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에 해당하는 글2 개
2009/11/18   능력? (10)
2008/10/14   직관과 논리 - 선수와 선생 (10)


능력?
능력? 교육의 문제는 능력의 정의를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게 된다는 점이다. 교육에서는 특히 빠른 이해력과 긴 암기력을 우대하는데, 이러한 능력은 실수하지 않는 100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물론 이것은 대단한 장점이고, 탁월한 지적 소양을 암시 하는 것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를테면 나쁜 기억력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은 삶의 많은 부분을 기억에 의존한다. 이건 편리한 것이지만, 진부할 뿐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기억을 붙잡고 있을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쁜 기억력은, 다시말해 좋은 망각력은 매순간순간 새롭게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그가 원하건 말건 새롭게 생각할 기회가 마련되는 것이다. 자신감 있는 망각력은 진부함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부족한 이해력은 어떤가? 내가 아는 배움의 천재 중에는 가르치는 데는 바보인 사람들이 절대 과반을 넘는다. 이들은 거대한 포유류처럼 세상의 지식을 흡수하지만, 변비에 걸린 것처럼 아는 것을 전달할 때 버버버한다. 그걸 보고 어떤 이는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별개의 능력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 둘이 별개가 아닐 뿐 아니라, 심지어 반비례 관계로 묶여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들어, 축구황제 펠레는 위대한 선수였지만, 감독으로서의 성적은 초라한 것이었다. 반면에 히딩크는 삼류선수 였으나, 감독으로서는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지 않았는가? 역설적이게도 가르치는 재능은, 배우는데 소질이 없기 때문일 수 있다. 이들은 배움이고 자시고 스스로를 가르쳐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성실히 이수하면 남을 가르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풍요는 빈곤을, 빈곤은 풍요를 가져온다. 풍요와 빈곤의 역설적인 관계를 폭넓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학교는 뛰어난 인제를 배출하는 곳이기 전에, 컴플랙스를 찍어내는 거대한 열등감의 고향이 될 것이다. 사실 컴플랙스 없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기왕에 갖게된 컴플랙스를 얼마나 잘 돌려막는가에 있다. 소수의 자신감을 위해서 다수가 희생양으로 받쳐지는 학교 따위 엿이나 쳐드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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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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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withwish's me2DAY 2009/12/11 19:59 x
제목 : 수원의 생각
소수의 자신감을 위해서 다수가 희생양으로 받쳐지는 학교 따위 엿이나 쳐드셈. 글 참 잘쓴다 ㅜㅜ
Tracked from Read & Lead 2009/12/18 09:39 x
제목 : 강약의 링 - 강즉시약 약즉시강 (强卽是弱 弱卽是强)
지난 2월에 올린 강점 vs 감정 포스트에서는 강점과 감정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자신의 감정 곡선을 잘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최근에 강점에 관한 또 하나의 좋은 아티클을 읽었다. The Freak Factor: Discovering Uniqueness by Flaunting Weakness (The four factors of effective leadership)거기에 아래와 같은 표가 나오는데 아티클의 메세지..
Tracked from 행복한 자유인 2009/12/24 12:27 x
제목 : 경쟁은 필요없다.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시선이 멈췄다. 호흡이 느려졌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EBS의 지식채널e에서 화면에 뎐져지고 있던 글귀들 때문이었다. 다시보기를 찾아 2부작으로 된 '핀란드의 실험'을 봤다. 아주 평범하고 단순한 사실인데 그 평범하고 단순한 사실 앞에서 '울컥'했다. 아래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텍스트의 일부를 옮겨 적은 내용이다. 교실에서의 경쟁은 필요없다. 협동이 살길이다. 교실에서의 협동을 위해 성적표에서 사라지는 등수 오늘은 못하지만 내..
RUKXER 2009/11/19 08:24 L R X
그 엿 저도 같이 던져도 될런지...ㄷㄷㄷ
egoing 2009/11/19 10:44 L X
같이 던지죠. 수능시험 날 교문에 붙이는 그 엿과 묘하게 대비되지 않습니까?
비밀방문자 2009/11/19 10:40 L R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going 2009/11/19 10:45 L X
SeeReal 2009/11/19 11:57 L R X
동의합니다. (우리가 흔히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제도교육은 '앎'에 이르는 과정 자체의 의미를 모두 제거하고 그 결과를 요약해서 정리한 뒤 그것을 외우도록 강요하죠. 물론 그게 질러가는 길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을 스스로 감내할 때 앎의 근육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흔히 명문대학생들이 좋은 과외교사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좋은 과외교사는 이름없는 대학 출신의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어디를 모르는지, 왜 모르는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는지 가장 적확하게 짚어주니까요. 그에 반해 항상 잘해왔던 사람은 이해를 못하죠. '왜 이걸 모르니?'

