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 에 해당하는 글1 개
2007/08/22   속독 (4)


속독
생각 | 2007/08/22 10:06

나는 밥을 급하게 먹는 편이다. 이 몹쓸 버릇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하는 녀석들은 점심시간 전체를 사용하려고 2교시면 도시락을 열어재친다. 밥 먹고, 화장실 가고, 트림까지 하기에 10분은 긴 시간이 아니다. 또한, 반찬 쟁탈전이 치열했기 때문에 최대한 씹지 않고 넘기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선 급하게 먹는 것을 거부하고 천천히 씹어먹는 사람이 별종 취급을 당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남자들에게 급하게 먹는 것은 일종의 사회생활이 되어버렸다.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들과 동석한 때에도 식사리듬에 대한 주도권은 빨리 먹는 쪽으로 넘어간다. 다 먹어놓고, 천천히 드세요. 한다고 밥이 넘어가겠는가? 한번 형성된 습관은 고치기 어렵다. 그것이 습관을 넘어 내면화되면 천천히 먹었을 때 입속에서 음식이 부패하는 것 같은 불쾌감마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맛을 음미하기도 전에 굶주린 공복감에게 음식을 넘겨버리는 것이다. 시간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식욕의 의미는 달라진다. 어떤 이에게는 맛이고, 어떤 이에게는 굶주림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식욕을 굶주림으로 해석하다니 참 딱 한일 아닌가?

아는 것이 힘을 넘어 돈이 되면서 속독관련 책이 쏟아지나 보다.
한때 속독을 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귀차니즘이 발목을 잡았다.

속독의 효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속독이 어떠한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경험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경솔하게 찬반을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속독이라는 이 오래된 신드롬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이 소화불량의 원인을 진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남보다 더딘 편이었다. 그런 이유로 빨리 읽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이러한 강박은 글의 난이도, 주인공의 심박과 상관없이 동일한 속도의 읽기를 강요했다. 이것이 오랜 시간 독서생활에 영향을 미치면서 문제가 생겼다. 조급증은 이해력과 속도라는 방정식에 따라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구별하기 시작했다. 이런 편파성의 폐해는 분명하다. 그것은 독서의 대상을 제한시키고, 감정이입을 현저히 저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치 공복감을 채우는 데 급급해 맛을 음미하지 못하는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독서와 영상의 차이는 시간의 소유권에 있다.
영상은 고도로 훈련받은 영상 속의 시선에 의해 치밀하게 조정되지만,
독서는 독자의 판단에 따라 글 읽는 속도가 융통성 있게 조정된다.
영상의 시간은 프로듀서의 것이지만,
독서의 시간은 독자의 것인 셈이다.

그런데 속독이라는 이름의 탐욕은 시간을 정보에 대한 공복감에게 먹이로 던져줌으로써 난독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 잘 안된다.
꼭꼭 씹어먹는 것이…….

2007/08/22 10:06 2007/08/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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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심리 2008/01/06 20:54 x
제목 : 집중력 향상을 위해 청기백기 게임이라도 해야 할까? T_T
  일전에 텔레비전을 보니, 집중력 향상을 위해 청기백기 게임을 하면 좋다고 한다. (관련 글 : "KBS <스펀지> 행동억제 : 공부 잘하는 방법" http://simri.egloos.com/1072646 )   나도 집중..
time0808 2007/08/22 17:40 L R X
씹는게아됨? 들이키삼 ㅋ~혹 성격두 급한거아닌가여! 오늘은 그래두 날씨가 습하진 안네여 상쾌!!
egoing 2007/08/22 23:40 L X
성격은 급한데 일처리는 느립니다. ^^
심리 2008/01/06 20:54 L R X
저는 밥을 느긋이 먹는 편입니다. 책도 느긋이 음미하는 편이라 심지어 만화책 읽는 속도도 느렸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로 속독하면서 이해도와 기억에 문제가 생기더군요. 맛을 음미하는 것, 그건 인생의 맛을 음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요즘 얻은 결론은 '집중력'이랍니다. 최대한 집중해서 제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속도는 아무래도 상관없이 최대의 효율을 올릴 것이고, 덩달라 속도도 올라간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egoing 2008/01/06 23:56 L X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집중력이라는 것이 실체가 좀 모호해서, 그 주변적인 환경을 통해서 구체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천천히 읽는다든지, 주변을 조용히 한다던지, 혹은, 생리적인 욕구를 우선 해결한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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