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에 해당하는 글1 개
2007/09/22   블로깅하다 (32)


블로깅하다
블로깅하다

나에게 블로그는 육체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감성과 이성이 포스트로 육체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술에선 현실을 충실하게 묘사하면 구상이라고 부르고, 피카소처럼 자연을 모사하지 않고 작가의 영감을 자유롭게 표현하면 비구상이라고 부른다. 즉 비구상에서 구상이 되는 공간이 블로그이고, 이러한 행동이 블로깅인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고단한 일이다. 이성과 감성의 비구상적인 꼼지락거림을 구상의 세계로 호출하는 것은 극심한 진통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한 때는 표현의 관성에 굴복해 거짓말을 하며 가책을 느끼기도 했고, 또 한 때는 슬럼프에 허덕거리며 술에 쩌들어 살 때도 있었다. 그 후엔 평범한 직업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야했다. 맨 처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의 순진한 욕구와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사이에 펼쳐진 연대기는 의도됨과 의도되지 않음이 뒤죽박죽된 절필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절필조차 작문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그래, 생활로 돌아가서 충전하고 오라는 계시겠지.

이번 절필은 참 길었다. 20대의 반토막을 글을 쓰지 않고 보냈으니 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돌아와서 봤더니 고통이 실은 글쓰기의 한 측면이더라. 조정래 선생께서는 첫 장을 쓰기 위해서 20~30장의 파지가 나오는데, 그 한 장을 쓰는데 2~3일이 걸린다고 했다. 10년에 걸친 대하소설이었으니 그가 감내야 했던 고통은 나 같은 보통사람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겠지. 그도 그럴것이, 한편의 포스팅을 완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비트가 타이핑과 삭제를 반복하며, 공개의 마지막 단계에서 비공개로 낙태 되던가!

창조적 행위의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은밀성이다. 나와 당신은 예외 없이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밀애와 인내의 고통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블로깅도 다르지 않다. 온라인, 오프라인에서의 대화, 살아있는 자, 죽어있는 자와의 대화, 생물, 사물과의 대화..... 생활의 구석구석에서 수많은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은밀한 밀애는 그 절정의 순간에 수많은 상념들을 사정한다. 이들은 스스로의 운동성을 발휘하여 격렬한 속도로 자궁으로 헤엄쳐 나아간다. 모든 포스트의 어머니이자, 고향인 위지윅에 도착한 이들은 치열한 백병전을 벌이고, 그 전투 끝에 승리를 거머진 상념만이 위지윅의 텍스트 필드에 착상된다.(위지윅 : WYSWYG ::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저작화면과 출력화면이 동일한 현대적 저작프로그램)

끝이 아니다. 모든 생을 통털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개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공개의 가장 두려운 적은 다름 아닌 자궁의 안락함이다. 얼마나 많은 상념들이 삶의 고통과 죽음의 유혹에서 죽음을 선택했던가? 글 목록은 이들의 무덤이 된지 오래이다. 텍스트 큐브는 이들의 죽음을 기리고, 그 부활을 장려하기 위해서 글 목록의 제일 높은 곳에 탭을 마련해 두었다.

은밀성 속에 숨어있는 창조의 고통은 그것을 더욱 고독한 행위로 만들고, 고독은 고통으로 다시 수렴되어 더 큰 고통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에는 진통을 감내케하는 희열이 있다. 고통이 클수록 희열은 대단한 것이 된다. 희열은 창조의 또 다른 측면이다. 비구상이 구상이 되어 육체를 가졌을 때의 희열은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이다.

Runners' high  
신체적인 극한의 지점에서
내밀하게 분비되는 생체적인 마약으로 인한
환각상태.

창조적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은밀한 고통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희열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글을 쓰고, 제품을 개발하며, 쓰지도 않을 자본을 축적하고, 아이를 갖는다. 신의 솜씨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피조물의 피조물에 불과하지만, 신이 경험했을 나르시즘을 간접경험 하는 것은 한번 맛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이니까.