게다가 사람이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배워나갈 때 참으로 놀라운 속도와 에너지를 발휘하는 반면 한두 가지의 컴플렉스가 얼마나 어이없이 그 에너지를 빨아들이는지를 생각하면... 교육 문제를 고민한답시고 고교 등급제니 무슨 과목 축소니 평준화니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걸 들을 때마다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답니다.
egoing 2009/11/19 12:51 L X
RT하고 싶군요 ^^ 제 말이...
login 2009/11/19 13:15 L R X
오히려 지식을 연마하는 것 보다 연마한 지식을 알리는 일이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 같아요.
egoing 2009/11/19 14:46 L X
어려운 일이지요.
자유인 2009/12/24 12:31 L R X
지금의 학교 따위에 엿이나 쳐드셈!이라고 동참하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쁜 기억력에 대한 이야기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이란 말도 있으니까요.

교육의 본질에 고민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교육에 대한 담론과 시스템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줄세우기'를 어떻게 하면 더 쉽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만을 도출할 게 분명합니다.

조금 걱정인 건 교육의 본질에 맞춘 교육개혁을 한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교육의 실효성을 보기 위해 얼마나 기다려주고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겁니다. 수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말이죠.

현재 대한민국은 초중고대학교 제도권 교육은 일단 빨리 '패스'시키고 비용/시간을 마련해 '재교육'을 받는 식인데 그 '재교육'마저 본질 밖이니 이게 무슨 난리들이랍니까.
egoing 2009/12/28 10:19 L X
그런 점에서 핀란드 같은 모델이 성공하고, 그 성공을 통해서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핀란드의 사례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머릿속에서만 옹알이던 것을 현실에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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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논리 - 선수와 선생
직관과 논리 - 선수와 선생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히딩크는 선수 시절 2군이었다. 지금 그는 최고의 감독이 되었다. 반대로 펠레는 최고의 위대한 선수였지만, 감독으로써의 성적표는 초라한 것이었다. 선수와 선생 뭐가 다를까?

선수는 천부적인 재능이면 족하다. 그는 그가 잘하는 이유를 달리 설명할 이유도, 재주도 없다. 그냥 잘하는 것이다. 뛰어난 직관 덕에 이들은 논리적일 필요가 없다. 논리는 여러가지 용도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부족한 직관을 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직관이 좋은 사람은 입이 크다. 이들은 커다란 맘모스 빵도 한입에 구겨넣을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다. 반면에 직관이 부족한 사람은 입이 작다. 이들이 큰 빵을 먹기 위해서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작게 쪼갠 후에 하나 하나 입속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이내 입속으로 들어온 빵조각은 다시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모로 가나 서울로 가면 되기 때문에 직관이나 논리나 도달하는 것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논리는 분해와 조립의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직관에 비해서 느리다. 시간을 절약한 직관은 남는 시간에 다른 빵을 먹어치울 수도 있다. 그래서 직관이 뛰어난 사람은 빠른 이해와 판단을 요구하는 일에 적합하다. 그럼 논리는 열등한 것일까? 아니다.

논리는 훈련이다. 사물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에게 봉사하던 논리는, 타인을 가르치는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비유하면,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그에게 빵을 먹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직관은 먹기 좋은 크기의 빵을 만들지 못한다. 만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고, 빵을 왜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움에는 직관이 큰 도움이 되지만, 가르치는 것은 논리가 중심이다.

