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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7   죽은 시인의 사회 (28)


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

얼마 전 고교 때 활동했던 문학동아리 선후배를 만났다.
즐거워야 할 술자리가 즐겁지만은 않은 것은
동아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술자리에서는 동아리 재건을 위한 방안이 논의됐고,
이번에도 그랬다.

어떤 이들은 일어나서 재건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역설했고,
어떤 이들은 앉아서 현실성이 없다며 공허함을 토로했다.
하나의 술자리를 두고 형성되는 윗공기와 아랫공기의 온도 차는
서울 생활의 출발점이었던 옥탑방의 겨울공기처럼
가벼운 절망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온 후
다음에 개설된 동아리 카페에 오랜만에 걸음 했다.
게시물들은 1년에 한 번씩 있는 정기모임을 주기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나이테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 습관의 흔적은 꽤나 견고해 보였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생노병사를 거친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것만이 살아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람과 사람이 관계하며 만들어진 조직도
엄연히 살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조직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나는 壁문학회를 이제 편안하게 안락사시켜주고 싶다.

"너무 아쉽지 않나요?"
맞은 편에 앉아있던 후배가 되묻는다.
동아리가 몰락하던 시기에 회장을 맡았던 녀석이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친구들이 경험했을 문학회는
스스로 황금기라고 정의하는 자부심 많은 선배들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임을
그 우울한 공기에서
도대체 추억할 무엇이 있었다고
그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그 마음이 고맙고,
좋은 동아리를 물려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죽음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의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이 죽음이 슬프지만은 않다.

마음이 하 심란하여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았다.
왠지 이 영화라면 나를 위로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시 동아리가 있었고,
우리처럼 사라졌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동아리의 일원이었던
키팅 선생이 부임했다.
그는 참교육을 실천하였고,
그의 가르침을 존경하던 아이들은
죽은 시인의 사회를 부활시킨다.

이토록 아름다운 부활이 또 있을까?
입시지옥속에서
카르페디엠을 외치며
엄숙한 교정의 질서에 도전하며,
예술이 무엇인가를 처절하게 고민했던
우리의 정신이라면
그것이
시가 아니어도 좋고,
문학이 아니어도 좋고,
壁이 아니어도 좋다.

동아리의 재건을 위해 분주하기보다
우리의 유산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하여,
죽은 시인의 사회를 열어젖힐 누군가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죽은 시인의 사회는
모임 자체가 아닌,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카리페디엠의 의미를 깨우친 키팅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키팅 선생님을 통해
카르페디엠의 의미를 깨우친 젊은 제자들이었고
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壁은 지금도 시퍼렇게 살아있다.




물론,
나는 나의 사랑하는 선배와 후배들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충실히 임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나의 부주의한 글이 그들의 노력에 대한 냉소로 오독되지 않기를.....

2007/11/0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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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사쿠의 민폐형 2차원 공간 !* 2007/11/10 18:14 x
제목 : [로빈 윌리엄스 콜렉션 (1)]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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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카르페디엠(Carpe Diem) - 다시 본 " 죽은 시인의 사회 " 와 블로그
1989년에 제작된 "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 " 를 스크린영어사에서 출판한 영어학습서적으로 다시 읽었다. 영화도 서너 번 봤었는데, 간만에 책으로 읽으니 감회도 새롭고 그때 그 감동이
Read&Lead 2007/11/07 23:55 L R X
egoing님의 필력을 본받기 위해선 어떤 훈련과정을 거치면 될까요? 요즘 생겨난 질문입니다..
egoing 2007/11/08 23:26 L X
부끄럽사옵니다. ^^;;
Rukxer 2007/11/08 00:17 L R X
저도 친구들과 함께 과거로 묻어버린 동아리가 하나 있죠. 즐거운 꿈을 꾸는 사람은 현실과 타협을 하거나 꿈에 눌려 현실을 떠나거나. 둘 중 하나인 듯 합니다.
egoing 2007/11/08 23:26 L X
모호하지만, 심장한 말씀 잘 들었습니다.
mepay 2007/11/08 02:42 L R X
참..매번 오면서 느끼는 거지만..글을 묘하게 빠져들게 쓰시는것 같습니다..가끔 이고잉님글을 볼때면 제가 올려 놓은 포스팅이 한없이 부끄럽게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항상 좋은글 자주 보고 싶습니다..
egoing 2007/11/08 23:27 L X
그런말을 들을만한 글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going 2007/11/08 23:39 L X
그러고 보니 도아님의 블로그에서 쇼핑몰 관련된 글을 쓰시는 mepay님이셨군요. 까칠까칠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글. 항상 좋은 정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때가 ^^
moONFLOWer 2007/11/08 08:50 L R X
egoing님의 글은 웹브라우저를 열어놓고 오랫동안 되뇌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참...좋은 글입니다.
(지난주에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는 중에 죽은 시인의 사회에 대한 설명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어찌나 설명하기 어렵던지..죽어버리고 싶었습니다)
egoing 2007/11/08 23:27 L X
카르페디엠 한마디면 되지 않나요? ㅋㅋ
썬도그 2007/11/10 15:59 L R X
역시 문학동아리 출신 다우시네요. 글이 살아있습니다. 저 또한 사진동아리 출신인데 사진동아리도 문학동아리 못지 않습니다. 점점 회원수는 줄어들고
다들 디카들고 다니지만 정작 사진을 안배웁니다.
흑백을 하거든요. ㅠ.ㅠ
egoing 2007/11/10 20:58 L X
아는 만큼 느끼는 건데 말이죠. 디카를 소유하려고 할 뿐, 디카를 통해 세상을 보다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걸까요? 동아리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가 동아리를 통해 배운 것은 학교에서는 결코 가르켜주지 않는 것들이었거든요.
썬도그 2007/11/10 16:04 L R X
맛깔나는 글 때문에 rss추가합니다. ^^
비밀방문자 2007/11/12 09:14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7/11/12 09:30 L X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알라딘 댓글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의견은 저의 블로그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시구요.
egoing 2007/11/12 10:06 L X
찾았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해봤습니다. 제가 알라딘에 댓글을 달았는지는 몰랐거든요. 멋진 댓글 잘 봤습니다. 저의 생각도 곧 첨부하겠습니다.