창피한 고백이지만, 나는 공개된 글을 보며 기뜩한 감상에 젖곤한다. 이게 정녕 내가 쓴 글이 맞습니까? 물론, 자뻑의 기간이 길게 가지 않는다는 점은 창조의 마이너한 측면이다. 시간은 자뻑을 가만두지 않더라. 나르시즘의 희열 뒤를 바짝 따라오는 불쾌감과 허무는 이내 길거나 짧은 절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열에 대한 기억은 천천히 불쾌감과 허무를 밀어내고, 그 빈자리를 창조에 대한 욕망으로 채울 것이다. 그래서 절필은 영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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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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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Lead 2007/09/18 08:19 L R X
창조의 고통, 창조의 희열.. 100% 공감입니다~ 제가 블로깅을 지속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습니다. ^^
egoing 2007/09/18 09:53 L X
저는 조만간 또 절필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는데 ^^;;
jjyoungyd 2007/09/18 09:07 L R X
님의 글을 통해
터질 듯 영근 젊음을 만끽해 봅니다
깊이있고 멋 진글 잘 감상했습니다
egoing 2007/09/18 09:54 L X
과한 칭찬입니다.
감사합니다. ^^
비밀방문자 2007/09/18 09:39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7/09/18 09:56 L X
예, 가끔은 저만의 언어로 이야기 하고 싶을 때가 있어서요. 그런 글들은 여지없이 독백(이기적 언어)라는 카테고리로 팽겨쳐집니다. 힘을 빼야 하는데... ^^
꼬깔 2007/09/18 10:25 L R X
포스팅이란 것이 그렇더라고요. 아주 쉽게 쓰여지는 것도 있고, 정말 며칠 밤을 고민해도 완성되지 않는 것이 있고... 저도 한 2년 가까이 구상만 하고 쓰지 못한 포스트도 있어요. 그런데 이럴 경우 대개 처음의 느낌을 잊게 되어서... ㅠ.ㅠ 정말 정말 고통스러우면서 어찌보면 말씀처럼 러너스 하이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포스팅이기도 한가봅니다.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going 2007/09/18 13:45 L X
예, 저도 녀석들을 빨리 쫏아내야 할텐데 말이죠. 관리자 품을 떠나려고 하지 않아요. :)
mon 2007/09/18 10:58 L R X
굉장히 멋진 글이네요, 트랙백 선물 감사합니다. 좀더 좋은 글들을 올려야 되겠단 반성을 많이 하게되네요^^ 블로그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진지하시네요.
egoing 2007/09/18 13:46 L X
말주변이 없어서 재치있는 말을 잘 못합니다. 감사해요.
슈테른 2007/09/18 11:09 L R X
절필하지 마세요...^^
요즘 구석구석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
재밌고, 좋은 글이 많네요.. ^^;
egoing 2007/09/18 13:47 L X
ㅎㅎ 절필은 영원하지 않은 법이죠. 한편으로, 피할 수 없는거구. ^^
비밀방문자 2007/09/19 07:25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7/09/19 13:53 L X
사려 깊음에 대한 귀한 글 잘봤습니다. 저도 사려 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지르고, 수습하고, 어떨 때는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는 것 조차 알지 못하고. 이런 엉망진창이 싫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화장실에 앉아있는 순간에 꾸역 꾸역 올라오는 그 사려 깊지 못함에 대한 악취들....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비디 2007/09/19 10:23 L R X
정말 좋은데요,
아 정말, 제 푸념글에 트랙백 넣어주신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단 rss등록하고 보다 많은 글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소중한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
egoing 2007/09/19 13:54 L X
감사합니다.
비디님의 글도 트랙백 해주시면 좋을텐데 말이죠.
앞으로 자주 인사드릴 수 있기를....

^^
비디 2007/09/19 18:47 L X
트랙백 egoing님 덕에 처음 해보네요^^
이렇게 하는거구나, 정말 신기합니다. 이거 ㅋㄷ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egoing 2007/09/19 20:59 L X
아예, 혹시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
문성실 2007/09/20 02:50 L R X
메인사진 바뀌시었네~~워째~~넘 귀여우시당~~ㅋ
글 쓰기에 맛 들이시었네~~우짤까나~~
출판사 다리 놓아 드려야 겠네~(책 제목은 블로깅의 신비??)~~얼쑤 좋고~~!!

어제..아니 그제 사무실 갔었는데, 나오고 나서 웬지 허전한 것이 이고잉님을 못 뵈고 와서 그랬나보네요~~~
턱받이 대신 침 닦아 드릴라고 내 손바닥 챙겨 가지고 갔었는데~ㅋㅋ
egoing 2007/09/20 11:11 L X
저 사진 중에는 제 조카 사진도 있답니다. 조카는 자식이 생길 때까지 당분간 저의 젊은 분신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사무실에 오셨었나요? 왜 몰랐을까? 알았으면 버선바람으로 달려가서 인사드렸을텐데....

염장성 음식사진들 감상잘하고 있습니다. 댓글을 보고만 있어도 신침이 막 OTL
비밀방문자 2007/09/20 10:51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7/09/20 11:14 L X
그니까 출근하셨다는 이야기죠? ^^
저도 잠시 의자를 뒤로졌혔더니 햇살이 뺩을 막 부비내요.
기분 좋은 아침이내요.
어여 좋은 컨디션 찾으시길...
time0808 2007/09/20 11:02 L R X
이건 죠카가아니잔녀 (요정) 땡글이 눈에 퐁당!! 누구의 작품임까 ..몇대를거처야 요런 작품이 나오나염 ..ㅎㅎ 증말 기염네여!! 은그이 조카자랑해ㅡ,.ㅡ
egoing 2007/09/20 11:15 L X
저는 대놓고 조카자랑을 한답니다.
자식 자랑은 안하겠지만, 조카자랑을 별로 신경들쓰지 않더군요.
현율 2007/09/20 17:40 L R X
쓴 글을 문득 되돌아보면,
내가 이렇게 썼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끄럽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또 그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글을 올리고 또 올리게 됩니다.
글 쓰는 건 천성인 것 같습니다.
그 괴로운데 희열이 끓는 순간을 맛 보면,
벗어나지를 못하지요.
좋은 글 감사히 봤습니다.
egoing 2007/09/20 17:57 L X
일종의 중독이 아닐까 합니다.
중독없이 살아가기 힘들다면
생산적 글쓰기가 되야 할텐데 말이죠.

저도 현율님의 귀한 글 잘 봤습니다.
비밀방문자 2007/09/21 11:06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7/09/21 17:11 L X
^^ 감사합니다. 언제나 용기가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지나가던사람 2007/10/10 22:09 L R X
멋진글입니다.. <나에게 블로그는 육체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감성과 이성이 포스트로 육체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의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을 간단하게 표현해주시는군요! ^^
egoing 2007/10/11 00:37 L X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기분 좋내요. 감사합니다.
비밀방문자 2007/10/10 22:56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7/10/11 00:37 L X
언제나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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