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나에게 어떤 곳인가?
나는 매우 오랫동안 과민성 대장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과민성대장염은 불규칙한 신호가 수시로 오는 골 때리는 증상이다.
변비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신호가 올 때마다 나의 단짝이라는 놈이 하는 말이 있다.
"그 놈의 화장실"
대장염은 미워하되, 화장실은 미워하지는 말라는 말이 있던가?
나는 화장실을 미워하지 않는다. 아니, 미워할 수 없다.
내 인생의 4.1퍼센트와
내 사유의 40퍼센트가 화장실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장실은 나에게 매우 각별한 공간이다.
오늘 쇼핑을 했다.
성적은 최악.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만난 감동으로
쇼핑의 결과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바로 그 감동의 진원지는 현대백화점 5층 화장실.
벌집문양의 타일로 된 벽면을 타고,
어지럽게 이어진 화장실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화장실의 중앙에 '뚝' 떨어진 것처럼 얼떨떨한 느낌으로 서 있게된다.
거기서 아무생각없이 전진하면 소변기로 이어지고,
고개를 돌리면 큰일 치르는 좌변기가 보인다.
좋은 화장실의 핵심은 무엇인가?
안의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밖의 소리가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기하학적 곡선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동선과
외부와 구별되는 몽환적 분위기는
마치 모든 인간의 고향인 자궁처럼 아득하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현대백화점은 화장실이 깨끗함을 넘어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각 층마다 다른 디자인이 적용되었다고 하니
화장실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만하다.
화장실의 열렬한 애호가로써 집주인의 안목과 건축가의 심미안에 박수를 보낸다.
화장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곳
http://blog.naver.com/pkwo21
현대백화점 화장실
http://blog.naver.com/pkwo21/10017385440 (4층)
http://blog.naver.com/pkwo21/10017326241
http://blog.naver.com/pkwo21/10017344773
http://blog.naver.com/pkwo21/1001746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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