직관과 논리는 사고의 중요한 두 축이다. 문제는 둘이 별로 친하지 않다는 점이다. 직관이 뛰어나면 논리가 필요 없고, 논리가 뛰어난 경우는 대체로 직관의 결핍 때문이다. 전자는 연구능력은 출중하나, 강의가 엉망인 교수가 대표적이고, 후자는 명문대 나온 고문관이 전형적이다. 직관과 논리의 균형은 물론 중요하다. 그리고 이미 늦은 사람을 위해 적성이라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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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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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Flying Mate 2008/10/14 19:58 x
제목 : 직관과 논리
사람은 사고를 할 때나 판단을 내릴 때 직관과 논리를 사용한다. 직관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논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다?
나빌레라 2008/10/14 01:50 L R X
안녕하세요, 잊지않고 제 블로그에 또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과도한 스팸 트랙백으로 인해 트랙백을 막아 놓은것입니다.
직관과 논리에 대해서 선생과 선수를 비유한 글. 제가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네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제 블로그에 들러주세요 ^^;
(참고로 저는 ego+ing님 블로그 RSS가 피더에 등록되어 있다죠..^^)
egoing@gmail.com 2008/10/14 17:19 L X
제가 깜박했내요. 저도 RSS로 구독중이랍니다. ㅎㅎ 과부한 평은 감사하구요
FlyingMate 2008/10/14 19:58 L R X
판단과 행동엔 직관이 중요하고, 소통엔 논리가 중요하다는 통찰을 주는 글이네요. 저는 요즘 혼자하는 작업과 함께하는 작업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데, 앞의 상황에선 느낌대로 움직이고 뒤의 상황에선 머리를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좋은 포스팅과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egoing@gmail.com 2008/10/15 23:01 L X
저야 말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앞어선 느낌대로 움직이고, 뒤에서는 머리를 쓴다는 표현 좋내요.
히치하이커 2008/10/17 00:09 L R X
조금 다른 얘기지만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정말 다른 듯 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지만 한없이 지루한 수업과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의 연속임에도 흥미롭게 집중하며 들을 수밖에 없는 수업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요즘인지라. 켁.
egoing 2008/10/17 01:09 L X
힘내세요. 그 맘 잘 알죠. ㅎ
daybreaker 2008/10/17 14:28 L R X
제가 과학고-카이스트를 거치면서 공부할 때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쪽 계열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논리적인 사고가 중요할 것 같지만, 직관력으로 흡수하는 능력도 굉장히 중요해서 제 주변에서 몇몇 친구들을 보면 엄청난 직관력으로 쭉쭉 문제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본문에서 비유하신 '입이 작은 타입'이라서 제가 뭔가를 이해하려면 굉장히 꼼꼼하게 살펴보고 하나하나 분해해서 저만의 언어로 번역해야만 그것을 소화시킬 수 있는데, 주변에서 특히 성적이 뛰어난 아이들을 보면 성큼성큼 집어삼켜버리더라구요; 그런 아이들이 시험 볼 때처럼 짧은 시간에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경우 상당히 유리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저는 시험 성적은 잘 안 나오지만 프로젝트나 과제에서 높은 성적이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똑같이 앉아서 서로 처음 보는 내용을 서로에게 설명해주면서 공부했는데, 같이 공부한 친구는 직관력으로 복잡하게 꼬인 문제들을 척척 풀어나가는 반면 저는 상당히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그 과목 시험에서 성적이 극과 극으로 갈렸지요..OTL 오히려 그 친구는 제 설명으로 더 많이 배운 것 같다면서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신기해하더라는..;; 더 황당한 건 그 친구한테 그 문제들을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보라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는지 얘기해보라고 하면 설명을 못한다는 것이었죠. 저는 일단 제가 푼 문제면 대충 다 설명 가능한데 말이죠;

하지만 그런 직관력이라는 것도 밑바탕에 논리적 사고의 훈련이 있었기에 얻어진 만큼 더 노력하면 저도 언젠가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거꾸로 제가 더 직관력이 뛰어난 분야도 있긴 하지만요;
egoing@gmail.com 2008/10/17 14:42 L X
의견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논리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 다음에 이야기 할 참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프리젠테이션 젠이라는 책을 봤는데 이런 대목이 나오더군요. 논리도 필요하다. 논리가 없이 사람의 치료하고,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일을 할 수 없다. 논리의 대표적인 도구인 수나 언어는 마치 레고 블럭 같은 것이죠. 이것들은 하나 하나 쌓아나가면서 시나브로 거대한 성을 이루는 것이구요. 이런 것을 쌓는 데에는 훈련과 인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직관력이 뛰어난 우수한 두뇌들이 처음에는 앞서가다가 뒷심이 부족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daybreaker님도 그런 애환이 있었군요. 저는 저보다 직관력이 부족한 사람을 보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ㅋ
쿨짹 2009/03/18 09:10 L R X
제가 잘 못가르칩니다. ㅠㅜ
egoing 2009/03/19 10:03 L X
잘 배우시잖아요. 물론 이건 못 가르치신다는 것이 아니라, 가르키시는 것에 대한 체감치가 없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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