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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커뮤니케이션 과잉과 컨텐츠의 빈곤 (4)


커뮤니케이션 과잉과 컨텐츠의 빈곤
생각 | 2007/06/26 06:59

한국에서 플래이스테이션과 XBOX와 같은 게임기가 나올 수 있을까? 

한국 대중문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콘텐츠의 자리를 사람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게임산업이다. 한국산 게임의 주류는 역시 온라인 게임. 온라인 게임은 매우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이 중독성의 핵심은 게임 성을 인간에게 '위임'하면서 완성된다. 즉 게임 자체의 세계관이나, 독창성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이것들이 촘촘하게 엮인 커뮤니티를 통해 중독성을 완성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거리를 점령하는 것이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한국형의 민토까지. 그들의 성장세는 무섭다. 이제 다방이나 커피숍은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처럼 커피전문점이 많은 곳이 또 있을까? 그 이유는 한국에서의 놀이가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의 다방은 매장의 크기와 손님의 회전율에 수입이 비례하는 시스템이었다.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무언의 압력이 손님을 밖으로 밀어낸다. 손님을 초조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반면 커피전문점은 빨리 나가라고 닦달하지 않는다. 그들의 인심이 더 넉넉하기 때문일까? 당연히 아니다. 뚜껑 달린 일회용 컵과 스타벅스라는 로고 덕분이다. 이제 사람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카페인을 소비한다. 매장이 거리로 무한히 확장되면서 수입과 시간의 상관관계가 사라진다. 방해받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다방이 카페인이라는 중독성을 판매했다면, 오늘날의 커피전문점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중독성을 팔고 있다.

한국에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SK이다. SK는 휴대전화, 메신저, 싸이월드까지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의 입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인들은 많은 시간을 이들 서비스에서 소비한다. 한국에서 블로그 보다 미니홈피가 주류인 것은 한국사회의 놀이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한국의 뇌에 해당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글쎄~

일보은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나는 일본의 2대 관광상품으로 진도 3 미만의 지진과, 아키하바라의 오타쿠를 꼽는다. 한국에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 중 오타쿠는 콘텐츠 중심 사회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외부의 시선을 몹시 경계하면서 코스프레한 여성의 율동에 몰입하며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들 옆에선 외면과 내면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들의 삶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다수와 다르다고 그 삶을 동정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게 이들은 분명히 걱정거리 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가정, 국가와 같은 전통적인 집단의 위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이 오타쿠라는 말을 만들었을 것이고. 한국은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과도한 커뮤니케이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때문에 생활이 없어지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마시며, 몇십만원이 넘는 휴대폰 요금에 시달린다. 어떤 이는 커뮤니케이션이 미숙해서 부적응자의 취급을 받고, 어떤 이는 커뮤니케이션에 집착해서 삶이 황폐해진다. 한국의 대중문화 생산자들이 커뮤니케이션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소비자들 역시 이 중독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컨텐츠의 미래는 없다. 날로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콘텐츠를 생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007/06/26 06:59 2007/06/2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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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tories & Stories , Moreover 2007/09/27 14:43 x
제목 : 강남역 근방의 스타벅스, 커피빈, 파스쿠치 ... 거기서 대체 뭣들 하는건지.
뱅뱅사거리와 교보문고 사거리 사이에만 7개의 스타벅스와 7개의 커피빈, 그리고 세개의 파스쿠치, 그리고 탐앤탐스, 엔젤리너스, 쉐가프레도, 홀리스, 무세티, 이디야 등 수많은 메이져, 마이..
NoPD 2007/06/26 08:41 L R X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많은 여성동지들(!)과의 연락 두절 그리고
회사의 메신저 차단 정책에 의하여 MSN, NateOn 접속해본 것이 수만년 된듯 하니
거의 무인도에 혼자 사는 (아, 다행히 와이프가 있습니다 :) )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국사람은 역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것일까요?
다시 그짓(!)을 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인데... 훕!
egoing 2007/06/26 10:06 L X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죠. 5감을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살아가는게 인간이니까요. 문제는 편식인 것 같습니다.

진중권씨는 한국이 아직 구술문화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그 반대편에는 문자문화가 있지요. 그는 문화의 발전을 구술문화 -> 문자문화로 보고 있는데요. 말인즉슨 우리는 아직 진화가 덜 된 것이죠. 인터넷과 같은 문자중심의 매체사회가 시작되었음에도, 문자매체를 구술매체처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동의하지 않습니다. 마치 문자문화가 역사의 진보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른 사회에 비해 한국 사회가 구술문화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는 의미있는 구분이라고 생각됩니다.
sunny 2007/06/26 18:55 L R X
잘 읽었습니다. 전 갠적으로 넘쳐나는 길고 긴 내용들 때문에 오히려 내용에 더 집중을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요약만 직관적으로 딱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어여. 양질의 컨텐츠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뭐 서로 다른 의견이지만, 현재 컨텐츠도 오버플러우 상태라고 생각되네여...가끔 소화하기 바쁠때가 있거든요~
egoing 2007/06/26 20:09 L X
제 글이 오버플러우 상태는 아닐지 심히 걱정됩니다. 허~
그렇죠. 넘쳐나는 정보도 심각한 문제 입니다. 오버플로워에 플러쉬되지 않으려면 자기 중심을 확실히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중심 마인드가 중요해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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