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에 해당하는 글1 개
2007/12/01   애정결핍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 (12)


애정결핍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
애정결핍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

전에 쓴 글에서 정치에 대한 전방위적인 독설을 배설하긴 했지만,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어린이처럼 사랑을 먹고 자란다. 오늘날의 정치는 일종의 애정결핍상태에 있다. 이 말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정치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 이 지경이 된 것일 수도 있고, 꼬락서니가 그 지경인데 어떻게 애정을 줄 수 있겠는가? 도 맞다. 닭과 달걀 사이의 끝나지 않는 논쟁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서, 가장 오랜 시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한 시스템이 정치라는 점만은 인정했으면 좋겠다. 오늘의 눈으로는 혐오스럽지만, 10년과 비교해보면, 느려터진 진보도 있었던 것이 사실 아닌가?

그렇다고 정치를 혐오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마음껏 혐오하자. 다 할만하니까 하는 거 아니겠는가? 무엇보다도, 혐오야말로 정치발전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발전은 혐오와 정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치가 후진적일수록,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는 작아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후진적 정치 특유의 뻔뻔함 때문이다. 정치의 후진성은 예외 없이 개인의 불행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뻔뻔한 수작을 부리기 마련이다. 공부를 못하는 건, 공부를 안 해서 그렇고. 가난한 것은 게을러서 그렇단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이러한 논리에 굴복해, 스스로에 대한 혐오를 내면화한다는 데있다. 권력 앞에서 마치 죄인인 듯이 행동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태일은 분신자살을 했고, 학생들은 미싱공장으로 흘러들어 가 스스로 시다가 된 것이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이 모든 불행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정치발전은 구성원들이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경멸을 거두면서 시작된다. 이내, 자신을 향하던 혐오는, 집단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이다. 혐오량 보존의 법칙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일정한 혐오가 할당되어 있다. 일종의 쿼터제라고 할 수 있는데, 한 인간에게 혐오란 커지고,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달리할 뿐이라는 것이다. 혐오가 적절한 대상을 찾는 것이, 정치발전의 에너지이면서, 그 수준의 척도인 셈이다.

더 나아가, 혐오야말로 정치를 사랑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혐오는 두 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지는데, 관심과 무관심이다. 그것은 무관심을 소망하지만, 어쨌든 관심에서 출발한다. 관심과 무관심이 뒤죽박죽된 심리상태인 것이다. 정치를 사랑한다는 것은, 혐오의 두 가지 측면 중 관심을 강조하는 것이다. 정치에게 대중이 줄 수 있는 애정은, 소위 "빠"라 불리는 열광적 도가니가 아니라, 관심이 강조된 혐오이다. 이것은 꽤나 변태적인 도착으로 보이지만, 전 세계 어떤 국가의 국민도 정치를 연인처럼 사랑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정치란 인간의 탐욕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일종의 폭로이기 때문이다. 정치를 보면서, 우리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그것이 우리 자신의 욕망을 낱낱이 까발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뉴스의 첫 면을 장식하면서, 떵떵거릴 수 있는 것은, 정치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장 스팩터클하고, 섬세하며,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인간 내면의 가장 어두운 구석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이야말로, 비극이라는 장르의 존재 이유가 아니겠는가? 정치는 비극적인 예술이다. 그리고 관객인 유권자들은 정치를 통해 혐오를 소비하는 것이다.

정치는 사회의 비정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삼성을 보라. 겉으로는 글로벌스텐다드를 외치면서도, 안을 들여다보면 중앙집권적인 세습왕조체제가 따로 없다. 그에 비하면, 국가는 100년정도 진보된 집단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가 혐오스러운 것은,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는 정당하고, 유권자가 정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정치가 혐오를 넘어서, 무관심으로 방치될 때, 그것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견제가 많은 만큼, 야합의 유혹도 많은 것이 국가이기 때문이다. 무관심은 무관심을 부추긴다. 혐오는 하데, 무관심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 관련글
        - 혐오량 보존의 법칙

2007/12/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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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pay 2007/12/01 12:03 L R X
국가라는건 버스회사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한테 적당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임을 물으면 그만인데...그 회사 임원이 누가 되건 상관 없이 난 그저 나에게 필요한 노선의 버스를 타며 삯을 내면 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것 또한 사실이죠..

새로된 버스회사 사장이 센스 없이 노선을 바꿔서 우리집 앞으로 안오게 되거나 차비를 멋대로 올리는 횡포를 부리면 어떻게 할까요..?

근데 그럴 경우엔 보통, 건의도 하고 비싸면 안타겠다고 협박도 하는 승객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사람이 없다면 내가 나서야 할 수도 있겠지만 보아하니 우리동네 승객 중엔 참견하는 사람 참 많더군요...

모든 승객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굳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egoing 2007/12/01 15:20 L X
정치 과잉에 대한 우려를 하시는거죠? 그렇죠. 머든 중용이 중요하죠. 저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정치과잉에 대한 글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는 데, 의미있는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
mypay 2007/12/01 16:05 L X
댓글이 너무 신중할 필요가 없었는데..쓰다보니 길어지고..길어지다 보니 요상하게 흘렀습니다..이고잉님도 주말 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going 2007/12/01 16:19 L X
아닙니다. 댓글 콜렉터(본 콜렉터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댓글이 주는 포만감에 자꾸 중독되는 것 같내요) 길수록 포만감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다음부터 단락은 두줄씩 띄어주셔도 무방하겠습니다. ㅋㅋ
outsider 2007/12/03 13:39 L R X
잘읽고 갑니다. 우리가 정치이야기를 쉽게 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시대가 변했고 발전했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egoing 2007/12/03 21:58 L X
예, 그런 것 같습니다만. 아직도 갈길이 먼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2007/12/03 20:21 L R X
'난 정치 따위 관심 없어' 라고 새침하게 말하고 다니는 젊은 사람들, 사실 스스로가 이미 얼마나 정치적인지 잘 모르더군요. 참.. 씁쓸해요.
egoing 2007/12/03 21:58 L X
지당하신 말씀 ^^
심리 2007/12/04 13:39 L R X
개인의 불행을 개인 탓으로 돌려버리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덮어버리려는 건 안된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겠지요.

분명히 더 나은 상태가 가능한데도 패배주의 자포자기로 개선의 노력을 포기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의외로 그런 분들 자꾸 눈에 띄더라고요. 포기하는 개인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발전하지 못할테니까요.
egoing 2007/12/05 10:06 L X
성진우의 노래가 생각나내요. 다 포기하지마~
과도한 열정은 아니라도, 나의 입장과 가장 근접한 정치세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틈틈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르~* 2007/12/04 16:08 L R X
트랙백 보고 찾아왔습니다~ :)

저 역시 몇 자 적고 싶습니다만, 글이 상당히 어렵네요~ ;;
글에 대한 코멘트 대신 제가 새로쓴 정치 관련글을 걸고 갑니다. :)
egoing 2007/12/05 10:07 L X
미르님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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