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플래이스테이션과 XBOX와 같은 게임기가 나올 수 있을까?
한국 대중문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콘텐츠의 자리를 사람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게임산업이다. 한국산 게임의 주류는 역시 온라인 게임. 온라인 게임은 매우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이 중독성의 핵심은 게임 성을 인간에게 '위임'하면서 완성된다. 즉 게임 자체의 세계관이나, 독창성보다는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이것들이 촘촘하게 엮인 커뮤니티를 통해 중독성을 완성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무서운 속도로 거리를 점령하는 것이 있다. 스타벅스, 커피빈, 한국형의 민토까지. 그들의 성장세는 무섭다. 이제 다방이나 커피숍은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처럼 커피전문점이 많은 곳이 또 있을까? 그 이유는 한국에서의 놀이가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의 다방은 매장의 크기와 손님의 회전율에 수입이 비례하는 시스템이었다.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무언의 압력이 손님을 밖으로 밀어낸다. 손님을 초조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반면 커피전문점은 빨리 나가라고 닦달하지 않는다. 그들의 인심이 더 넉넉하기 때문일까? 당연히 아니다. 뚜껑 달린 일회용 컵과 스타벅스라는 로고 덕분이다. 이제 사람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카페인을 소비한다. 매장이 거리로 무한히 확장되면서 수입과 시간의 상관관계가 사라진다. 방해받지 않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다방이 카페인이라는 중독성을 판매했다면, 오늘날의 커피전문점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중독성을 팔고 있다.
한국에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SK이다. SK는 휴대전화, 메신저, 싸이월드까지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의 입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인들은 많은 시간을 이들 서비스에서 소비한다. 한국에서 블로그 보다 미니홈피가 주류인 것은 한국사회의 놀이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한국의 뇌에 해당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글쎄~
일보은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나는 일본의 2대 관광상품으로 진도 3 미만의 지진과, 아키하바라의 오타쿠를 꼽는다. 한국에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 중 오타쿠는 콘텐츠 중심 사회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외부의 시선을 몹시 경계하면서 코스프레한 여성의 율동에 몰입하며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손뼉을 치고 있었다. 그들 옆에선 외면과 내면의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들의 삶을 평가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다수와 다르다고 그 삶을 동정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게 이들은 분명히 걱정거리 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가정, 국가와 같은 전통적인 집단의 위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이 오타쿠라는 말을 만들었을 것이고. 한국은 이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과도한 커뮤니케이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때문에 생활이 없어지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마시며, 몇십만원이 넘는 휴대폰 요금에 시달린다. 어떤 이는 커뮤니케이션이 미숙해서 부적응자의 취급을 받고, 어떤 이는 커뮤니케이션에 집착해서 삶이 황폐해진다. 한국의 대중문화 생산자들이 커뮤니케이션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소비자들 역시 이 중독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컨텐츠의 미래는 없다. 날로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콘텐츠를 생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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