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이. 세상의 온갓 더러운 것들을 정화해 버릴 것 같이 착한 친구. 그러나 한편으로는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어둠이 마음속 깊이에서 웅크리고 있다.
녀석을 만난 건 98년 국문과에 입학하면서였다. 학회실의 쾌하고 꼬질꼬질한 냄새가 아직도 선명한데 벌써 8년이 지났군. 엉성한 탁자 위에 시 한 편을 올려놓고 가열차게 난도질을 감행하던 그때 너는 마치 나에게 혁명군 같아 보였다. 내면과 세상을 향해 날 설 칼을 휘둘렀었지. 그 와중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고, 언제나 인간을 사랑했던 너를 우리는 좋아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했었다. 그 어둠을.
그러나 식장에서 환하게 웃는 너를 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놈의 어둠은 여전한 것 같은데....... 흠. 공존하는 법을 배운 것일까? 이상하게 이제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것이 없으면 마치 니가 없는 것이다라는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니 옆에 서 있는 그 든든한 어깨가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너를 품어줄 수 있을 만큼.
녀석 꽃 단장을 하니 한혜진을 쏙 빼닮았더군. 마음만 착한 것이 아니라 얼굴도 착했구먼. 그렇게 예쁜 얼굴을 어떻게 감추고 살았는지... 워낙 알 수 없는 구석이 많은지라 이해는 가지만. 신비주의도 이제 그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영이는 꼭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괌 어딘가서 사람 좋아 보이는 신랑과 알콩달콩 신혼의 단맛을 즐기고 있을 테지. 이제 신랑의 넓은 가슴에 기대서 좀 편안해지기를 사심없이? 기대한다. ^^ 그리고 가끔 만나서 재미있는 옛날 얘기, 사는 이야기 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 수 있는 친구로 남아주기를...
태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