X
직업은 금전의 유입이 없으면 계속 영위할 의미가 없어지나,
취미는 지속적으로 금전이 유출됨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일이잖아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좀 덜 벌더라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멈추지 않을듯 합니다.
멈추지 않는 에너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수많은 시도를 만들어내고
결국 남들과는 다른 차원의 탁월함에 도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거기에도 왠지 모를 '사명감'까지 덧붙여진다면... ^^
egoing 2009/07/03 21:28 L X
예 그렇습니다. 저는 취미가 취미로 남아있을 때를 베스트로 상정한 것이고요. 취미가 직업인 것은 그 다음 시나리오로 보고 있어요. 최악은 직업을 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고요. 말씀하신 말이 맞습니다. ^^
trauma2u 2009/07/03 11:32 L R X
'두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희생하고, 그 희생자가 '제일 좋아하는 일'의 희생까지 요구하는 상황. 그래도 (egoing님이 그러셨듯이) 희생을 헛되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열심히 살아봐야겠죠?
egoing 2009/07/03 21:32 L X
그으~러문요! 저는 취미를 사수할겁니다!
silent man 2009/07/04 22:05 L R X
노동의 소외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서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걸 통해 인격의 통합과 완성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하아.
egoing 2009/07/10 14:03 L X
많지 않겠죠? 하지만 다가가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정답이 없는 것들은 언제나 과정 자체가 정답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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