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닛은 싸이월드를 겨냥해 04년 8월 오픈했다. 그리고 다음은 05년 2월 블로그를 열었고, 이어 06년 12월 티스토리의 베타테스트를 마쳤다. 1년에 한번씩 개인 플랫폼의 큰 변화가 있었다. 03년은 네이버가 블로그를 오픈했고, 04년은 싸이월드가 커뮤니티 부분에서 다음을 넘어선 해다. 플래닛은 긴장과 절박함 속에서 태어난 서비스인 것이다. 그 결과 플래닛은 실패했고, 다음블로그는 어느정도 성공했고, 티스토리는 웹서비스 전체를 통털어서 2007년 유일하게 성공한 서비스로 평가받고 있다. 뚝심 있게 뒷심을 발휘한 결과다.
다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실패한 서비스로 낙인 찍힌 플래닛을 유지하는 것은 당사자인 커뮤니티 본부의 입장에서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또, 가뜩이나 네이버 블로그,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틈바구니에서 트래픽도 밀리는 판국에 개인화 플랫폼이 3개나 된다는 것은 좀 꺼림칙한 일일 것이다. 아무래도 단일 서비스 별로 트래픽이 비교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미 사망선고가 떨어진 서비스를 유지보수하는 것은 실무자를 피폐하게 한다. 이 누적된 불만과 허무는 의사결정자의 사고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은 사실 할 만큼 한 것이다. 이 바닥에서 4년이면 직장을 두 번 옮기고도 메뚜기 소리를 듣지 않을 긴 시간이니까.
하지만, 이 외로운 행성에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생명이 자라고 있지 않은가? 어르신들의 둥지가 무관심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가슴 아픈 것은 나와 엄친아들들 뿐인가보다. 좀 귀찮겠지만, 이 URL을 따라 댓글을 보자. http://planet.daum.net/planetmaster/ilog/4935738 유저들은 플래닛이 폐쇄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직감하고 있다. 읍소도 해보고, 소리도 질러보지만 플래닛 마스터는 말이 없다. 그 와중에 간간이 보이는 '운영자님..늘 건강하세요..^^*'류의 물정 모르는 댓글들. 이 착한 사람들이 어디로 간단말인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블로고스피어? 이들은 이방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다음은 사회공헌을 해야 하는가? 그렇다! 동시에 제대로된 비즈니스를 해보자는 것이다. 블로그 뉴스와 블로그 서비스는 개인미디어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여기에 어른들을 위한 SNS를 하나 더 보탠다면 다음은 다음 세대의 다음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나와 엄친아들들은 부모님의 행성을 지킬 수 있다.
생각해보자. 다음은 어른들을 위한 서비스로 플래닛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할까? 막대한 돈을 들여서 프로모션해야 할까?
개편을 놓고 이야기 해보자.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는 이해보다 암기가 중요하다. 나의 어머니는 DSLR을 쓰지만, 기종이 바뀌면 당황한다. 플래닛을 쓰지만 다른 집에 가면 한참을 헤맨다. 포토샵씩이나 쓸 수 있지만, 버전이 바뀌면 새로 배워야 한다.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법을 통째로 암기해버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쇠락한 암기력으로 말이다.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혼란을 줄 수 있고, 전면적인 개편은 비극적인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생각해보면, 플래닛이 어르신들의 서비스가 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더라도 비무장지대 정책을 유지하면서 은근하고 끈기있는 이른 바 잠수함 패치가 주효할 것이다.
떠들썩한 프로모션은 어떨까? 이건 돈 낭비일 수도 있고, 모종의 리스크도 내포하고 있다. 프로모션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 머리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노인들을 위한 실버 서비스 플래닛 이렇게? 이건 기존 유저들을 노인으로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또 네이버는 젊은이들의 서비스, 다음은 어르신들의 서비스로 스스로 규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것은 심각한 리스크다. 오히려 주목할 것은 맨토다. 다시 말해 누가 플래닛을 어르신들에게 가르쳐 줄 것인가?
첫번째 멘토는 플래닛의 유저들이다. 플래닛의 유저는 어떤 사람들인가? 젊은 이들에게 인터넷은 개나 소나 하는 거다. 그러나 어르신 중 플래닛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머랄까? 좀 여유롭거나, 악착같거나, 비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또래 커뮤니티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은 메스미디어급이다. 또 다른 멘토는 자식이다. 어르신들은 주로 자식들에게 인터넷을 배운다. 자식이 다음을 쓰면 그 부모는 평생 다음유저가 되고, 자식이 네이버를 쓰면 부모는 평생 네이버 유저가 된다. 온라인 상에서 자식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부모가 자식에게 미친 영향에 필적한다. 그런데 문제는 플래닛의 유저들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이 나라의 자식들이 지 부모에게는 극도로 불친절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멘토링의 토양이 매우 척박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플래닛은 사회공헌의 성격을 띤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한다. 비즈니스와 사회공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비즈니스는 성과를 중시하고, 사회공헌은 가치를 중시한다. 그렇다보니 비즈니스는 언제나 조급하다. 조급해서는 이 시장을 열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플래닛은 피 말리는 점유율 경쟁이 아니라, 세대 간 정보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진득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스럽게도 다음에는 다음 세대 재단이라는 중량감 있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의 최근 사업을 보니 청소년 중심이었다. 물론, 다음세대의 주인공은 청소년이다. 그러나 최소한 온라인에선 어른들도 다음세대다. 이 단체를 통해서 세대 간 정보불균형의 해소에 나서고, 그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SNS로 플래닛을 배정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은 취약한 멘토링을 강화시킬 것이고, 장기적으로 서비스의 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란 준비와 기회의 예술이다. 어르신들의 시장이 지금 없다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목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금 다음이 해야 할 것은 일단 신뢰를 회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내일도 모래도 플래닛이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신뢰 말이다. 누가 없어질지도 모르는 서비스의 멘토를 자처하겠는가? 대문에 못질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의미심장한 진보고, 전략이다. 이보다 쉬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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