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황우석, 심형래
이들의 공통점은 열렬한 팬과, 인터넷이겠죠? 그 중 노무현은 저에게도 해당하는 것 같군요.(아시다시피 저는 노빠입니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갈등의 정도가 자정능력을 이미 넘어선 것 같습니다. 특히 대상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다른 생각에 대한 잔혹함,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을 보고 있으면 아득해질 때가 잦습니다. 이건 정말이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대중들은 더욱 많은 부조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부조리함이야말로 언론사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상품이 된 것 같습니다. 언론사들은 돌발영상, 팝콘영상과 같이 부조리함을 코믹하게 포장한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합니다. 그러나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것보다, 정상인 줄 알았던 것들이 비정상임을 알게 되는 속도가 더 빠른 걸까요? 감각은 네트워크만큼 확장되었지만, 자신의 행동력은 그대로 임에서 대중들은 무력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대중은 무력감을 느낄 때 대리만족의 대상을 찾습니다. 물론 대리만족의 대상은 자신들과 성분이 비슷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성공한 사람이어야겠지요. 그런 점에서 노무현이나, 심형래, 황우석은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진 것은 노무현 때문이었습니다. 또 한국인들이 생명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황우석이었습니다. 축구를 생각해보세요. 저는 축구 정말 싫어합니다. 하지만, 4년에 한 번씩은 붉은 티셔츠를 입고 미친 듯이 대.한.민.국을 연호합니다. 제가 즐기는 것은 축구 자체가 아니라 대.한.민.국인 것이죠. 정치건, 운동이건 응원하는 대상이 있어야 재미있는 거니까요. 문제는 사람에 대한 지지는 이성의 손실과 감성의 낭비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영화 미저리 아시죠? 정치를 가장 스팩터클한 드라마라고 한다면 배우에 대한 지나친 감정이입은 병적인 집착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병적인 현상이 집단에서 일어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집니다. 같은 것을 추종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자신들의 신념에 대한 확신으로 다시 피드백되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히틀러는 대중연설의 중요성을 '나의 투쟁'에서 예리하게 간파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운동의 추종자가 되려 할 때 개인은 고독함과 고립감의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러나 대중 집회에서 보다 큰 공동체의 힘찬 모습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무되고 격려되어 힘을 얻는다. 이와 같은 이유만으로도 대중 집회는 필요하다. 개인이 자기의 작은 일터나 자기를 왜소한 존재로 느끼게 하는 대기업에서 대중집회, 곧 같은 신념을 가진 몇 천이라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한다면, 그는 대중암시라는 마술적인 영향에 기꺼이 굴복하게 된다.오늘날 인터넷은 히틀러 시대의 대중집회 광장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댓글과 트랙백을 통해 자신과 신념이 같은 사람을 찾아냅니다. 서프라이즈와 같은 커뮤니티는 이들의 논리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동시에 연대감을 제공합니다. 또 네이버와 올블로그 같은 중립지대는 이들이 분노를 적극적으로 분출할 수 있도록 부추깁니다.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이 문제적 발언을 할 때마다 서프라이즈의 광고 매출과,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개인의 갈등을 등 뒤에서 지원하는 거인들은 서로 천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둘도 없는 동업자 인 셈이죠. 만약, 한나라당이 없어진다면 서프라이즈도 없어지지 않을까요? 사회가 다극화되면서 노이즈 경제에 참여하는 주체도 다양해졌습니다. 이제는 개인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구글의 애드센스를 통해 개인의 블로그에 광고를 게시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합리적이고, 열려있는 생각보다, 극단적인 견해로 사람들은 모입니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갈등은 집주인의 수익으로 이어지죠. 이러한 경험의 학습효과는 갈등을 빠른 속도로 상업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자본주의와 강하게 결합할수록 분노와 갈등의 메커니즘은 더욱 견고하고, 파괴적이며, 지속가능한 형태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있는 곳에 돈이 있는 셈입니다.
노무현의 예를 들어볼까요? 노무현 지지자들의 아지트는 서프라이즈 입니다. 저는 정치적으로 마음이 답답할 때 종종 그곳에 들릅니다. 그런데 거기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 줄 아세요? 몇몇 맹목적 추종자들의 이야기입니다만, 그들은 자신의 소우주에서 노무현을 살해한 후 그의 시체를 우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신격화된 노무현을 통해 자신을 하찮은 것으로 폄 화합니다. 하찮은 것이 된다는 것은 돌멩이가 되는 것입니다. 돌멩이는 의심할 필요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주인의 뜻대로 굴러다니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성을 감성의 발 아래 둔다는 점에서 이것은 광기입니다. 저는 이런 맹목성이 무섭습니다. 명동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일부 기독교인이나, 서프라이즈에서 노비어천가를 목놓아 부르는 몇몇 노무현 지지자 사이에 차이가 있을까요? 그들 모두 신앙인이고, 근본주의자라는 점에서 본질은 같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진리라는 확신이 든다면, 자신의 이성이 마비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자가진단이 없다면, 인간의 마음이란 돌이킬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대중이 느끼는 무기력함, 강력한 힘에 대한 대리만족, 대중집회의 광장으로 변해가는 인터넷은 매우 불안한 징후임이 틀림없습니다. 물론, 그들의 영웅은 히틀러가 아닙니다. 또 노빠, 심빠, 황빠가 파시스트라는 것도 아닙니다. 이들은 더 좋은 세상에 대한 소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기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무기력함과 거기서 오는 허무에 빠진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노무현, 심형래, 황우석이 영웅을 넘어서 신격화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파시즘과 같은 폭력적인 힘의 온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사회는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내적, 외적 에너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에너지의 위험성을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안전 불감증에 빠진 것입니다.
집단을 경계해야 합니다. 집단이란 개인의 개성을 한순간에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군복만으로도 우리의 개성은 현저히 감소하잖아요? 독일은 졸업식 조차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집단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광기에 처절히 절망했고, 그 절망 위에서 더 좋은 사회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 것입니다. 반면, 우리를 보세요. 평화를 사랑하고, 외침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것은 거짓말입니다. 역사와 뉴스가 그것을 증언합니다. 북방을 개척한 고구려와 일본을 막아낸 이순신이 거의 동시대에 방영되는 것은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일본의 침략을 비난하면서, 우리의 침략은 미화하는 것은 지독한 자가당착 아니겠습니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병도 소극적인 의미의 침략입니다. 현실의 복잡성을 핑계로 죄의식을 희석시키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518은 어떻구요? 국가 전체가 한 지역의 국민을 집단으로 폭행한 것입니다. 그날의 광주는 아우슈비츠의 샤워실과 닮지 않았나요?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 "516은 구국을 위한 혁명이었다"는 말이 대선후보의 입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처절한 절망의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희망은 위태로운 것입니다. 이렇게 절망도, 희망도 아닌 상황은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무력한 개인과 보상심리가 투영된 영웅, 또 자신들의 영웅을 지키기 위한 집단적 광기. 저는 무섭습니다. 이 불길하고, 불안전한 에너지가 역사를 꺼꾸로 돌릴까봐.
그런 점에서 사람들 각자가 자신의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고, 자신을 견제할 수 있는 관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윤호님이 추구하는 경제적, 사회적 변혁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술자리에서 지역감정을 안주삼아 심리적 문제와 현실적 문제의 경중을 두고 티격 태격한 기억이 나내요. 저의 결론은 두가지 다 중요하다 입니다만 윤호님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또 이야기 합시다!
* 저는 파시즘아라는 표현을 잘 쓴건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파시즘은 그 표현의 선정성만으로도 파괴력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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