http://blog.aladdin.co.kr/799807193/1435119#C1343839
rince 2007/11/12 23:19 L R X
요즘 대학의 많은 동아리들이 사라져간다는 말은 들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egoing 2007/11/13 09:47 L X
동아리활동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변했으니, 동아리도 변화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내요. 너무 빠른 변화로 인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는 것이겠지만,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싶은 욕구는 뿌리깊은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파란토마토 2007/11/13 12:23 L R X
죽은 시인의 사회라....ㅠ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에요.

에단 호크에게 큰 매력을 못느끼는 저이지만
그 영화에서 보고는 반해서 아직도 좋아하고 있어요..
egoing 2007/11/13 14:10 L X
저 역시 그렇습니다. 곧 책으로도 읽어볼 생각이예요. ^^
mine 2007/12/06 14:51 L R X
매번 egoing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세세한 감정들을 글로 참 잘 풀어내신다는거에요. 전 뭔가 비슷한 생각을 하다가 막상 문자로 옮기려고 하면, 도저히 뇌속에서 만들어지는 옹알이수준의 말들을 손으로 표현해낼 수 없어서 관두거나 옹알이보다 더 알아듣지못할 말들로 뭉뚱그려서 몇마디 뱉어내곤 말거든요. 결론은...'부럽군'이었습니다.
egoing 2007/12/06 23:10 L X
저야 말로, mine님의 촌천살인 앞에, 뒤집어진 바퀴벌래처럼 무너지고 있습니다. '부럽군'은 반사입니다.
불량중년 2008/03/25 22:44 L R X
안녕하세요? 티스토리 블로그를 하나 꾸리고 있는 닉네임 불량중년입니다. 제 블로그에 여러 댓글을 남겨주셨는데, 이제사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그간 개인적으로 번잡스런 일들이 있어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습니다. ^^;;

" 죽은 시인의 사회 " 에 트랙백으로 와보니 소담한 좋은 글이 있네요. ^^ 잘 읽고 갑니다. ^^
egoing 2008/03/27 09:17 L X
저야말로 잘 읽었습니다. ^^
아다리 2008/08/29 15:08 L R X
아쉬움과 희망, 그리고 애정이 잔잔하게 느껴지네요.
트랙백으로 정말 좋은 글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going 2008/08/29 16:41 L X
저야말로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앙겔 2008/08/30 00:08 L R X
오래전에 등록했던 글에 대한 걸 제 블로그에 와서 읽어주셨군요 ^^
전 영화를 보면서 작가, 감독이 의도했던 거나 행동들이 시사하는 바를 많이 보려고 하는데 ego+ing님께서는 직접적인 경험으로 피부에 확 와 닿으셨겠군요
egoing 2008/08/30 00:37 L X
저도 앙겔님의 글 잘 봤습니다. 피부에 와 닫는 것을 넘어서 피부가 베껴지는 고통을 느꼈다는.... ㅠㅠ
대흠 2009/08/13 19:54 L R X
에고잉? 이고잉? 암튼...^^
님의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셨군요. ego+ing님을 처음 봤을 때 대뜸 박제가 된 천재, 李箱이 떠오르더군요.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이상이 디지탈 시대에 부활하면 이와 같을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좋은 재능, 어떤 식으로든 꽃을 피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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