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참으로 멋진 피조물이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왜 그것에 열광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의 드라마틱한 기동성과 뼛속을 울리는 굉음이 내포하는 거대한 힘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의 크기만큼의 살의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은 복잡한 동선의 선회 비행만큼 나의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나는 준 밀리터리 매니아이다. 일반적인 무기체계의 제원정도는 언제나 머릿속에 휴대하고 있을 정도이고, 술자리에서는 군대를 안주 삼을 때도 많고, 이지스함이 진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한걸음에 남쪽으로 달려가 그 웅장한 실루엣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에게 무기란 어떠한 종류의 욕망이 구체화한 것이고, 동시에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매개물로써 기능한다.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이를 전문용어로 패티쉬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에어쇼는 일종의 성교육 프로그램이고, 이라크전은 이러한 욕망이 일방적으로 춤추는 B급 강간 포르노인 것이고....
성남비행장의 한쪽 켠에 자리 잡은 록키드 마틴과 보잉사의 부스를 보며 문득 궁금한 것이 있었다. 저들과 그 동업자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해당했을까? 누적 1억 명은 족히 되지 않을까? 나아가, 피살자들이 사랑했던 사람들. 피살자를 사랑했던 사람들이 당한 관계적 타살은 얼마나 거대한 주검의 산을 이루고 있을까?
장내를 가득채운 인파 속의 아이들을 보니 국가에 대해 참으로 불경스러운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저 녀석들도 자라면 군인이 되겠지. 그중에서도 파일럿이 되고 싶을거야. 나도 그랬으니까. 물론, 파일럿이 되면, 개인으로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쎈 아저씨가 된다는 사실은 지금으로서는 몰라도 되겠지. 언젠가, 저 녀석들이 전장이라는 스팩터클한 상호 살해의 현장에 당도하면,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겠지? 저 귀여운 친구들은 그렇게 용감한 군인으로 성장하던지, 최소한 세금을 통해 스폰서 정도의 역활은 담당하지 않겠어? 그러기 위해사라도 밀리터리라는 욕망의 조기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
나는 반국가주의자도 못되고, 군대의 대안에 대한 지혜도 없다. 오려, 더 많은 이즈스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내가 몸담았던 방공포병 사령부가 그간 숙원이었던 패트리어트를 어서 도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군대에서는 모범사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고, 제대 후에도 착실하게 훈련에 참석하는 5년차 예비군이다. 또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조국에 대한 사명감에 경의를 표하는 착실한 납세자이다.
하지만, 나의 욕망이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채워질 수 있거나, 최소한 죽음의 암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것은 일종의 스너프이다. 국가는 국민으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국민과는 별개의 성격을 지닌 독립된 자아이다. 이 독립된 자아가 변태적 성욕을 갖지 않도록 감시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가 스너프의 주인공으로 촬영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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